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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일 만에 재가동…오랜만에 활기찬 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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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일 만에 재가동…오랜만에 활기찬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 "북측 노동자들 적극적으로 변해"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코앞에 둔 17일, 개성공단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북측이 남측 인원들의 개성공단 진입을 막았던 지난 4월 3일 이후 166일 만에 공단이 재가동되면서 입주 기업들은 그동안 가동이 중단됐던 시간을 만회하려는 듯 설비 점검과 보수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일부 기업들은 바로 생산에 돌입하기도 했다.

17일 공장 재가동을 위해 공단을 방문한 입주기업들은 최근 다섯 달 중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다. 홍양호 개성공단 관리위원장은 현재 입주기업들의 생산가동률이 3월 대비 약 55~60% 정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첫날인 16일에는 53%, 17일에는 56%를 기록해 가동 기업 비율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띠었다.

공단으로 출근하는 북측 노동자 인원수도 늘어나고 있다. 홍 위원장은 "어제 3만 1474명이 출근해 3월 대비 59% 정도의 인원이 출근했다. 오늘(17일)은 3만 5027명이 출근해 65%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 본격적인 생산 작업에 들어간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개성공동취재단

공단 가동을 위한 기반 시설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공단에 전력을 공급하는 한국전력 개성공업지구 평화변전소 관계자는 "현재 2대의 변압기가 가동 중인데 변압기 1대 당 5만 kV 용량이라 총 10만kV까지 공급이 가능하다"며 "지난 1월에 5만 2000kV까지 사용했다. 전력 수요가 높아지면 추가로 변압기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용수 공급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한국 수자원공사 개성수도사업소의 조재창 소장은 "현재 2만 2000톤을 공급하고 있다"며 최대 3만 톤 까지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지난 3월을 기준으로 수자원공사는 공단에 7000톤, 개성시에 1만 5000톤의 물을 공급했었다. 조 소장은 전체 공급 용량이 6만 톤이라며 "개성공단이 활성화되면 6개월 이내에 (나머지 3만 톤의 분량을 공급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해서) 가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입주기업, "북측 사람들 예전과 달리 적극적"

다섯 달 만에 다시 기계를 돌릴 수 있게 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의류 제조업체인 에스케이어패럴 김용태 법인장은 "공단이 재가동돼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북측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고 적극적으로 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입주기업들은 북측 노동자들에 대해 너나없이 가동 중단 이전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공단에 들어가는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8월 23일 재가동 준비를 위해 개성공단에서 북측 근로자들과 회의를 했을 때 일부러 코카콜라를 자리에 놓았다. 예전에는 절대 마시지 않았는데 놀랍게도 이번에는 참석자들이 모두 콜라를 마셨다"며 북측 인원들이 적극적이고 협조적으로 바뀐 것 같다고 전했다.

▲ 개성공단 내 북측 노동자들 ⓒ개성공동취재단

공단 중단 기간 동안 북측 노동자들이 몰라보게 변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의류업체 오륜의 한 관계자는 "초기에 (공단을) 만들던 기분이다. 근로자들이 살이 빠지고 너무 말랐다. 새카매졌다"며 안쓰러워했다. 그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왜 이렇게 탔냐고 물어보니 해수욕장 다녀오고 모래찜질도 했다고 하더라. 그렇게 상상도 못 할 말을 하니 우리가 오히려 말이 막히더라"고 전했다.

북측 노동자들도 대체로 오랜만에 재가동된 공단에서 다시 일하게 되어 밝은 표정이었다. 신발 제조업체 제이엔제이의 한 북측 노동자는 다시 일하게 된 것이 잘된 일 아니냐고 묻자 크게 웃으며 "같은 민족기리 같이 해야지 어카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에스케이어패럴의 한 북측 노동자는 오랜만에 나오니 어떠냐는 질문에 "다 우리민족끼리 해야되는 거니까 나오는 거지, 다른데 가서 해봐 좋은 데가 어딨나?"라고 반문하며 공단에서 일하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빨리 통일도 돼야지 서로 왔다갔다한다"며 "법인장 선생(남측 인원)도 통일 안 돼서 우리 집에도 못가지 않나"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공단 재가동했지만 정상화까진 아직 갈길 멀어

공단이 166일 만에 재개되면서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지만 완전한 정상화로 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입주기업이 공단 가동 중단 명목으로 받았던 경협보험금을 반납해야 하는 문제로 기업들과 정부 간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12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보낸 공문을 통해 공단의 잠정폐쇄로 인해 받은 보험금을 오는 17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반납하라고 통보했다. 수출입은행은 이를 어길 경우 연체금 부과와 남북교류협력법상의 제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입주기업들은 경영위기를 벗어날 때까지 경협보험금 반납을 유예해달라는 입장이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6일 논평을 내고 지급된 보험금은 기업들의 상황이 안정화될 때까지 상환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다.

17일 재가동을 위해 공단을 방문한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의 조치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경협보험금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올해는 아예 수입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사실상 보험금을 반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가동 중단으로 인해 끊어진 거래처를 복원하는 것도 입주기업들의 정상 가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제이엔제이 강성호 공장장은 "문제는 오더(주문)"라며 "올 하반기까지는 (원래 주문량의) 70%까지는 회복할 것 같다"고 밝혀 단시간 내에 기존의 주문량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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