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후보 노무현 지키기' 운동이 정당 창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시사평론가 유시민씨 등이 주도하고 있는 '개혁적 국민정당 추진위원회 실무기획단'은 28일 재야 개혁세력들이 최근 민주당 신당 논의, 제3신당 창당 추진 등과 별개로 독자적인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노무현 후보 지지", 민주 신당과 합당 추진 시사**
실무기획단의 유시민 공보담당 기획위원은 "정몽준 신당이나 이인제 의원 등의 제3신당은 당면 한국정치의 최대과제인 지역분열 극복과 국민통합, 개혁의 지속적 추진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정략적 이합집산"이라면서 "이러한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주개혁세력이 주도하는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기획위원은 또 "올 12월 대선에서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된 노무현 후보를 민주개혁 세력을 대표하는 국민후보로 인정한다"면서 "민주당이 내부 혼란을 정리하고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미래지향적 정당으로 나아갈 준비를 갖춘다면 대선 이전에 힘을 합칠 수도 있다"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신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무기획단은 29일 오후 7시 흥사단 강당에서 '개혁적 국민정당 제안 토론회'를 개최하고, 30일부터 창당때까지 홈페이지(www.vision2002.org) 등을 통해 창당기금 1만원을 납부하는 최소 10만명의 시민발기인을 모집하는 등 본격적인 창당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실무기획단에는 유시민씨, 이용철 변호사, 유기홍 희망네트워크 실행위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29일 토론회에는 서동만 상지대 교수의 사회로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유시민씨 등이 발제를 맡는다. 또 김원웅 한나라당 의원, 이재정 민주당 의원, 문태룡 자치연대 기획단장, 김재규 전 부산민주공원 관장, 문용식 나우컴 대표 등이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反盧측 "신당창당에 대비한 노무현 세불리기 아니냐"**
한편 개혁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노 후보의 정동채 비서실장은 "후보와 상의한 것이 아닌 자발적 창당 추진"이라면서도 "그러나 노 후보의 개혁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노(反盧)측은 "개혁적 신당 추진은 민주당의 신당 창당에 대비한 노 후보의 세불리기에 불과하다"며 거부감을 보여 개혁신당 추진으로 민주당내 계파간 대립이 더욱 첨예화될 가능성도 있다.
다음은 유시민씨가 29일 토론회에서 발표할 '개혁적 국민정당, 어떻게 만들 것인가' 발제문 전문이다.
***개혁적 국민정당,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 발제문은 발제자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개혁적 국민정당 추진 실무기획단'이 내부토론을 거쳐 작성한 것으로 시민사회와 정치권에 드리는 제안문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정당개혁이 정치개혁의 선결조건**
대선을 불과 넉 달 앞둔 지금 우리 국민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정파간의 이합집산이 아니라 정치의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의 출현 또는 기존 정당의 혁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정당개혁 없이는 정치개혁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부에 부패구조를 안고 있는 정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지역대결을 조장하는 정당, 국민의 참여를 봉쇄하고 국민의 뜻을 무시하면서 정파의 이익을 위해 패거리를 짓는 정당이 정치개혁의 주역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민주당에 희망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당권ㆍ대권 분리와 국민경선제라는 획기적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스스로 정당개혁의 계기를 만들었던 민주당이 안타깝게도 이 희망을 저버리고 말았습니다.
첫째, 지역적 한계 위에 부패정당이라는 낙인까지 찍힘으로써 민주당은 자신을 개혁주체로 내세우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둘째, 국민경선으로 선출한 대통령후보를 내부에서 공격하는 등 민주주의 기본규칙을 훼손하는 분열적 행태를 보임으로써 정당으로서의 통일성을 상실했습니다. 셋째, 당권ㆍ대권 분리와 공직 후보자 상향식 공천 등 민주당이 도입한 의미 있는 제도 개혁도 낡은 정당문화로 인해 그 빛이 바래고 말았습니다.
당비를 내는 당원이 별로 없는 현실에서 연고와 이해관계를 매개로 한 명분 없는 계파 활동이 횡행하고 노선과 정책을 중심으로 삼지 않고 지역표 결집과 합종연횡을 통해 권력을 재창출하려는 과거회귀적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풍토에서는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정당개혁을 이루기는 어렵습니다.
***부패청산ㆍ국민통합ㆍ참여민주주의ㆍ인터넷 정당**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 정당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정당이 필요합니다. 당원들이 스스로 돈을 내서 운영하는 깨끗한 정당, 특정지역의 몰표에 연연하지 않고 뚜렷한 정책과 노선으로 유권자를 설득해서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모으는 국민통합 정당, 당원이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하는 참여민주주의 정당, 엄청난 돈을 소모하는 낡은 지구당 조직을 버리고 인터넷 베이스 위에서 청년과 여성을 포함하여 모든 유권자가 자유롭게 활동하게 하는 인터넷정당, 우리나라에 필요한 미래형 정당은 이런 성격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정당은 어느 측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개혁적 국민정당'이라 할 수도 있고 '인터넷시민정당'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당이 스스로 환골탈태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이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더 기다리기에는 12월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금년 대선을 지역분열의 벽을 무너뜨리고 개혁과 통합,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여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당 밖의 합리적 개혁세력과 시민사회가 비상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1987년 이후 분열된 채 지내왔던 민주화운동세력, 개혁정치세력, 새롭게 성장한 시민사회세력, 노풍을 일으켰던 젊은 세대의 힘을 한 데 모아 '개혁적 국민정당'을 건설함으로써 우리는 정당개혁과 정치개혁의 단초를 마련하고 새로운 개혁정권을 세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을 제안합니다. 전국 모든 지역과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주개혁세력이 함께 참여하여 어떤 내부적 부패구조와 관행도 용납하지 않는 깨끗한 정당, 망국적 지역분열에 맞서 개혁적 노선과 정책으로 국민의 뜻과 힘을 하나로 모으는 국민통합정당, 당원과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권리 행사를 최대한 보장하는 참여민주주의 정당, 정보통신혁명이 몰고 온 기술적 변화를 남김없이 수용함으로써 청년과 여성을 포함하여 각계각층 유권자를 제한 없이 받아들이는 저비용 고효율 인터넷정당을 건설합시다.
