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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행동' 할 수밖에 없었던 팔의 '고독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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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행동' 할 수밖에 없었던 팔의 '고독한' 싸움

용태영 기자 "무장세력,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증오 대단"

14일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에 의해 납치됐던 KBS 용태영 두바이 특파원이 하루 만에 무사히 석방됐다. 용 기자는 "본의 아니게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납치범들이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왜 '미안한' 행동을 했던 것일까? 용 기자는 하루 동안의 긴장 탓인 듯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팔레스타인의 '고독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PFLP "예리코 사건 알리기 위해 당신 잡아왔다. 미안하다"**

용태영 기자는 석방된 직후 16일 새벽 0시 10분께(우리시간) KBS 2TV 〈시사투나잇〉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납치된 것이 "외국인들에 대한 무차별 납치"였을 뿐 한국인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용 기자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그렇게까지 위험하지는 않았는데 상황이 돌변했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상황이 돌변했다"고 납치된 당시의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16일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를 통해 "무장세력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가 대단했다"며 "그들은 언제든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용 기자는 "납치범들은 '이스라엘이 교도소를 습격해 우리 지도자가 잡혀갔다. 이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당신들을 잡아왔다.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에 용 기자의 석방 협조조건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내용도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지역 예리코 교도소에서의 철수와 이스라엘군에 의해 잡혀간 아흐마드 사다트 PFLP 지도자의 신병 안전 등을 위해 한국 정부가 협조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예리코 교도소에 팔레스타인 분노 확산…총파업까지**

용 기자가 "팔레스타인의 상황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돌변했다"고 말한 것에서 14일 이스라엘군의 예리코 교도소 기습 습격 사건 이후의 팔레스타인의 긴장된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용 기자는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석방됐으나 팔레스타인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측은 이스라엘군이 14일 예리코 교도소를 공격하고, PFLP 지도자 아흐마드 사다트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한 것에 항의해 15일 총파업에 나섰다.

가자 및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모든 학교와 상점의 문은 굳게 닫혔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군의 이같은 행동에 항의하는 총파업에 들어갔다.

또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도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적인 보복을 천명하고 나섰으며 유럽 순방길에 오른 압바스 수반도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느끼는 긴장감의 수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팔레스타인 보안당국은 이스라엘군의 교도소 공격 직후 치안상황이 급속히 악화되자 가자지구에 머물고 있는 모든 외국인들에게 철수를 권고했다.

***이스라엘은 더욱 강경 "사다트 재판에 세울 것"**

팔레스타인의 이같은 분노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좀처럼 미안한 기색이 없어 보인다.

이스라엘은 사다트 등 6명을 이스라엘 각료 살해 혐의로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의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지만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그(사다트)를 재판에 세울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PFLP와 하마스가 보복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비상 경계 태세 수위를 두 번째 높은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스라엘은 군과 경찰 수천 명을 동원해 팔레스타인측의 있을지 모를 공격에 대비하고 있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역 내 교도소에 대한 공격으로 시작된 양국 사이의 긴장은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아무런 힘이 없다"…美ㆍ英 등에 업은 이스라엘과의 고독한 싸움**

용 기자는 저항세력들이 "우리는 아무런 힘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용 기자는 PFLP의 한 간부가 "세계에 우리 입장을 알리고 싶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고 했다.

이 간부는 "그들(이스라엘)은 비행기와 탱크가 있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고 용 기자가 전했다. 용 기자가 전한 PFLP측의 말 속에서 그들이 하루 동안 인질극을 벌인 이유와 함께,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무력감을 엿볼 수 있다.

이스라엘은 실제 교도소를 기습 공격하는 과정에서 헬기와 탱크, 불도저를 대거 동원했다. 탱크와 중장비로 교도소 담을 부수고 교도소 경내로 들어가 감방 건물을 에워싼 뒤 확성기로 200명의 모든 재소자에게 투항을 요구한 것.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이 재소자들을 감방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탱크와 기관총 사격까지 가해 팔레스타인 경비원 2명이 죽고 최소 26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스라엘군은 '무력'을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서 마음대로 사용하고 사다트 등 레하밤 지비 이스라엘 관광장관 살해 사건 관련자 6명을 임의로 체포했으며, 팔레스타인 경찰관 280여 명을 일시 구금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같은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기습 공격에 미국과 영국은 '모른체' 해줬다. 현지 언론들은 예리코 교도소에 감시요원을 파견해 관리해 온 미국과 영국의 감시요원들이 이스라엘군의 공격 직전 모두 철수했다고 전했다.

비록 이스라엘인은 아니지만 인질을 납치해서라도 세상에 이 일을 알리고 싶었다는 PFLP 한 요원의 말로부터 미국과 영국의 지원 속에 활개치고 있는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의 '고독한'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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