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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가 협상 원한다면 언제든지 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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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하마스가 협상 원한다면 언제든지 응하겠다"

[인터뷰] 이갈 카스피 주한 이스라엘 대사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대부분 테러리스트다."

이갈 카스피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만나러 가는 길은 불편했다. 마침 인터뷰 직전 사흘 동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공격을 감행해 어린이 1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15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는 외신 보도를 접한 까닭이었다.

더욱이 이스라엘 대사관은 '철저한 보안검색'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소지품 등에 신경을 써야 했다. 대사관 관계자들은 '보안상의 이유'라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며 양해를 부탁했지만 주머니 속의 물건들에도 폭탄이 부착됐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그들의 철저한 수색을 보면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심각한 긴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달 31일 연세대학교의 채플 강연에서 "아랍인들은 모두 테러리스트", "팔레스타인 영토를 차지할 권리는 성경에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카스피 대사를 지난 10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만났다.

〈사진 1〉

그는 우선 자신의 강연 내용이 왜곡됐다고 설명했다. "내 강연의 주제와 내용은 늘 같다. 그런데 왜 연세대에서만 내 강연이 문제가 됐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카스피 대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벌어지는 끝없는 공격의 악순환이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같은 싸움의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것은 민간인들이라기보다는 테러리스트들"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의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들 중에는 어린이도 있었다고 말해주자, 그는 "그 어린이는 테러리스트인 아버지가 데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명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비해 강국이다. 군사적으로도 그렇고 미국과 같은 든든한 우방국도 있다. 카스피 대사는 "저쪽에서 공격을 퍼붓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이스라엘의 공격 자체는 기본적으로 팔레스타인의 테러를 멈추기 위한 것이지 싸움을 위한 싸움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민간인 희생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엉망인 상황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물론 대사의 발언의 의도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을 바란다"는 것이었지만 섬뜩한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지금보다 더 엉망인 상황'이 가능할까.

그는 최근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정권을 잡은 하마스에 대해서도 "하마스는 총선에서 권력을 잡은 후 이스라엘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대화를 지속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카스피 대사는 이스라엘 정부의 기본 입장은 "두 나라의 공존을 위해 테러와 같은 폭력으로 서로 상처를 주지 말고 서로 존중해주자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대사의 말처럼 서로 죽고 죽이는 비극을 넘어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날이 오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지난 6일 카스피 대사의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강연에서 만났던 한 학생의 말이 떠올랐다. 유럽의 한 국가에서 한국으로 유학 왔다는 그는 수업 내내 카스피 대사의 강연 내용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수업 후 만난 그 학생은 기자에게 카스피 대사의 수업을 들은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도 남과 북이 서로 마주보며 때로 대립하고 있지 않은가. 남한과 북한은 국경도 마주하고 있으며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다른 사회다. 그런데 북한만 모든 부분에서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지금 카스피 대사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자기네들은 다 옳고 우리는 다 틀렸다는 것이다. 그건 잘못된 말이다."

다음은 카스피 대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하마스 집권 이후 팔레스타인 정부는 테러를 부추기고 있다"**

프레시안 : 먼저 〈프레시안〉의 지난 5일자 기사에 나왔던 연세대 채플 강연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서의 강연에서는 본인이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부정했다. 하지만 〈프레시안〉은 수업에 참석한 학생들과 연세대 교목실을 통해 대사의 발언 내용을 여러 경로로 확인한 후 보도했다. 그때 무슨 얘기를 했었는지 직접 얘기해달라.

이갈 카스피 대사 : 일단 "아랍인들은 모두 테러리스트"라고 말한 적은 없다. 아랍인들 중 일부가 테러를 저지른다는 얘기를 한 것이지, 모든 아랍인들이 테러리스트라는 말은 아니었다. 아랍 지도자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아랍인들은 자기 지도자를 선출할 권리를 일반적으로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지도자와 일반 아랍인은 다르다. 또 나는 아랍의 여러 나라들이 석유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한 것이지 "아랍권 국가들이 석유 외에는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얘기하지는 않았다.

