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수해로 정치권이 분주하다.
각 당은 수해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고 수해 후유증이 장기화되자 앞다투어 수재민 민심을 잡기 위한 '수해 정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정몽준 의원 등 대선 후보들도 일제히 수해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대선후보들 구체적 환경정책 내놓은 바 없어**
그러나 대선후보들은 정작 수해의 근본 원인인 환경문제엔 무관심하다. 아직까지 그 누구도 이렇다 할 환경정책을 내놓은 바 없다.
대선후보들의 환경정책에 대한 평가 작업을 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실 명호 부장은 "이회창, 노무현 후보 모두 환경문제와 관련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나 환경정책은 전무한 상태이며, 조만간 대선출마를 선언하겠다는 정몽준 의원도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 정책에 대한 입장은 밝힌 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새만금 간척사업 등 지역주민의 이해가 얽힌 문제에서는 애초 '반대'였다가 표가 눈앞에 보이면 '찬성'으로 하루아침에 돌아서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지구온난화 등 환경파괴의 영향으로 매년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그 피해도 커져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수해가 나면 수해복구 현장에 얼굴을 비추고, 추경예산 확대 등을 통해 '돈'으로 보상하면 된다는 근시안적 시각으론 매년 되풀이되는 재해를 막을 수 없다.
***노 후보측, 새만금 관련 환경단체 면담 거부**
대선후보들이 구체적인 환경정책에 대해 제시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들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정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은 새만금 간척 사업에 대한 입장 정도다.
이회창, 노무현 후보 모두 새만금 사업을 찬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환경 파괴 정책이라며 완강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환경단체들과 대립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두 후보 모두 지난해까지만 해도 새만금 사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다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을 의식해 찬성한다고 말을 바꿨다는 점이다.
환경연합 장지영 갯벌팀장에 따르면 노 후보는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지난해 환경단체 대표자들과의 면담 자리 등을 통해 새만금 사업에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지난 3월 31일 민주당 전북 경선에서 "새만금사업 결정과정에서 절차문제를 제기했으나 반대한 적은 없다"며 "대통령이 되면 착실히 추진해 나갈 것이다"라며 돌연 찬성 입장으로 바꿨다.
장 팀장은 "민주당 경선 당시 이러한 입장 선회의 이유를 듣고 새만금사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노 후보 측에 면담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며 "경선이 끝난 뒤에도 몇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참모진과 면담하라'는 등 직접적인 만남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이회창, 한나라당 당론과 배치된 '찬성' 입장**
이회창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지난해 6월 환경연합을 방문한 자리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에 우리 당도 2번 강하게 반대 논평을 냈다"면서 "정책위를 중심으로 대안을 검토하고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지난 4월 27일 전북 경선에선 "새만금 신항 건설을 적극 추진해 서해안시대의 중심에 전북이 우뚝 서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한나라당은 작년 2월과 3월에 각각 '새만금 간척 사업은 새만금 망국사업이 될 것이다', '정부내에서조차 반대하는 새만금사업, 재고하라'는 논평을 낸 바 있으며, 찬성쪽으로 공식 당론이 바뀌었다는 발표도 없었다. 따라서 이 후보의 '새만금사업 찬성' 입장은 당론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이처럼 후보 되기 전과 후에 동일한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바꾼다면 대통령이 되고 난 후 또 어떻게 입장이 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이에 대해 명호 부장은 "후보들이 환경문제를 조금이라도 고민한다면 쉽게 새만금사업에 찬성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 "두 후보 모두 환경을 중요한 의제라기보다는 각 지역에서 표를 얻기 위한 방편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경연합은 9월 중으로 대선후보들의 환경정책에 대한 평가서를 발표할 계획이지만 그 결과는 이미 충분히 예상된다. 환경점수 낙제점을 면할 대통령후보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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