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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용태영 특파원,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피랍

용 기자 "우리 정부가 최선 다해달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KBS 용태영(41) 두바이 주재 중동특파원을 납치했다.

외교통상부와 KBS 등에 따르면 용 기자는 카메라맨 1명과 함께 이날 오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하마스 취재를 목적으로 들어가 하마스 관계자 인터뷰 등을 진행하다 이스라엘의 예리코 교도소 진입으로 주변 상황이 악화되자 오후에 숙소인 알 데이라 호텔로 돌아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은 오후 1시경 호텔로 들어와 손님들을 모두 레스토랑으로 몰아넣었고 용 특파원은 방으로 피신했지만 그를 쫓아온 무장세력에 의해 피랍을 면하지 못했다.

〈사진〉

현장에는 용 기자와 동행한 KBS 카메라 기자 신상철 씨도 함께 있었지만 무장괴한들은 용 기자와 프랑스인 2명 등 다른 외국인들만 끌고 가 신 씨는 다행히 납치를 모면했다.

이날 공개된 피랍자 사진에는 용 기자 외에도 프랑스인 여기자와 남기자의 모습이 보였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은 팔레스타인 무장요원들이 이날 가자와 서안지구에서 최소 외국인 9명을 납치했다고 보도했다.

***신변 이상은 없어…담담한 표정으로 인터뷰**

용 기자는 〈로이터〉 통신을 통해 공개된 비디오테이프에서 자신의 신분을 침착하고 분명하게 밝히며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상황이 복잡해서 억류됐는데 우리 정부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가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면에서 용 특파원은 벽을 배경으로 소파에 앉아 담담한 표정으로 입장을 밝혔으며, 그가 손에 쥔 마이크에는 아랍계 방송사로 보이는 로고가 붙어 있었고, 그가 인터뷰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복도에서 무장요원 4∼5명이 포착됐다.

무장세력은 용 특파원 이외에도 다른 피랍자들을 차례로 인터뷰해 로이터 등의 외신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 특파원과 동행 취재했다가 무사 귀환한 카메라맨 신상철 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호텔 밖에서 취재를 하다가 상황이 위험해져 호텔로 들어왔고, 방으로 피신해 있던 상황에서 무장세력들이 들어와 용 기자를 납치해갔다"고 말했다.

신 씨는 현재 현지 우리측 공관으로 피신해 있는 상태다.

지난 1989년 KBS에 입사한 용태영 기자는 지난 2004년부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지국에 주재하는 KBS 중동 특파원으로 활동해 왔으며 그동안 수 차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현지에서 취재를 해 왔다.

***이스라엘의 예리코 교도소 공격에 대한 반발인 듯**

이날 납치행각을 벌인 세력은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 산하의 '체게바라 여단' 소속 무장요원들로 추정되고 있다.

이 단체는 야세르 아라파트의 뒤를 이어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이 맡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산하의 무장전위 조직으로 하마스보다도 더 강경한 노선을 견지해 왔다. PFLP는 2001년 레하밤 지비 당시 이스라엘 관광장관을 암살하는 등 지난 1960~70년대에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테러형 저항공격을 주도했다.

PFLP는 이스라엘이 이날 미국과 영국이 감시요원을 파견해 관리하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예리코 교도소를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외국인들을 납치한 것으로 분석된다.

예리코 교도소에는 지비 이스라엘 관광장관을 암살한 혐의로 PFLP의 지도자 아흐메드 사다트가 수감중이었다.

이스라엘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지난 7일 한 집회에서 이 감옥에 수감된 사다트를 석방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빌미삼아 이날 군부대를 동원해 공격을 개시했다.

이스라엘군은 탱크와 중장비로 교도소 담을 부수고 교도소 경내로 들어 가 감방 건물을 에워싼 뒤 확성기로 일단 모든 재소자의 투항을 요구했다. 이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경비원 1명과 재소자 1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부상했다.

이에 앞서 미국인을 납치한 무장세력은 이스라엘이 사다트를 살해할 경우 인질을 죽이고 미국과 영국의 영사관을 전면 공격하겠다고 위협했었다. 현지 언론은 이날 공격으로 재소자 200여 명 가운데 150여 명이 투항했으나 사다트와 그의 측근 5명을 포함한 나머지 재소자들은 투항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도소에 파견된 미·영 관리요원들은 이스라엘 군이 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자리를 피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날 공격을 긴밀히 공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팔레스타인 보안부대 대변인 "몇 시간 안에 풀려날 것"**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14일 용 기자를 포함한 외국인 인질들을 석방시키기 위해 해당 무장단체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용 기자 등이 납치되는 과정에서 디라호텔 주변에서 무장세력과 팔레스타인 보안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져 무장요원 1명이 사망했다.

가자에서는 스위스인 국제적십자사 요원 1명과 호주인 2명이 납치됐고, 요르단강 서안 예닌에서도 미국인 대학교수 1명이 납치됐다. 그러나 호주인과 미국인은 곧바로 풀려났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 유니스 지역 보안부대의 아베드 사타리 대변인은 국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용 기자가 불과 몇 시간 안에 풀려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타리 대변인은 예리코 교도소에 수감중인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 지도자 아흐메드 사다트의 신병을 이스라엘이 인수한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무장세력들이 외국인들을 납치한 것일 뿐 인질들을 해칠 뜻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인 4명을 납치해 두 명을 석방하고 기자 두 명만을 억류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무장 단체들의 목적이 자신들의 뜻을 세계에 알리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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