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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고건, '전북 1라운드'…성적표는 강현욱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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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고건, '전북 1라운드'…성적표는 강현욱 손에?

與, 고건 전북行 맹비난…고건 "신경 안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고건 전 총리의 23일 전북행(行)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정동영 의장의 전북 방문과 날짜를 겹쳐 잡은 것이 여당 행사에 재를 뿌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선이다. 정 의장과 고 전 총리는 같은 전북 출신으로 경쟁 관계에 있다.

특히 우리당 소속이면서 최근 탈당설이 나도는 강현욱 전북지사와 고 전 총리의 회동에 우리당 지도부는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당 "고건 전북 방문은 예의에 어긋나"**

이날 전주의 전북도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배숙 최고위원은 "원래 타당의 대표가 중요한 행사를 할 때에는 조율하고 피해주는 것이 예의이고 관례"라며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면 사려깊지 못한 행위"라고 공격했다. 그는 "고 전 총리의 평소 인품을 봐서 깊이 생각했을 텐데 오늘 전북 방문은 아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도부의 전북 방문에 동행한 주승용 의원도 "고 전 총리가 스스로 정치에는 거리를 두겠다고 하면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새만금 지역에 여당 지도부가 올 때 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공격했다.

주 의원은 특히 고 전 총리와 강 지사의 회동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많다"며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을 매지 말라고 했다. 내부 경선을 하는 강 지사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호랑이는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 자존심이 있는 반면, 하이에나는 죽은 고기나 썩은 고기도 좋아하고 싸울 때 상처 난 부위만 있으면 그 부위를 집중 공격하는 짐승"이라고 극단적인 비유를 하기도 했다.

양기대 수석부대변인이 "주 의원의 발언은 고 전 총리를 하이에나로 비유한 것이 아니라 고 전 총리가 호랑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는 뜻"이라고 추후 해명했다.

***고건, 강현욱과 비공개 단독 회동**

여당의 민감한 반응에 고 전 총리 측은 "이미 3개월 전에 약속된 일정"이라고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여당의 '하이에나' 발언 등에 대해선 "별다른 코멘트를 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일축했다.

고 전 총리는 여당 지도부의 신경전에 맞대응 대신 새만금 시찰, 전북대 강연, 강현욱 지사와의 회동 등 짜여진 일정을 소화하는 데에 주력했다.

고 전 총리는 전북대 강연에선 전북 지역과의 깊은 인연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이 전주북중 출신인 점, 군산 옥구를 지역구로 국회의원을 했던 점 등을 강연회의 첫머리에 거론했다.

그는 "전북대 제2대 총장이었던 나의 선친께서 늘 애정어린 마음으로 전북대 시절을 회상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고 전북과의 '대 이은 연고'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고 전 총리는 이어 강현욱 지사와는 별도의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만나 우리당의 신경을 건드렸다. 강 지사는 최근 1차로 마감된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으며 고 전 총리와의 회동을 계기로 탈당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상당수다. 인지도와 경쟁력이 만만치 않은 김완주 전 전주시장과의 경선이 부담스러운 까닭이다.

강 지사는 이날 군산에서 열리는 열린우리당 정책간담회에서 정 의장도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고건-정동영 '전북 힘겨루기'의 첫 번째 승부는 조만간 드러날 강 전 지사의 거취 표명으로 판가름 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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