"팔레스타인 영토를 차지할 권리는 성경에 있다"는 발언의 경우, 그곳에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의미였고 점령할 권리라는 뜻은 아니었다. 성경을 언급한 것은 맞지만, 완전긍정 혹은 완전부정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최근 이화여대, 한양대 등 곳곳에서 강연을 많이 했다. 내 강연의 주제와 내용은 늘 같다. 그런데 왜 연세대에서만 내 강연이 문제가 됐는지 모르겠다. 더욱이 그 채플 강연의 경우 내게 주어진 시간은 30여 분뿐이었다. '중동 평화'라는 주제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시간이었고, 학생들과 질의응답할 시간조차 없었다.

프레시안 :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얘기해보자. 이스라엘군이 지난 7일 이후 가자지구에 사흘 연속 공격을 해 팔레스타인인 15명이 숨진 일이 있었다. 이스라엘은 자국이 늘 테러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해 삶의 불안을 느끼고 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카스피 대사 :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분쟁은 단지 오늘의 상황만이 아니라 그 첫 시작점을 먼저 봐야 한다. 지난해 8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철수한 후 팔레스타인은 그 지역을 새롭게 정비하고 건설하는 것 대신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선택했다. 그곳에서 매일 이스라엘로 폭탄이 날아오고 있다.

그 뒤로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정권을 잡은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서도 그같은 비극을 막기보다는 오히려 전쟁이나 테러를 부추기고 있다.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체포하지 않겠다고 정부가 발표한 것이다. 정치적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너무 많은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같은 싸움의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것은 민간인들이라기보다는 테러리스트들이다. 민간인 사망률은 매우 낮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양국의 관계가 악화되어 있기는 했으나 서로 대화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어떤 대화의 통로도 막혀 있다.

***"폭력사태는 불행한 일…저쪽서 공격해 오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나"**

프레시안 : 이-팔 분쟁의 '첫 시작점'을 얘기했는데, 어찌 보면 그 시작점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살고 있는 땅에 이스라엘이 들어오면서 시작된 것 아닌가?

카스피 대사 : 시작점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도 끝도 없다. 성경에 나온 역사까지 올라가야 하지 않나. 분명한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 땅에서 사는 것은 절대 협상할 여지가 없는 마지노선이라는 것이다. 그 땅 전체가 아니라 그 일부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살아야 한다는 것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지혜롭게 양측이 그 땅에서 서로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현재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프레시안 :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을 얘기했는데, 공존이라는 것은 서로 함께 산다는 의미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이스라엘도 소위 '양보'가 필요한 것 아닐까.

카스피 대사 : 사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되기 이전까지 양국은 경제적으로는 한 나라처럼 지내 왔다. 그런데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테러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사태가 점점 악화돼 보안벽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그 전에는 그런 보안벽 없이도 서로 잘 살았다. 그러나 지금도 팔레스타인과의 협조체제를 위해 무엇이든 협상은 가능하다는 것이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이다. 팔레스타인이 전기가 필요하다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저쪽에서 우리의 전기를 거부하고 이집트에서 얻어오겠다고 하는 것이다.

〈사진 2〉

또 이스라엘이 가진 여러 인프라들, 예를 들어 항구나 공항도 이용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로 일을 하러 왔었다. 지금은 양측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그 수가 많이 줄어 중국이나 대만에서 노동자들을 데려온다. 바로 옆에 일할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어리석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에서 생산된 농작물도 양측의 긴장관계로 수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여러 문제들에 대해 팔레스타인과 협상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에 앞서 테러와 같은 폭력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양측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협정이 맺어져야 한다.

프레시안 : 한 가지 확인하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해 공격을 하는 것은 자기방어의 측면이라는 얘기인가?

카스피 대사 : 당신도 알겠지만 서로 싸움이 났을 때 한 쪽이 그 싸움을 원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계속 시비를 걸어오면 어쩔 수가 없다. 저쪽에서 공격을 퍼붓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이같은 폭력사태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이스라엘의 공격 자체는 기본적으로 팔레스타인의 테러를 멈추기 위한 것이지 싸움을 위한 싸움은 아니다. 우리는 결코 민간인의 희생을 바라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그런 것을 바랬다면 지금보다 더 엉망인 상황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겠나.

