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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DVD 시장, 여전히 성장 가능성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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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DVD 시장, 여전히 성장 가능성있어

[뉴스메이커] 워너홈비디오 코리아 이현렬 사장

스크린쿼터가 반토막이 나는, 이 엄혹한 FTA시대에 DVD 시장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다소 한가하게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하물며 미국 자본의 첨병 역할을 한다는(혹은 하는 것처럼 보이는)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의 계열사 워너홈비디오코리아의 대표와 자리를 함께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위험해 보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세상사란 그렇게 심플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모든 것은 동전의 앞뒷면으로 붙어 있거나 연결돼 있다. 국내 영화계가 궁극적으로 스크린쿼터를 방어하지 못한 데는 DVD 같은 부가판권 시장의 적극적 육성을 통한, 국내 영화산업 및 영화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워너홈비디오의 이현렬 대표 같은 인물은 적이지만 사실은 적이 아닌 셈이 된다. 적의 적과는 한자리에 앉아서 차를 마실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더구나 누가 적인지 아닌지 잘 구별이 안되는 때다. 이현렬 대표와 마주앉아 좁게는 국내 DVD시장의 육성과 영화산업 구조의 다변화, 넓게는 한국 영화산업의 생존전략에 대해 얘기를 나눈 건 그 때문이다. DVD 유통사나 제작사 대부분이 문을 닫아 걸고 있는 요즘, 유독 워너홈비디오코리아가 1위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이유와 그 비결이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워너홈비디오코리아 이현렬 사장 ⓒ프레시안무비 김정민 기자
- 타이틀이 다양하다. <벤허> 같은 클래식 무비에서부터 <길모어 걸스> 같은 TV시리즈, <비밀과 거짓말의 차이>같은 미개봉작 등등…. (웃음) "우리는 워너니까. 워너브라더스가 보유한 판권이 얼마나 많겠는가. 우리 같은 할리우드 메이저의 강점은 바로 그 라이브러리에 있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국내 다른 DVD사들에 비해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무튼 현재 8천편 정도의 극영화와 3~4만 편 정도의 TV용 영화, 그리고 각종 다큐멘터리에다 뮤직비디오 등등의 판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 국내 DVD 시장의 규모는 현재 어느 정도인가?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 800억 정도?" - 모두들 아우성이다. "그것 역시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DVD 시장은 2000년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2001년 200억 원대에서 2002년에는 800억 원대로, 그리고 2003년에는 1,000억 원대로 신장했다. 그러다 2004년에 다시 떨어졌다. 그리고… 2005년 통계치는 아직 나오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정체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당신이 얘기하는 그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2004년 이후 매출이 늘지 않고 있으니 신장 비율 면에서 보면 정체와 위축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꾸준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게 암울하게 볼 일도 아니라는 얘기도 된다. 또 DVD를 포함해 부가판권 전체 시장을 놓고 보면 위기 국면인 것은 맞다. 하지만 또 DVD 시장 하나만을 놓고 보면 결코 포기할 시장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얘기는 다시 말해서, 향후 이 시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냐, 그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 맞다. 방법이 문젠데… 국내 DVD시장은 셀쓰루(판매) 시장으로 가야 하는가 아니면 렌탈(대여) 시장으로 가야 하는가.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있어서 그걸 대여해서 보느냐 사서 보느냐는 사실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어떤 혜택을 주느냐다. 가격의 혜택인지, 아니면 다른 윈도우로는 볼 수 없는 타이틀을 볼 수 있는 것인지 등등. 기본적으로 우리 같은 경우는 5,6년 전 국내에서 DVD 시장이 열리면서부터 대여보다는 판매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믿었다. 사실 조금 느린 걸음이긴 하지만 지금 그런 가능성이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긴 하다. 레코드점이나 편의점 등에서 DVD 판매코너를 만나는 건 이제 일상이 돼 있다." - 셀쓰루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욕구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가격이 문제라는 얘긴데, 워너 타이틀의 가격은 현재 다른 회사와는 현격한 차이가 난다. "맞다. 우리는 현재 DVD 저가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국내 다른 회사들의 타이틀은 2만 4,000원대에서 2만 7,000원대에 내놓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1만 원대에서 1만 3,000원대로 팔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 때문에 다소 논란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할 수 있는 데는 메이저 회사로서의 유리한 점, 아까 얘기한 것처럼 상대적으로 많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 그것이야말로 기득권이라고 비판 받을 수 있다. "안다. 하지만 그런 논쟁은 차치하고라도 우린 DVD 시장이 저가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래 가격이라고 하는 건 시장 자체, 그것을 사는 사람들의 구매능력이 결정하는 것이다. 원가가 얼마냐에 따라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 흠… 그래도 어쨌든 워너 같은 메이저 회사만이 할 수 있는 얘기처럼 들린다. 가격정책말고 다른 방법론으로 추천할 만한 사항은? "모두 다 아는 얘기일 수 있다. 타이틀을 장르별로 다양화해야 하는 것이 1차적이다. 예컨대 우리가 얼마 전에 내놓은 적이 있는 MBN농구 시리즈 같은 것이 기대 이상으로 팔려 나가는 것을 봤다. 사람들이 DVD문화에서 기대하는 것은 극장용 영화의 2차 관람기회만이 아니다. DVD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을 원한다. 다큐멘터리도 그 중 하나다. <영화편집의 마술>같은 교양물도 시장에서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아직은 미약한 수준이긴 하지만. TV시리즈 같은 경우는 종종 대박 흥행을 한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아직도 꾸준히 팔려 나가는 스테디셀러에 해당한다. DVD 시장에서는 정말 다양한 작품들이 진열돼야 한다고 본다." - DVD사들이 아무리 노력한들 국내 부가판권 시장의 침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고 본다.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미국시장처럼 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시장이 지나치게 비대해 있지만, 그런 한편으로 영화쪽으로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태도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영화 사업 자체가 이제는 포트폴리오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영화로만 승부를 걸려고 하지 말고 다양한 윈도우를 처음부터 같이 생각해야 한다." -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일 수 있다.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으니 포트폴리오 마인드를 가질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어려운 문제다. "동의한다. 하지만 이쪽 분야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니치 마켓에 대한 새로운 자세가 요구된다. DVD 시장에서마저 블록버스터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 그건 죽어도 안 되는 게임이다." - 불법 다운로드 문제 때문에 국내 부가판권 시장은 '죽어도 안 된다'는 얘기가 있다.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걱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업계 로비스트가 아니다. 변호사도 아니다. 법적, 제도적 시스템을 우리가 만들 수는 없다.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그것을 돌파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처를 찾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내 믿음은 아무리 비상식적인 행태가 문제가 되더라도 사업의 주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DVD 시장은 아직 가능성이 있다. 포기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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