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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잘 배워야 잘 산다. 여중생 사건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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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잘 배워야 잘 산다. 여중생 사건 잊어라”

참교육학부모회, 의정부 중학교 교장 발언 규탄

"경기도지사가 우리 도를 영어를 제일 잘 하는 도로 만들겠다고 했다.
영어를 잘 배우고 많이 배워야 우리가 잘 산다.
그러니 여중생 사망 사건은 잊어라."

지난 6월 미군 궤도차량에 의해 신효순,심미선양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지역인 경기도 의정부에 재직중인 현직 중학교 교장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사건을 잊고 영어를 잘 배우라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의정부지부는 지난 10일 의정부 B중학교 김모(61) 교장이 지난 4일 오전 운동장 조회시 전교생과 교사를 상대로 이같은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회는 "김 교장의 발언은 남이야 어떤 고통과 불이익을 당해도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논리와 다름없다"며 "비교육적이고 비인간적인 교육의 장에 자녀를 맡기고 있는 의정부 학부모들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학부모와 학생 앞에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김미옥 부지부장은 "김 교장의 이같은 발언은 특히 의정부가 사건 현장과 인접한 지역이기 때문에 더욱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교장은 "문화갈등이 지속될 경우 영어 교육 등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문화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다 우연히 나온 말"이라며 "여중생 사망 사건을 잊으라고 의도적으로 발언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참교육 학부모회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여중생사건은 잊고, 영어는 열심히?' 망언 교장 학부모와 학생 앞에 공개 사과하라.**

지난 6월 13일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56번 지방도로에서 ATT 훈련(대대전투력측정) 중이던 미2사단 44공병대 소속 미군 궤도차량에 의해 두 여중생이 무참히 깔려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제 겨우 15살에 불과했던 우리의 딸, 이 땅의 딸들의 가녀린 육신이 그 육중한 장갑차에 압살 당해 신원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참혹하게 뭉개져 죽은 것이다. 이에 온 나라 곳곳에서 울분과 통한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으며 정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부시 미대통령의 공개 사과, 소파협정 개정 등을 촉구하기 위해 국민들이 일어서고 있다.

특히 의정부는 사건현장과 인접한 지역이기에 이러한 국민적 열망을 담은 움직임이 더욱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의정부 b중학교 k교장은 9월 4일 수요일 운동장 조회 시에 전교생과 교사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학생들을 향하여 여중생 사건을 잊으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경기도지사가 우리 도를 영어를 제일 잘 하는 도로 만들겠다고 했다며, 영어를 잘 배우고 많이 배워야 우리가 잘 산다, 그러니 여중생 사건은 잊으라고 한 것이다.

이 무슨 얼토당토 않은 망언인가. 이는 누가 봐도 해망쩍은 망언임이 극명하다. 미래를 짊어질 우리의 주역들에게, 너희들은 불의에 눈 감아라, 남이야 어떤 고통과 불익을 당해도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자신의 딸이 처참하게 압살 당해 죽어도 잊으라고 할 텐가. 교육은 인간사 중에 가장 고귀한 통과의례이다. 교육은 낱낱의 지식을 가르쳐 유능한 인간을 길러내는 수준을 넘어 삶의 자세와 인간됨의 지향을 목적하여야 한다.

이런 비교육적이고 비인간적인 교육의 장에 자녀를 맡기고 있는 의정부 학부모들은 참으로 참담하다. 나아가 지역교육계 수장들의 사태 인식 수준을 대변하고 있다는데 더욱 분노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k교장이 학부모와 학생 앞에 공개 사과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02. 9. 10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의정부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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