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학수 "X파일 회장께 보고 안했다" 거듭주장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학수 "X파일 회장께 보고 안했다" 거듭주장

법정증언 "태연한 척했지만 폭로될까봐 걱정했다"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이 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및 공갈협박 혐의를 받고 있는 공운영 전 안기부 미림팀장과 재미교포 박인회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불출석하다가 구인장 발부 경고까지 받고서야 25일 법정에 나와 증인석에 앉았다.

***이학수 "녹취록 대충 넘기며 '주말지에나 나갈 내용' 태연한 척. 내심 폭로될까 걱정"**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장성원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1999년 박인회 씨가 녹취록을 들고 왔을 당시의 상황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박 씨가 녹취록을 들고 와 '국정원 직원들이 나오면서 들고 나온 도청 테이프의 녹취록인데 그 사람들 생활이 어려워 어떤 사고를 칠 지 모른다. 언론에 공개할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며 "당시 녹취록을 자세히 보지 않고 대충 넘기면서 '이미 삼성은 대선자금 수사를 받았기 때문에 공중파나 주요 일간지에 나기긴 어렵고 주간지나 주말에 나오는 신문에나 나갈 법한 내용'이라고 태연하게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그러나 "태연한 척했으나 내심 (녹취록이) 폭로될까 걱정했다"며 "박인회 씨를 두 번째 만날 때 거액을 요구하는 것을 알고 김용철 당시 법무이사를 불러 소개시켜준 뒤 박인회 씨를 설득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당시 박 씨는 "다섯 개"를 요구했고, 자신이 "5억 이냐?"고 되묻자 박 씨가 "그렇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내용이 폭로되면 문제가 될 텐데, 돈을 안 주고 국정원에 신고를 한 이유는 뭐냐'는 질문에는 "불법적인 국가기관의 자료를 매입했을 때 나중에 문제가 될까 두려웠고, 협박에 응할 경우 약점이 잡혀 결국에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국가기관이 만든 자료이니 국가기관에 신고를 해 국가기관이 정리하는 것이 옳바른 길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회장께 보고드려야 더 나아질 일도 아니고 걱정되는 일"**

이 부회장은 당시 'X파일'을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전혀 보고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며 "내가 알아서 판단해 해결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판장이 다시 '만약 돈을 주는 상황이었어도 보고하지 않았겠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회장께 얘기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재판장이 다시 '그 정도(5억 원에 녹취록 매입)는 보고하지 않고 증인 전결로 처리할 수 있느냐'고 묻자 "회장께 보고드려 더 나아질 일도 아니고 걱정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보고의 가능성 자체를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또한 홍석현 전 주미대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이 알아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김인주 재무팀장 등 구조본 임직원 2명과 상의해 국정원에 신고했다"고만 말했다.

***삼성그룹 직원이 미행까지?**

이날 재판에서 또 한 가지 특이할 만한 점은 당시 삼성그룹 직원이 박인회 씨를 미행했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박인회 씨를 두 번째 만난 뒤 김용철 당시 법무이사에게 박인회 씨와의 협상을 맡겼다"고 주장했으나, 박 씨는 "처음 이 부회장을 만난 날 이 부회장이 김용철 이사를 소개시켜줬으며, 그날 이 부회장을 만난 뒤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만나러 갔는데, 삼성 직원 2명이 미행을 했다"고 이 부회장과 다른 주장을 펼쳤다.

박 씨에 대한 미행 사실은 김용철 전 이사도 검찰조사에서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전 이사는 이날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검사 했던 법무이사에게 박인회 설득.확인 취지로 만나보라 지시"**

한편 '김용철 당시 법무이사에게 박인회 씨와의 협상을 맡긴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이 부회장은 "당시 박 씨와 '협상'을 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 박 씨를 '설득'하고 박 씨와 녹취록의 정체를 확인하라는 취지였다"며 "김 이사는 검사를 했기 때문에 만나고 확인하는 것을 잘 하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1월 8일 열리는 다음 공판에서는 이날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하지 않은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이사와 전직 국정원 직원 임병출 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한 뒤 결심을 할 예정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