***"사망자는 대부분 테러리스트…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정 않는 것이 문제"**

프레시안 :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비교해 보면, 이스라엘이 군사적으로 더 강국인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더욱이 대사는 사망자의 대부분은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말했지만 여러 언론 보도들을 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해 민간인들의 희생이 매우 큰 것은 사실이지 않나.

카스피 대사 : 군사력이라는 힘으로 따지자면 물론 이스라엘이 더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없애려고 한다면 팔레스타인을 이미 없앨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이스라엘 정부가 원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양측이 공존하는 것임을 알 수 있지 않나.

더욱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하는 것은 테러리스트들이다. 지난 7일부터의 공격으로 한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사망했다고 하는데 이 어린이는 테러리스트인 아버지가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작전지역에 민간인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서 방지하기는 참 어렵다.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의 근원지를 찾아서 공격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마을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그들이 먼저 민간인 마을 바로 뒤에서 로켓을 쏘아 올려 생기는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 역시 민간인 피해를 바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최근 팔레스타인 총선으로 집권한 하마스 얘기를 해보자. 하마스는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권력을 잡았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이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마스 집권 이후 이스라엘이 대신 걷어서 넘겨주던 월 5500만 달러의 세금도 제3의 계좌에 이체시키는 등 다각도로 하마스를 압박하고 있다. 결국 이스라엘의 이런 압박으로 인해 하마스도 선택지가 별로 없는 것이 아닌가.

카스피 대사 : 일단 무엇보다 팔레스타인이 민주적 사회가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팔레스타인이 총선을 통해 자치정부를 만드는 것 자체가 싫었다면 여러 사전조치를 할 수 있었겠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 하마스가 총선에 참여한 것도 우리가 방해하지 않았다. 물론 하마스는 교육·의료 등 여러 좋은 공약을 내걸었지만 우리가 제일 관심이 가는 것은 아무래도 대(對)이스라엘 정책이다. 그런데 하마스는 총선에서 권력을 잡은 이후 이스라엘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떻게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대화를 지속할 수 있겠는가. 이 부분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

중국의 〈신화통신〉 2일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의 신임 외무장관인 마흐무다 알-자하르가 "나는 나의 가자지구 고향에 이스라엘의 이름이 표기되지 않은 세계지도를 걸어놓는 꿈을 꾼다. 나는 (이스라엘을 포함해서)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의 영토인 곳에 우리의 독립적인 국가를 건설하는 꿈이 이뤄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외무장관 조차도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하마스는 우리에게 돈을 받기를 원한다. 지금까지 지급해 오던 세금을 우리에게 받아 그 돈으로 무기를 사려고 하는데 당신이라면 줄 수 있겠는가. 더욱이 하마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것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미국도 마찬가지다. 아랍권도 그렇다. 지난달 29일 아랍연맹 정상회의에서도 하마스 자치정부를 지지한다는 결의만 채택했을 뿐 재정지원 얘기는 빠졌다. 이런 것들을 보면 아랍 국가들도 하마스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리는 세금이 하마스 정부로 가는 것은 차단시켰지만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국제기구나 NGO를 통한 지원책을 찾고 있다.

***"샤론 총리의 정책은 새 정부에서도 지속될 것"**

프레시안 : 이스마일 하니야 팔레스타인 총리가 지난달 3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글을 보면 "문제는 오히려 팔레스타인의 특정 그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우리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데에 있다. 하마스는 평화를 원하며 유혈사태를 끝내고 싶다"고 얘기했다. 하마스 역시 평화를 원하고 있는 것 아닌가.

카스피 대사 : 나는 그 글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고위 관리들은 여러 경로로 이스라엘과의 공존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BBC〉의 5일 보도를 보면 최근 팔레스타인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공문을 통해 이스라엘과의 공존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냈다가 그 발언을 취소시켜달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프레시안 : 이스라엘은 9일 안보각료회의를 열어 하마스가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적대세력으로 규정하고 자치정부와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기로 했다고 한다.

카스피 대사 : 관계 단절이라 함은 군사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보안협력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하마스가 협상을 원한다면 우리도 언제든지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스라엘 내부 얘기를 해보자. 1월 4일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11일 '영구적 무능력자' 판정을 받고 정치적 생명을 끝냈다. 샤론 총리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에 지난달 28일 총선에서 카디마당을 승리로 이끈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대행이 샤론 총리의 후계자로 공식 지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향후 이스라엘 정국은 어떻게 될까?

