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전날 있었던 재보선 결과에 대해 "이번 국회의원 재선거 결과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대구 동을 등 4개 지역에서 '0대4'로 전패한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지역 주민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공식 논평을 삼가했던 청와대는 이번 선거가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서둘러 입장을 밝혔다.
***노대통령 "우리당, 선거결과에 동요하지 말라"**
노 대통령은 또 "열린우리당은 선거결과에 동요하지 말고 정기국회에 전념해달라"며 "개인적인 견해와 이견이 있더라도 당의 갈등으로 확대돼 국민에게 우려를 끼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흔들리는 여당에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병완 비서실장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고, 이 실장은 노 대통령의 뜻을 일일 상황점검회의를 통해 수석.보좌관들에게 전달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같은 대통령의 말은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부동산 관련 법안, 쌀협상 비준안, 국방개혁안, 양극화 해소 정책 등 국정운영에 대한히 중요한 대책이 처리돼야 한다"며 "여당이 정기국회 활동에 집중하고 전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또 노 대통령이 '대통령의 책임'을 언급한 것에 대해 "너무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며 "인적쇄신이나 정책기조 변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4.30 재보선에 이어 이번 재보선에서도 여당이 한 석도 못 건지는 참패를 기록하자 여당 내에서 당 지도부 사퇴 요구가 이는 등 당내 갈등과 혼선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말.연초로 예상되는 여권의 '새판짜기'에 대한 구상이 나오기 전까지 여당이 혼란에 휩싸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노대통령, 29일 당정 지도부와 만찬 회동**
노 대통령은 또 이번 주말인 29일 문희상 의장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이해찬 총리 등 당.정.청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만찬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김 대변인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아직 정해진 내용은 없지만 최근 상황에 대한 대화가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선 참패 이후 당에서 오는 28일 중앙위원-국회의원 긴급 연석회의를 열고 현 지도부의 거취 문제를 결정하기로 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사실상 현 체제에 대한 대통령의 '재신임'의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 일각에서 지도부 사퇴 요구가 일고 있지만 문 의장 이외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지도부 일괄퇴진'은 혼란만 가져올 것이란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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