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는 15일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은 대선후보였던 제가 시켜서 한 일이며 전적으로 저의 책임으로, 제가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제가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에 가겠다”고 말했다.
***“대선 불법자금 모두 저의 책임”**
이 전 총재는 이날 오전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대선에서 우리당은 기업으로부터 5백억원 가량의 불법대선자금을 받아썼다”며 “오늘 기자회견이 끝나는 즉시 검찰에 자진 출두해 이러한 사실을 진술하고 국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선승리만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는 심정이 아무리 절박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불법적인 방법을 택한 것은 결코 옳지 않은 일이었다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앞으로 어떤 추가적인 불법자금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 또한 모두 저의 책임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로 우리당 최돈웅 전 재정위원장과 김영일 전 총장이 검찰조사를 받았고, 서정우 전 고문과 이재현 전 재정국장이 구속됐다"며 "기업들이 이 사람들에게 그 큰 돈을 준 것은 당연히 대선후보였던 저를 보고 준 것이며 그러니 대선후보이자 최종책임자인 제가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이어 “제가 처벌을 받기 위해 나선 이상 이들에게는 법이 허락하는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 주시고, 이 사건에 연루된 기업인들도 정치의 질곡에서 벗어나 다시 경제 살리기에 헌신할 수 있도록 선처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대선자금이라는 어두운 과거가 이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으나 대리인들만 처벌을 받고 최종책임자는 뒤에 숨는 풍토에서는 결코 대선자금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 할 수 없다”면서 “저의 결심이 작금의 국가적 혼돈을 끝내고 우리 모두 새시대를 향하여 역사를 한걸음 진보시키는 진정한 정치개혁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은 저 이회창을 밟고 지나가서라도 부디 나라를 위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오전 9시50분 께 한나라당 당사에 도착한 이 전 총재는 7층 대표실에서 최병렬 대표, 홍사덕 총무, 신경식 의원 등과 비공개로 만난 뒤 정각 10시에 3층 기자회견장으로 내려왔으며,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일문일답 없이 곧바로 당사를 떠났다.
다음은 이회창 전 총재 기자회견문(전문).
***“검찰 자진출두, 국법심판 받겠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저는 패자가 돼 여러분 곁을 떠났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늘 저는 국민 여러분께 속죄하고 또 저의 무거운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 다시 섰습니다. 이번 대선자금 사태로 인한 국민 여러분의 충격과 실망 그리고 분노를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충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여러분
지난 대선에서 우리 당은 기업으로부터 5백억원 가량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아 선거에 썼습니다. 대선승리만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는 심정이 아무리 절박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불법적인 방법을 택한 것은 결코 옳지 않은 일이었다고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이점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 드립니다.
지금은 백 마디 말보다는 행동으로써 저의 책임을 다할 때입니다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은 대선후보였던 제가 시켜서 한 이이며 앞으로는 어떠한 추가적인 불법자금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그 또한 모두 저의 책임임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오늘 이 회견이 끝나는 즉시 검찰에 자진 출두하여 이러한 사실을 진술하고 국법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한나라당 동지 여러분
이 일로 이미 우리 당의 최돈웅 전재정위원장과 김영일 전총장이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서정우 전고문과 이재현 전재정국장이 구속됐습니다.
이 분들은 모두 오랫동안 저와 고락을 같이 해온 사람들입니다 기업들이 과연 누구를 보고 이 사람들에게 그 큰돈을 주었겠습니까? 당연히 대선후보였던 저를 보고 준 것입니다 돈을 받은 사람들도 당과 대선승리를 위해 몸을 던져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대선후보이자 최종 책임자인 제가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제가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에 가겠습니다 최종책임자인 제가 처벌을 받기 위해 나선 이상 이들에게는 법이 허락하는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 주시고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가도록 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 연루된 기업인들도 이제는 정치의 질곡에서 벗어나 다시 경제 살리기에 헌신할 수 있도록 선처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지금 이 나라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절박합니다
우리는 하루 속히 과거를 털고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 대선자금이라는 어두운 과거가 이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대리인들만 처벌을 받고 최종책임자는 뒤에 숨는 풍토에서는 결코 대선자금의 어두운과거가 청산될 수 없습니다
오늘 저의 결심이 작금의 국가적 혼돈을 끝내고 우리 모두 새 시대를 향하여 역사를 한 걸음 진보시키는 진정한 정치개혁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로써 저 이회장의 새 시대를 열고 국민을 화합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또한 한나라당은 저 이회창을 밟고 지나가서라도 부디 나라를 위하고 국민의 사랑릉 받는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 주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 동지 여러분!
정치에 들어선 지난 7년여 세월을 돌이켜 보면서 제 가슴은 말로 다하기 어려운 감회로 가득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격려와 사랑은 저에게 영광이요, 삶의 보람이었습니다.
어려울 때마다 저를 따뜻하게 감싸안아 주신 국민과 당원들께 진 빚을 제가 어떻게 갚을 수 있겠습니까?
고난과 역경도 참으로 많았습니다.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습니다만, 저 역시 정치인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사랑하는 가족들이 고통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괴로울 때도 많았습니다.
이제 다 털고 갑니다.
역사의 풍랑에 제 자신을 던지려 합니다.
제가 그토록 갈구해왔던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나라,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받는 나라를 향한 꿈이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갑니다.
그 동안 이 못난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걸었던 국민들과 당원 동지 여러분의 큰 사랑,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2003년 12월 15일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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