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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내년 초 그간의 평가와 '내 진로' 밝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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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내년 초 그간의 평가와 '내 진로' 밝힐 것"

"우리당 사태, 개입 않겠다…대통령은 멀리 보며 일해야"

"1987년 집권한 캐나다 보수당의 멀로니 수상이 재정적자에 허덕이던 캐나다 경제를 위해 1991년 연방부과세를 만들었고, 그 결과 170석 가까이 되던 과반수 정당 보수당은 1993년 총선에서 단 2석만 남기고 전멸했다. 그러나 캐나다를 재정적자에서 건지고 경제가 되살아난 근거는 바로 이 연방부과세다."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오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 북악산으로 산행을 한 뒤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간담회를 갖고 10.26 재선거 참패 및 열린우리당의 지도부 '일괄 사퇴' 등과 관련한 자신의 현재 심경을 이처럼 캐나다 정치 얘기를 통해 우회적으로 밝혔다.

***"멀로니, 당 몰락시키고 캐나다 구해…누가 진정한 지도자냐"**

"당시 자유당 크레티앙 당수는 연방부과세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선거에서 이겼다. 그 뒤로도 자유당은 연방부과세를 폐지하겠다면서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 결과적으로는 유지시키고 있다. 여러분에게 묻겠다. 누가 소신있는 정치인이냐, 누가 진정한 지도자냐."

노 대통령은 "멀로니 수상은 결과적으로 당을 몰락시켰지만 캐나다를 구했다"고 평가했다. 잇따른 재보선 참패 이후 최근 여당에서 '청와대 책임론'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한 우회적인 답변이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항상 멀리 내다보면서 일할 수밖에 없는 게 대통령이라는 자리"라며 "일의 성격상 투입에서 산출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고 그만큼 시선을 멀리둬야 한다"고 이해를 구했다.

***"내년 초 국민들에게 몇 가지 제안 밝힐 것"**

노 대통령은 이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향후 국정운영 구상과 관련 "내년 1월1일부터 집권 3주년이 되는 2월25일 사이에 나름대로의 평가와 '내 진로'에 대해 정리해서 발표하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노 대통령은 "아직 착수를 안 했는데 구상은 하고 있다"며 "2년 반을 정리하고 나머지 2년을 어떻게 꾸려갈 건 지에 대한 내 계획을 적절한 시기에 정리해서 국민에게 발표하려고 한다"며 "미래 과제와 그 과제를 잘 해결해갈 수 있는 사회적 의사결정 구조 등을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내 진로'라는 표현과 관련해 김만수 대변인은 "임기나 특정 방법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게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우리당 사태, 당의 자율에 속하는 문제…개입 않겠다"**

한편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지도부 '일괄 사퇴'와 관련해서는 "잘된 일은 아니지만 흔히 있던 일"이라며 "잘한 결정은 아니지만 결정된 것은 그대로 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의견이야 말할 수 있지만 대통령은 개입하지 않았고 개입할 수도 없다"며 "당의 자율에 속하는 문제다. 그 원칙을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견지해 갈 것"이라며 '당-정 분리'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향후 국정운영 과제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과제는 사회적 합의를 합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느냐, 대화와 타협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했던 문제 의식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제기하고 있는 '경제 올인론'에 대해선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에게 매일 경제 숫자나 잘 챙기라는 것은 양심과 관련된 일"이라며 "의사가 환자 옆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다고 나아지냐. 민생 경제를 이런 식으로 호도하지 말라. 입만 벌리면 그렇게 주장하는데 그러면 정치가 왜곡된다"고 강조했다.

***"YS, 통이 크긴 큰 사람…공소시효 참 부당하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전직 대통령들과 연관되는 얘기를 해 관심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먼저 최근 대법원의 '안풍' 사건 판결과 관련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과 관련해 "수사 대상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것은 법적인 문제고 나는 아무 견해가 없다"며 "그 양반 통이 큰 사람은 큰 사람이다. 또 그 이전에는 선거 잔금 다 감춰 놓고 더 걷어서 감춰 놓았는데 그걸 당에다가 선뜻 내놓은 것은 당시 관점에서 보면 참 멋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요새 (공소)시효제도라는 게 이렇게 부당한 것인지 몰랐다"며 "도청 등의 얘기를 보면서 시효 지나간 사람은 참 좋겠다. 요새 의문은 시효라는 게 옛날에 죄 많이 지은 사람이 만든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 안기부 및 국정원의 불법도청 수사를 접하는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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