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시행정부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북한의 핵폐기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 하더라도(북한의 핵폐기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라도) 북한과의 평화조약 협상을 시작한다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미국의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시행정부 고위관리 및 아시아 외교관들의 말을 빌어 새롭고 광범위한 대북정책 초안이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됐으며 부시 대통령이 새로운 접근법을 승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지난 해 가을 9.19 공동성명이 발표된 이후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등으로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제시된 새로운 대북접근법은 라이스 국무장관과 그의 최측근인 필립 젤리코프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대북 강경파의 선봉인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부시행정부 고위관리들 사이에서 "폭풍과도 같은 토론" 과정을 거쳤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국무부에 의해 제시된 새 대북정책에 대한 체니 대통령은 입장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또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대북정책에 관한 내부토론에 대해서는 논평할 수 없다며 모든 질문은 국무부 쪽에 알아보라는 입장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이 북한의 핵폐기가 완료된 이후에나 평화조약을 비롯한 양국간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입장에서 6자회담과 평화회담 협상을 병행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배경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북한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부시대통령 임기 내에 북한이 붕괴하든가 핵폐기를 완료할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부시행정부 내의 최근 논의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아시아의 한 고위관리는 "이란이 북한의 뒤를 따르게 해서는 안 된다는, 즉 외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보유를 강행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또 올해초 부시행정부 고위관리들에게만 회람된 북한에 관한 기밀정보(국가정보평가 : NIE)에 따르면 북한은 부시대통령 취임 이후 핵폭탄 6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핵연료를 생산했고, 지금도 대략 1년에 1개 정도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노늄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이라크에서의 정보실패를 거울 삼아 북한이 이 핵연료로 실제 핵폭탄을 만들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한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최근 <워싱턴포스트> 칼럼을 통해 북한 정권교체에 집착하는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키신저는 16일자 칼럼을 통해 "비핵화의 수단으로서 정권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사안을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데이튼협정 성사로 보스니아 내전을 종식시킨 노련한 협상가임을 상기시키면서 "보다 고위층에서의 정기적인 접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일 미국이 6자회담과 병행해서 북한과의 평화조약 협상을 시작하기로 결정한다면 이는 중대한 정책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현재 북한에 대해 압박하고 있는 위폐ㆍ마약 문제나 인권 문제 등도 의제에 포함할 것을 고집한다면 실질적인 정책변화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도 "만일 부시행정부가 (북한의) 정치체제 변화, 인권, 테러리즘, 개방 등을 포괄적 의제에 포함시킬 것을 고집할 경우, 북한이 새로운 협상에 응할지는 결코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부시행정부 관리들은 북한과의 새로운 협상이 시작된다 할지라도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조치는 철회하지 않을 것임을 고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부시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검토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좀더 두고보아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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