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민주당 의원들은 두 개의 중요한 모임을 가졌다.
재야출신과 개혁파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모 호텔에서 워크숍을 갖고 가칭 '민주개혁연대' 모임으로 통폐합, 새로 출범키로 의견을 모았다.
한편 대표적 개헌론자인 박상천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정치개혁특위가 주최한 '헌법개정 공청회'에는 이인제 의원 등 반노(反盧) 진영 의원들이 모여들었다.
친노(親盧)파, 반노(反盧) 내지 비노(非盧)파, 그리고 중도파, 또한 개헌론 찬반세력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민주당에서 8.8 재보선 이후를 대비한 세력화와 세 과시가 이루어진 하루였다.
***親盧 세력화, '민주개혁연대' 모임**
가칭 '민주개혁연대' 모임은 대체로 노무현 후보를 지지·지원하는 의원들이어서 8.8 재보선후 예상되는 당안팎의 정국 격동에 대비한 당내 '친노(親盧)'파의 세력화 모색으로 분석된다.
재보선 후 민주당이 책임론과 후보교체론 등으로 극심한 분열양상을 띠게 될 경우 노 후보 지지·지원세력으로서 노 후보를 중심으로 정면돌파해 나가기 위한 체제정비다.
이들은 출범 준비를 위해 이상수 이해찬 장영달 김경재 신기남 조성준 이재정 이호웅 허운나 의원 등 9명을 준비위원회 실무위원으로 선임했다. 또 '뜻있는 의원들'을 회원으로 영입, 60-70명으로 늘리는 세확산 작업도 해나갈 예정이다.
모임 후 이재정 의원은 "당내외 정치 상황을 함께 고민하면서 과거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지양하고 민주당을 합리적 개혁정당으로 이끌어 가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두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활동하기로 했다"고 모임의 취지를 설명했다.
발족 시기와 관련 이재정 의원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어떤 방법과 조직으로 창립해 활동하느냐가 관건"이라며 "8.8 재보선 이후 창립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엔 실무위원 9명을 포함해 김근태 천정배 이미경 김택기 김태홍 심재권 김희선 임종석 이창복 조한천 의원 등 모두 19명이 참석했다.
***反盧, 非盧 세 과시, '개헌 공청회'**
한편 '헌법 개정 공청회'에는 이인제 의원 측근들이 대거 참석했다. 전용학 원유철 조재환 이근진 의원과 잠재적 지지세력인 안동선 상임고문, 이윤수 의원 등이다. 이인제 의원은 자신의 측근들에게 "오늘 공청회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동원령을 내렸다고 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당내 최대모임인 중도개혁포럼을 이끄는 정균환 최고위원과 김영환 남궁석 조배숙 의원 등도 모습을 보였다. 또한 제3후보론에 이름이 올라 있는 이한동 전 총리와 자민련의 김학원 총무, 조희욱 의원도 공청회를 지켜봐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8.8 재보선 이후 정치권의 다양한 이합집산 시나리오의 중심에 민주당의 '반노(反盧) 세력'이 위치할 것이며, 이들이 개헌론을 명분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한 상황에서 이날 세과시는 여러 의미를 지닌다.
특히 그동안 당내 개헌논의에 대해 "개헌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던 한화갑 대표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여러 의견을 종합해 필요하면 당론을 정할 것이며, 좋은 안을 만드는데 협력할 것"이라고 적극적 입장으로 선회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최근 노무현 후보와 햇볕정책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한 대표가 재보선 이후 친노(親盧)파와 반노(反盧) 내지 비노(非盧)파 사이에서 독자 행보를 걸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격돌을 앞둔 민주당, 앞날은 예측불허**
재보선 후 민주당은 노 후보가 공약한 '재경선' 문제를 시작으로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당의 진로에 관해 현재까지 관측되는 주된 흐름은 세가지다.
첫째 '탈DJ'를 명확히 하면서 민주당 구동교동계와도 결별, 노 후보 중심의 신당 창당에 나서자는 쪽이다.
둘째 노 후보 중심으로 가긴 가되 현재의 민주당을 그대로 유지하고, 자민련 및 당외세력을 규합 당의 외연을 확대하는 재창당 방안을 주장하는 쪽이다. 여기서 개헌이 매개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인 듯하다.
셋째 노 후보로는 대선 승리가 어려우니 제3의 대안을 내세우자는 쪽이다. 이 경우 분당과 정계개편이 불가피하고, 개헌론이 주된 매개변수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각 구상별로 아직 뚜렷한 세력화의 조짐이 보이지는 않는다. 26일 모임을 가진 '민주개혁연대', 당내 최대 모임인 '중도개혁포럼', 또 '개헌공청회' 참석자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다.
개별 의원별로 아직 구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보는 것이 옳다. 특히 DJ 탈당과 노무현-한화갑 체제 출범 이후 당내 리더십이 급속히 붕괴, 현재 민주당 의원들은 개개인의 성향과 이해관계에 따라 뿔뿔이 제 갈 길로 흩어질 수도 있는 원심력이 큰 상태다.
이러한 여러 가능성을 앞두고 노 후보는 일단 자파세력 규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개혁연대'가 그 본거지다. 또 명백한 반노(反盧) 진영과 상대적으로 노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약한 의원들도 일단 말문을 텃다. '개헌 공청회'가 그 시작이다.
이처럼 모두가 출발선에 섰다. 민주당의 앞날, 지금으로선 예측불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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