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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보건관리에 구멍 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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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보건관리에 구멍 숭숭

부적합 지하수…필터 교환 안 된 정수기…

  최근 두 달 동안 학교의 보건위생 상태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알리는 경보음이 연달아 울렸다.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보건위생 관리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학생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집단 식중독과 집단 결핵 발병
  
  27일 전라북도 교육청은 도내 774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수기와 지하수에 대한 수질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149개 학교 가운데 29개 학교의 지하수가 기준치를 넘는 대장균이나 일반 세균이 발견되어 마시기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라북도의 학교들에 설치된 정수기 총 3197대 중 12%에 해당하는 390대에서 일반세균과 대장균이 기준치 이상으로 발견됐다.
  
  이런 발표는 지난 3월 7일 전북 완주군 게임과학고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태 이후 나온 것이다. 당시 이 학교 학생 40여 명이 일제히 설사와 복통을 호소하며 식중독 증세를 보였다. 당시 전북 교육청은 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이 마시는 물이 오염된 것을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일 전남 완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신체검사 결과 재학생 13명이 폐결핵 양성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이 중 한 명은 결핵균이 활성을 띠고 있어 전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생들의 감염 경로는 현재 진행 중인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보건당국은 학교 안에 감염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교는 많은 학생들이 좁은 공간에 밀집하여 장시간 지내는 곳인데다 단체급식도 이뤄지기 때문에 위생과 환경 관리에 허점이 있을 경우 큰 피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학교의 위생과 환경에 대한 관리는 걸음마 수준이다. 기본적인 관리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부 보고서, 학교 보건위생의 문제점 인정
  
  이같은 인식이 퍼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7일 교육부가 작성한 '2006 학교 보건급식 기본방향 보고서'의 내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발생한 집단 식중독, 폐결핵 집단 감염 등을 미리 예견하고 있었던 듯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에 담긴 학교의 보건위생 상태는 심각하다. 보고서에서 학교 안의 전염병 예방관리에 관한 대목을 살펴보면, 학교 교직원의 결핵 감염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학생들이 장기간 결핵균에 방치된 사례가 눈에 띈다. 지난 6일 전남 완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결핵 감염 사건을 떠올려 보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이 보고서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가금류인플루엔자(AI, 조류독감) 및 소해면상뇌증(광우병) 등의 새로운 전염성 질환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질환에 대한 대책이 미흡할 경우 학교가 전염병 확산의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발생한 급성출혈성결막염이 학교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약 120만 명이 감염되고 1518개 학교가 임시휴업에 들어간 사례가 있다. 이 보고서는 신종 전염병의 예방과 감염자 관리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학생과 교직원이 마시는 물에 대한 관리소홀을 지적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2005년 6월 기준으로 전국 1만1336개 초·중·고교 가운데 15.5%인 1753곳이 상수도 설치가 어려워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이 중 8개 학교가 오염 등으로 식수 부적합 판정을 받은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했다.
  
  또 9328개 학교는 정수기 혹은 냉온수기를 설치하여 먹는 물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대부분의 학교에서 정수기 필터 교환과 내부 청소 등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학교에 설치된 정수기에 대한 수질검사 기록이 없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분기에 전국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정수기 6만2055대 중 3.4%인 2097대가 수질검사를 아예 거치지 않았다. 지난 3월 전북 완주군 게임과학고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건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었던 셈이다.
  
  '2006 학교 보건급식 기본방향 보고서'가 나온 시점이 2월 7일이므로 교육부 역시 식중독 사건과 결핵 집단발병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이런 위험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가 지적한 학교 보건의 문제점, 이제라도 대책 세워야
  
  이 보고서는 소위 '새 학교 증후군'의 위험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2003년부터 '새 집 증후군' 이라는 말이 널리 알려졌다. 이에 빗대 말하는 '새 학교 증후군'이란 학교를 지을 때 사용한 페인트나 건축자재 등에 포함된 포름알데히드나 휘발성 물질이 학생과 교직원에게 일으키는 신체적 증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보고서는 55개 학교를 표본조사한 결과 85.5%인 47개 학교가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 질 관리법'의 기준을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포름알데히드, 일산화탄소, 석면 등의 유해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는 것이다. 특히 석면은 치명적인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 보고서가 지적한 학교 식수관리와 전염병 예방의 문제점은 집단 식중독과 결핵 집단 발병으로 이미 현실화됐다. 문제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보고서가 지적한 '새 학교 증후군'에 따른 피해까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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