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택 탈당…"우리당 지도부의 패권적인 사당화"

우리당 "전략공천으로 의원 돼 놓고선"…공천 반발 '곤혹'

권선택 의원(대전 중구)이 27일 열린우리당을 공식 탈당했다. 그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은 열린우리당은 더 이상 개혁을 논할 자격이 없다"며 당의 대전시장 전략공천 방침을 강하게 비난했다.

열린우리당은 "잘못된 선택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권 의원의 탈당을 비난하면서도 추후 잇따를 수 있는 공천 반발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정치개혁-정당개혁 공허한 외침"**

권 의원은 이날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나는 모든 기억을 뒤로 하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한다"며 "열린우리당 창당 때 가졌던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의 외침은 이제 우리당에선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당 지도부와 대전 시당의 모습은 일방적인 패권주의 아래 집권여당을 사당화시켰으며 그 어떤 명분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특히 "염홍철 대전시장은 이번 대전시장 공천과정에서 특정인을 밀어주기 위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야합과 일방적인 편가르기를 자행했다"며 "더구나 당헌과 당규가 정한 원칙을 지키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경선을 하자는 요구를 단 한번의 지도부 면담이나 정당한 이유와 해명도 없이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주 금요일 대전지역의 국회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전략공천을 강력하게 촉구했다는 말을 듣고 저는 더 이상 우리당에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며 "이제 저는 그 분들의 판단과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향후 거취에 대해선 "당분간 무소속으로 남아 마음을 정리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중심당에 입당하거나 무소속으로 대전시장에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선 "나는 '시장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권 의원 측은 "당은 물론이고 충청지역 다른 의원들이 최소한의 의원 대우도 안해줬다"며 "탈당하겠다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쳐다보지도 않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의 말대로 권 의원의 탈당 배경에는 충청권 의원들이 집단으로 염동연 사무총장을 만나 염홍철 대전시장을 다시 전략공천 해달라고 간청한 것에 대한 '배신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의 거취와 관련해선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국민중심당에 입당하는 방안이나, 당분간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지방선거 후 정계개편을 기다리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당 "선후가 바뀌었고 납득하기도 힘들어"**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권 의원의 탈당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반박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대전에서 경선을 하지 않겠다고 한 바 없고, 염홍철 시장도 어제 경선을 피할 이유가 없다는 보도자료를 돌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 대변인은 "경선 요구가 권 의원의 목적이라면 염 시장의 보도자료를 보고 오늘 기자회견을 취소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당한 것은 경선 요구는 탈당에 대한 명분일 뿐이며 예정된 수순에 따라 탈당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간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권 의원이 충청지역 정치적 변화와 관련해 탈당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우 대변인은 이어 "권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경선 없이 전략공천 해달라고 지도부에게 간청했고, 그 결과로 전략공천을 받은 분"이라며 "자신이 국회의원 나올 때는 경선 없이 전략공천을 받고, 이제는 전략공천이 개혁 후퇴라며 예정된 탈당을 한 것은 아무리 봐도 선후가 바뀐 것이고 납득하기 힘든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충청권의 구논회 의원도 "동료 의원들에게 서운함이 있다고 해도 당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이를 탈당의 명분으로 한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계안 "전략공천은 안되지만 탈당도 당원도리 어긋나"**

그러나 주요 광역단체장에 대한 당의 전략공천 방침이 사실상 굳어지고 있는 상태여서 당 지도부의 방침과 출마의사를 밝힌 개별 후보자 간의 크고 작은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강현욱 전북도지사는 당의 경선 방식에 반발해 경선 불참을 선언했으며 조만간 탈당이 예상된다.

또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에게 올인한 서울시장 후보 선출에서도 잡음의 소지가 있다. 이계안 의원은 앞서 "강 전 장관을 경선 없이 전략공천 할 경우 의원직 사퇴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배수진을 쳤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날 "권 의원처럼 탈당이나 의원직 사퇴 같은 것은 피하고 싶다"며 "전략공천이 되더라도 그에 불복하는 것은 당원의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고 한발 물러났다.

이 의원은 다만 "경선은 당헌당규에 따라 가장 합법적이고 가장 효과적으로 국민들 앞에 후보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정책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지지도를 높이는 방안"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경선방식에 지지를 보내지 전략공천에 대해 지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당 지도부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