카스피 대사 : 샤론 총리 이후 새 총리가 임명되더라도 샤론 총리의 정책은 그대로 계승될 것이다. 과거처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섞인 것이 아니라 완전히 독립해서 공존하는 '2국가 체제'로 가는 것이 이스라엘의 기본정책이다. 이에는 변함이 없다. 그 외에도 각종 소수당들의 정책을 통합해서 되도록 많이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새 정부가 추구해 나갈 것이다. 단지 어떤 당이 다수당이 되는가에 따라 언제 하느냐,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 나라의 국경을 어디로 하느냐는 등의 문제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인 정책은 같다.

프레시안 : 노동당과의 연정은 어떤가?

카스피 대사 : 카디마 당은 샤론의 당이다. 노동당과의 연정 문제를 지금 말하기는 좀 이른 단계이고, 각 당의 입장이 다르기도 해 어떻게 실현될지는 잘 모르겠다. 누구나 아는 바이지만 정치인들은 별 말을 다한다. 노동당, 카디마당 모두 이렇게 저렇게 얘기하는데, 실질적으로 정부가 탄생해봐야 어떤 식으로 실행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15일 이스라엘이 올 봄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개별협력프로그램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NATO 가입설은 종종 흘러나온다. NATO 가입 건은 어떤가?

카스피 대사 : 이스라엘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힌 바도 없고 동의하지도 않았다. 더욱이 NATO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NATO 자체가 유럽의 기구인데다 이스라엘은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하다 하더라도 너무나 작은 나라다. 이스라엘이 국제기구에 가입할 때는 우리 정부 자체의 결정도 그렇지만 그 쪽에서 논의가 되어야 한다.

***"이란이 IAEA 핵사찰 받아들여야"**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이란 문제를 얘기해보자.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지난 2월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공격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데 왜 이란의 핵활동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냐는 지적도 있다.

카스피 대사 : 우리는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가까이 있는 국가도 아니다. 그런데 이란은 세계의 여러 나라 가운데 오직 이스라엘만을 꼭 집어 적국이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일단 우리는 왜 이란이 우리를 적국으로 생각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두 번째로, 이란 정부는 레바논이나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 조직을 지원하고 있다. 이란이 핵활동을 재개하는 것에 대해 이스라엘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사진 3〉

다행스럽게도 이란의 야망은 이스라엘과 이란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사안이 됐다. 이스라엘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이다. 이란은 핵무기를 가지고 싶어 하는 자신들의 야망을 속이고 있다. 핵활동을 한다고 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국제기구의 핵사찰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사찰을 거부하는 것은 핵무기 개발의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또 이스라엘이 핵을 가졌다고 단정하는데 우리 정부는 핵무기를 가졌다고 인정한 적이 없다.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은 이스라엘이 중동에 핵무기를 제일 먼저 소개하는 나라가 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 관점이 기본입장이다.

프레시안 : 핵무기를 가지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카스피 대사 : '핵무기가 있다 없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핵무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일은 절대 없다는 얘기다. 우리는 중동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 문제는 언급할 가치가 없다. 중동을 비핵화 지대로 만드는 데 대해 이스라엘도 동의했다. 중동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는 다소 의문스럽지만 중요한 것은 중동의 국가들이 서로 대화와 협력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신뢰를 쌓는 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와 대화하지 않겠다고 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중동평화의 전망에 대해 얘기해달라.

카스피 대사 : 당신이 만약 30년 전에 혹은 20년 전에 나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면 좀 다른 대답을 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다소 비관적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오래 전에는 중동 평화를 얘기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었고, 반면 또 두 달 전만 하더라도 평화의 실현은 가능해보였다. 중동의 정세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오늘 비록 비관적이라 하더라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과의 분쟁만 하더라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지금처럼 우리의 존재를 계속 부정하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또 그렇게 되어 팔레스타인이 고립되면 시민들이 그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고 결국 팔레스타인도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한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으니 평화가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에게 이스라엘을 사랑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두 나라의 공존을 위해 테러와 같은 폭력으로 서로 상처 주지 말고 존중해주자는 것이다. 그렇게 논의하다 보면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프레시안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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