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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는 이스라엘이다'

하마스 소속 팔레스타인 총리 "평화 위해 손 내밀겠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국내 한 대학의 강연에서 "아랍인들은 모두 테러리스트"라고 말해 파문을 몰고 온 가운데 이스라엘 건국 후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인에게 가했던 폭력을 새롭게 인식하자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에 〈프레시안〉은 최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신임 총리로 임명된 이스마엘 하니야의 글을 소개함으로써 '테러리스트'로 왜곡된 팔레스타인인들이 왜 그토록 이스라엘에 저항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지난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압승한 강경 이슬람 단체 하마스의 지도자인 하니야 총리는 지난달 31일 영국의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이 글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정의로운 평화가 아니면 평화를 논하지 말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하니야 총리는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땅에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의 기본권을 인정하겠다는 약속을 할 때까지 저항운동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이스라엘의 폭력을 두둔하는 서구의 '이중잣대'에 대해서도 강력 비난했다.

다음은 하니야 총리의 기고문 전문이다. 번역은 국내에서 팔레스타인 평화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인 팔레스타인평화연대(www.pal.or.kr)가 도움을 주었다. 원문은 http://www.guardian.co.uk/comment/story/0,,1743628,00.html에서 볼 수 있다.

〈사진〉

***정의로운 평화가 아니면 평화를 논하지 말라(A just peace or no peace)**

미국과 유럽의 정책결정자들은 그들의 수치스러운 이중잣대에 대해 어떤 부끄러움도 없는가.

1월에 있었던 팔레스타인 총선 이후, 아니 그 이전부터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하마스가 특정한 요구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인정할 것, 저항운동을 중단할 것,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이 과거에 합의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 등.

그러나 우리는 이번 주 실시됐던 이스라엘 총선에 참여한 이스라엘 정당들에 대해서는 단 한 건의 요구사항도 들어본 바가 없다. 이스라엘 정당 중에는 우리 팔레스타인인들을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완전히 축출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떠드는 정치세력도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번 총선에서 제1당이 된 카디마당만 해도 그렇다. 그 당의 전신인 리쿠드당은 평화정착을 위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모든 협상 노력을 좌절시켰으며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들을 모두 무시하는 선거 강령에 따라 선거운동을 진행한 당이 아닌가. 카디마당의 에후드 올메르트 현 이스라엘 총리대행의 일방주의적 정책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그런데도 그 누구도 올메르트에게 감히 아무 것도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전임자인 아리엘 샤론이 그랬던 것처럼 올메르트 또한 평화 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제안을 끊임없이 무시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올메르트의 일방주의는 그가 현 분쟁 상황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방식이다. 그의 일방주의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들로부터 불법적으로 점령한 땅에 대규모의 유대인 점령촌을 건설함으로써 팔레스타인 땅을 잘게잘게 쪼개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의 땅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상황을 영구화시키겠다는 계획에 다름 아니다.

양측의 적대를 종식시키는 것에 대한 대가로,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포함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점령한 모든 땅에서 물러날 것, 모든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할 것, 모든 점령촌의 이스라엘 주민들을 철수시킬 것, 그리고 모든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귀환할 권리를 인정할 것 등의 보장이 없이는 올메르트의 어떤 계획도 실행되지 못할 것이다.

PLO를 포함한 팔레스타인의 모든 당파와 민중들은 이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특정 팔레스타인 그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우리의 기본권을 부정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하마스는 평화를 원하며 유혈 사태를 끝내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1년 간 호혜주의 없는 이스라엘측의 일방적인 휴전만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을 뿐이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세계의 강대국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우리에게 더 이상 "이스라엘이 존재할 권리 인정"이나 "저항운동 중단"에 대해 떠들지 말라. 적어도 이스라엘로부터, 불법 점령한 땅에서 철수하고 팔레스타인의 기본권을 인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때까지 말이다.

현 올메르트 총리 대행의 계획 하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처한 상황은 나아지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땅은 여전히 점령되어 있을 것이며, 우리의 민중들은 노예처럼 구획된 땅에 갇혀 점령 권력으로부터 갖은 억압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잃어버린 우리의 땅과 자유를 되찾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투쟁할 수밖에 없다.

평화적 수단은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건설적이고 공정한 과정 속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 우리는 서구사회가 현 분쟁상황을 대하는 시각, 팔레스타인인들을 열등한 위치로 간주하는 인종주의적 시각에 신물이 난다.

우리는 희생자이지만 평화를 위해 손을 내밀겠다. 그러나 우리의 손은 그 평화가 정의에 기반할 때 내밀 수 있다. 그럼에도 만약 이스라엘이 자신의 방위권이라는 명목 하에 팔레스타인인들을 계속 공격하고, 죽이고, 집을 파괴하고, 온갖 제재를 부과하고, 집단적 처벌을 가하고, 감옥으로 잡아들인다면, 우리 또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

하마스는 자유롭고 공정하게 선출됐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하마스에 대한 신임을 보여주었으며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옹호하고 올바른 정부를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이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맹세했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민주적인 선택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미국의 몇몇 동맹국들에게서처럼 거부당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끈질기게 고수할 것이다. 우리의 친구들이 그 간극을 매워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우리는 전세계의 사람들, 우리의 투쟁을 인정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 지금은 평화를 일궈나가기에 좋은 시기다. 전세계가 평화를 원하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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