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지은 아파트의 실내 유해물질로 인한 '새집증후군'에 대해서 시공사가 배상을 해야 한다는 결정이 처음으로 내려졌다. 한편 해당 업체는 환경부의 이번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귀추가 주목된다.
***환경부, "'새집증후군' 시공사가 피해 보상해야"**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김영화)는 "경기도 용인시에 거주하는 박모씨 일가족 3명이 '새집증후군'을 이유로 용인시와 시공사를 대상으로 1천만원의 피해보상을 요구한 것에 대해, 아파트 시공사(L건설)의 책임을 인정해 이들 가족에게 치료비와 실내 공기질 개선비 등으로 총 303만여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용인시에 대한 배상신청은 기각됐다.
분쟁조정위원회는 "피해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WHO(국제보건기구), 일본, 우리나라에서 유해물질로 인정하고 있는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국립환경연구원에 측정 의뢰한 결과, WHO 및 일본의 권고기준을 크게 초과했다"고 결정 근거를 밝혔다.
분쟁조정위원회는 또 "박씨의 7개월된 딸이 입주 전 피부염을 앓은 적이 없고, 1개월 정도 친척집에 거주하는 동안 상태가 많이 호전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실내 유해물질에 노출돼 피해를 봤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환경연구원의 측정결과 이 아파트의 거실과 방에서 포름알데히드는 각각 151㎍/㎥, 147㎍/㎥이 검출됐고 VOCs도 각각 4,290㎍/㎥, 5,435㎍/㎥이 검출됐다. 이것은 WHO와 일본의 포름알데히드 기준(100㎍/㎥)과 VOCs 기준(400㎍/㎥)을 크게 초과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학원,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 유지 기준은 포름알데히드 120㎍/㎥, VOCs 400㎍/㎥으로 정해져 있으나, 아파트 신축시 기준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
***피해 가족, "외가로 1개월 옮겨보니 상태 호전"**
이번에 피해보상을 요구한 박씨 등은 2004년 1월10일 용인의 새 아파트에 입주한 직후부터 실내 오염 물질로 인해 고통을 당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입주 2주 전부터 난방을 최고로 올리고 환기를 시키는 등(일명 Bake-Out) 실내 유해물질을 배출하기 위한 조치를 했던 박씨 가족은 입주 후 4~5일부터 박씨의 7개월된 딸이 심한 피부염을 앓는 등 '새집증후군'에 시달렸다.
박씨는 "실내에 숯을 비치하고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강구했으나 오히려 딸의 피부병은 심해졌다"며 "4월에 남양주의 외가로 약 1개월간 아이를 옮겨보니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고 주장하며, 그 증거로 아이 피부염 부위의 사진을 제시했다.
***시공사, "수긍할 수 없어" 강력 반발**
이번 결정으로 아파트 신축시 소음ㆍ진동 피해에 국한됐던 아파트 관련 환경 분쟁이 두통ㆍ천식ㆍ피부염 등 '새집증후군' 관련 증상으로 확산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해당 시공사는 분쟁조정위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L건설 홍보실 관계자는 "국내 다른 건설사보다 친환경적인 소재를 마감재로 사용해 왔다"며 "WHO나 일본 기준에 안 맞다고 해서 피해보상을 결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다분히 개인의 민감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증상인 데다, 확실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배상 결정은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가 국내 기준도 안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시공사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문제"라며 "정식재판을 밟는 것과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결정을 수용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쟁조정위 결정은 60일내 이의제기가 없을 경우 조정 결과를 양측이 수용한 것으로 인정되며,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민사재판 등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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