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 부친 이홍규옹 친일 행위 보도를 둘러싼 양당간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문제는 진실"이라며 본격적으로 정치쟁점화하겠다는 태세인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북한간 연계설'을 주장하며 역공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현정권에 대해 '북한 노동당 2중대 정권' '도요타(豊田) 정권' 등 거친 언사로 비난했고, 민주당은 한화갑 대표가 직접 나서 "이 후보 아버지가 군복 입은 일본고관들과 찍은 사진을 직접 봤다"며 정면대응해 '병풍' 공방에 이은 또 하나의 논란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조선신보>는 13일자 인터넷판 신문에서 "이 후보 부친 이홍규씨가 일제 시절 황해도 서흥에서 사상범만 취급하는 사상계 검사서기로 일하며, 숱한 반일조직원들과 애국자들을 조사하는 친일행위를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조선신보>는 당시 서흥군의 조국광복회 회원으로 활동한 리영화(84)씨 등 북한주민 4명의 인터뷰 사진과 함께 이들의 증언을 소개한 뒤 "그런 사람의 아들이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 '북한 노동당 2중대' 발언에 민주당ㆍ청와대 발끈**
이와 관련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은 16일 고위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목포상고 시절 은사였던 일본인에게 자신을 '도요타(豊田)'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상기시키며, "도요타 친일정권이 올바르게 살아온 이 후보 부친에게 친일을 덮어씌우려고 하는데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민은 결코 북한 노동당 2중대 정권 수립을 용납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발표해 "이 후보 부친에 대한 북한의 중상모략이 나오자마자 민주당이 적극 옹호하고 나선 것은 정략을 위해서라면 북한의 중상모략까지도 이용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 정권이 정치공작을 위해 파렴치 가정파괴범도 모자라 북한까지 끌어들인다면 씻지 못할 역사적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남 대변인은 15일 "이홍규옹은 서흥에 초임으로 부임해 근무, 검찰서기 업무분담 규정에 따라 신문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조선신보> 보도를 반박하는 한편 "우리 당이 몇 달전 민주당과 정부의 모인사가 북한에 가서 조작된 이 후보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한 적이 있다"고 '민주당-북한 연계설'을 주장했다.
***한화갑 "이홍규옹이 일본 고관과 찍은 사진을 직접 봤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주장에 민주당과 청와대는 발끈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이 후보나 그 일가의 부정적 이야기만 나오면 말을 함부로 하는데 아무리 급해도 말은 바로 하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또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해 "우리는 이 후보와 관련된 어떤 문제에도 관여할 생각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 아버지가 친일했다는 것은 천하가 알고, 내가 이 후보 아버지가 군복 입은 일본고관들과 찍은 사진을 직접 봤다"며 이 후보 부친의 친일문제를 정면으로 문제삼을 태세임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의 '민주당-북한 연계설' 주장에 대해 "24시간 내에 해명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
또 이용범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이홍규 옹이 서흥에 초임지로 부임해서 신문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힌 데 대해 "조선총독부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 부친은 해주지법 판임관견습(1930-1931)으로 출발해 해주지법 송화지청(1932-1934)과 서흥지청(1935-1937) 등에서 서기 겸 통역생으로 근무했다"며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 부대변인은 "일제시대를 다룬 소설과 역사를 보더라도 가장 악명이 높았던 사람은 조선인 출신 검찰 서기 겸 통역생이었다"며 "특히 이홍규옹이 1932년 총독부 10급에서 6년만에 7급으로 고속 승진한 것은 독립운동가 탄압과 정신대 동원에 앞장선 대가가 아닌가라는 의혹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일회성 공방'에 머물 가능성도 커**
이처럼 <조선신보> 보도를 계기로 이 후보 부친 이홍규옹의 친일 행적 여부가 이번 대선에 또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그러나 양당 모두 이번 논란을 계속 확대시켜 가는 데에는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친일 행적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전혀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이 후보 아들에 이어 아버지까지 정치논란의 대상이 될 경우 이 후보의 '귀족'적 면모에 대해 생래적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또한번 크게 늘어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역시 북한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는 점이 개운치 않다. 이 후보에 대한 공격소재로는 좋으나 자칫 '보수세력 결집'이라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특히 남북철도 동시 기공식 등 남북관계 호전의 빅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그 성과를 훼손시킬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진실을 규명하기도 어려운 문제다. 이미 70여년이나 지난 일이며 관련 사실을 입증할 증언자들도 모두 북한에 있어 실체에 다가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논란은 '일회성 공방'에 그치고 말 것이란 전망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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