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9일 10.26 재선거 참패에 따른 여당 지도부 '일괄 사퇴' 이후 당에서 복귀 요구가 일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거취 문제에 대해 "전당대회와 관련한 정치적 결정은 당사자가 하는 게 원칙"이라며 본인들이 결단에 맡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해찬 국무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만은 "총리와 계속 일하겠다"고 말해 임기 후반기에 이 총리를 계속 기용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당.청.정 지도부 만찬은 당초 10.26 재선거 참패 이후 국정 운영 기조와 당정 체제정비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노 대통령은 이렇다할 수습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여러 차례 당이 정치의 중심이 돼서 가달라는 당부를 한 바 있다"며 책임을 당으로 돌렸다.
***노대통령 "당이 정한 방향으로 가는 게 원칙"**
노 대통령은 "당이 정한 방향은 정한 대로 가는 게 원칙"이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날 만찬이 끝난 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번 정기국회는 여러 부분에서 중요한 정책 현안들이 있기 때문에 누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든지 당을 추슬러서 정기국회에서 정책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진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당에서 내각에 와 있는 이해찬 총리 등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이 총리는 여러 가지로 국정현안을 잘 추슬러 주시고 조율을 잘해 와서 이 총리와는 계속 해서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동영 통일장관, 김근태 복지장관 등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당에서 내각에 와 계시는 분들의 경우 전당대회와 관련한 정치적 결정은 당사자들이 하는 게 원칙"이라며 이들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정-김 두 장관의 거취 문제는 이들 당사자의 판단으로 넘겨졌고, 당사자들의 결단에 앞서 열린우리당 내에서 이들의 거취 및 복귀 후의 위상 등과 관련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대 모았던 국정쇄신책 등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듯**
10.26 재선거 참패에 대해 노 대통령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인다"는 뜻을 밝히면서 소집한 이날 당.정.청 지도부 회의는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전날 열린우리당 중앙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결과 당 지도부의 일괄 사퇴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이날 만찬은 기대를 모았던 것과 같이 민심의 향배와 국정쇄신의 방향 등에 대한 논의를 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과학기술의 성장과 발전속도,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활약상 등 정치와 관계없이 편안한 대화 내용이 주를 이뤘고,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만찬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얘기는 끝나기 30분 전에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면서 잠시 논의됐을 뿐이라고 이 실장이 밝혔다.
전날 연석회의에서 쏟아진 '대통령 책임론' '청와대 인적 쇄신론' 등과 관련해 이 실장은 "이미 보고도 있었고 여러 보도가 있었기 때문에 당쪽에서 자세히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밝혀, 이 자리에서는 거의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일괄 사퇴 문제에 대해서도 이 실장은 "문희상 의장이 과정의 설명과 함께 송구스럽다는 말을 했고, 정세균 대표도 여러가지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했다"며 "노 대통령도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노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예전에도 정치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크게 생각히지 말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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