***민주개혁세력의 총결집 지향**
그 동안 민주주의와 국민통합, 사회개혁과 민족의 화해, 인권보장과 양성평등,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던 분들과 합리적 개혁을 바라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들께 가칭 '정치혁명과 국민통합을 위한 개혁적 국민정당 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합니다. 이미 정치권과 정당에 진출해 있으면서 낡은 정치와 싸워 오신 분들의 참여를 적극 환영합니다. 특히 정치개혁을 위해 직접 몸을 던질 의사를 가진 젊은 일꾼들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해 주셔야 합니다. 직접 정치를 할 의향은 없지만 시대가 부여한 과제를 온몸으로 껴안고 뛰는 일꾼들을 기꺼이 격려하고 힘을 보태주실 여러 지역과 부문의 신망 있는 지식인과 원로들도 함께 모셔야 합니다. 자기가 몸담은 분야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도 적극 동참해 주시리라고 믿습니다.
'개혁적 국민정당 추진위원회'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단체의 연합이 아니라, 신당의 취지와 전망에 동의하는 개인들이 자주적으로 지역별 부문별 조직을 꾸리고 그 대표들이 모여서 전국 대표부를 구성하는 단일 정치조직입니다. 그 동안 아무 대표성도 없으나 공통의 의지와 비전을 가진 젊은 일꾼들이 모여 실무기획단을 만들고 신당 결성을 정치적 의제로 제기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했습니다. 오늘 토론회를 기점으로 개혁세력과 시민사회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토론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다음에는 지역별로 창당발기인을 모집해 '창당준비위원회'로 나아갑시다.
***국민운동 방식으로 창당**
이 정당은 구조와 성격이 기성 정당과 다른 만큼 창당 과정도 국민운동의 성격을 띠게 됩니다. 오늘 이후 창당에 이르는 과정을 간략하게 몇 단계로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창당의 첫 단계는 대규모 시민발기인 모집입니다. 우선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창당실무기획단'은 인터넷사이트(www.vision2002.org)를 열어 즉각 시민발기인과 창당기금 모집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1만원의 창당기금을 내고 시민발기인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창당 때까지 최소 10만 명의 창당발기인을 모을 계획입니다. 이 창당기금은 참가자 데이터베이스와 함께 지역별 창당준비위원회에 돌려줄 것입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전국 각지의 시민사회 지도자, 개혁적 지식인, 전문인, 기업인, 여성계와 학계, 노동계, 문화예술계 등 각 부문 지도자를 비롯한 합리적 개혁세력의 참여를 호소하고 조직합니다. 낡은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타파와 정당개혁의 대의에 동의하는 정치인들에게도 소속 정당과 정파의 차이를 불문하고 참여의 문을 활짝 엽니다. 여기까지 나아가면 지역과 부문을 대표하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모든 시민발기인이 함께 참여하는 '창당추진위원회'을 발족시킵니다. 그리고 사명을 다한 '창당실무기획단'은 해체할 것입니다.
그 다음은 정당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가지는 '창당준비위원회'로 나아갑니다. 창당추진위원회는 지역과 부문, 정치권 인사들의 참여 폭을 더욱 확대하고 지역별로 시민발기인들이 모두 참여하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권역별 지도부를 선출합니다. 저비용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발기인들의 인터넷 투표를 실행합니다. 전국 지도부는 권역별 지도부를 토대로 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강정책과 당헌당규는 창당추진위원회 단계에서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해 창당준비위원회가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개혁적 국민정당'은 민주개혁세력의 총단결을 지향합니다. 다가온 12월 대선에서는 이미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된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민주개혁세력을 대표하는 국민후보로 인정합니다. 민주당과는 '부패청산, 국민통합, 참여민주주의, 미래형 인터넷 정당'이라는 원칙 위에서 열린 마음으로 연대하고 협력할 것입니다. 민주당이 내부의 혼란을 정리하고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미래지향적 정당으로 나아갈 준비를 갖춘다면 12월 대선 이전에 힘을 합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탄생하는 '개혁적 국민정당'은 올 대선을 개혁 대 수구의 정책대결 구도로 만들고 젊은 세대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발함으로써 새로운 개혁정부를 수립할 것입니다. 2004년 4월 총선 때까지 일찍이 한국정당사에서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정당을 건설해낼 것입니다.
새로운 정당을 결성하는 데는 많은 재정적 실무적 기술적인 문제가 따릅니다. 그러나 가장 중대한 장애물은 정당 참여를 꺼리는 심리적 장벽입니다. 국민들이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을 바라면서도 정치가 더럽고 정당도 더럽다는 생각 때문에 참여를 꺼리는 한, 우리는 영원히 무능한 정치와 부패한 정당밖에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책임의식을 가지고 토론해서 조속한 시일 안에 결론을 내리고 실천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호소합니다. 지금으로서는 꿈같은 구상이지만, 많은 사람이 같은 꿈을 꾸면 그 꿈은 현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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