북한이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에게 "평양으로 한번 오라"고 초청 의사를 밝혔다. 1일 발표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였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진실로 공동성명을 이행할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면 그에 대하여 6자회담 미국측 단장이 평양을 방문하여 우리에게 직접 설명하도록 다시금 초청한다"고 밝혔다.
"제3자 통해서 그만하고 당사자끼리 얘기하자"
외무성 대변인은 "핵 문제와 같은 중대한 문제들을 논의·해결하고자 하면서도 당사자와 마주앉는 것조차 꺼려 한다면 문제 해결의 방도를 찾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은 당사자인 우리와 마주 앉아 진지하게 논의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3자를 통해 자기 의사를 전달하여 문제 해결에 도움은 커녕 혼란만 더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북한은 그간 지속적으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번 제의가 크게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이 제안을 받아들여 힐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면 장기간 교착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6자회담의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제안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주목되는 것은 이 까닭이다. 그간 북한의 대화 제의에 미국은 "먼저 핵을 포기하라"는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며 '외면' 혹은 '무시' 전략을 보여 왔다.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하지 않고 조미 사이에 신뢰가 조성되어 미국의 위협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 되면 단 한 개의 핵무기도 필요 없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벌써 여러 차례 밝혔다"며 "우리는 핵 포기에 대한 전략적 결단을 이미 내렸으며 이것은 6자회담 공동성명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또 "남은 것은 미국이 우리가 6자회담에 나가 마음 놓고 우리의 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조건과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빼앗아간 돈 꼭 계산할 것"
외무성 대변인은 "선군정치에 기초한 독특한 일심단결과 자립적 민족경제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사회주의 체제는 미국의 '금융제재' 같은 것에 흔들리지 않게 되어 있다"며 자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이후 북한의 위폐 제조 의혹을 제기하며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가 북한의 돈세탁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주장하며 북한을 압박해 왔다.
그러나 대변인은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해 이처럼 '별 것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우리는 미국이 빼앗아간 돈은 꼭 계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금융제재 조치로 BDA에 묶여 있는 2400만 달러를 돌려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북한은 그간 "BDA에 묶인 돈의 해제 여부는 미국이 우리와 공존할 의사가 있느냐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라며 "BDA에 동결된 자금이 해제돼야 6자회담이 속개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변인은 또 "미국은 공동성명에서 한 공약과는 정반대로 우리에 대하여 제재 압박 도수를 계단식으로 높이면서 우리로 하여금 회담에 나갈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미국이 우리를 계속 적대시하면서 압박도수를 더욱 더 높여 나간다면 우리는 자기의 생존권과 자주권을 지키기 위하여 부득불 초강경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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