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 정국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다.
최근 각종 언론의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정 의원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제치고 '정풍(鄭風)'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권 대표는 4-5%대의 지지도를 보이면서 연말 대선에서의 확실한 '조커'로 떠올랐다.
공교롭게 두 사람은 재벌 총수와 노동운동가 출신이라는 상반된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노동자·서민 정당의 후보로서, 나아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서 권 대표는 정몽준 의원의 출마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다소 부담스러울지도 모르는 이 질문을 권 대표에게 던졌다.
***'정몽준 출마' 건전한 상식으로 용납 안돼**
권 대표는 15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최고 재벌 현대중공업의 회장인 사람이 정치적 권력까지 갖는 게 건전한 상식을 갖는 사람에게 용납되는 일인지 묻고 싶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권 대표는 이 같은 견해가 "민노당 후보로서가 아니라 지극히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의 입장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정몽준은 재벌 총수 출신으로 이탈리아를 신파시즘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뒤를 잇겠다는 것이냐"며 "(정 의원 출마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정치·사회·문화적으로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권 대표는 대선 후보로서의 행보로 "노동자들의 파업현장, 농민들의 투쟁현장, 도시빈민 및 서민들의 생활현장 등을 찾아가 폭넓은 대화를 할 생각"이라며 "진정한 민생투어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민노당 대선 후보 경선에 단독 출마한 권 대표는 다음 달 8일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찬반 투표를 거쳐 후보로 최종 확정된다. 연말 대선에 '범진보진영 단일후보 출마'를 강력히 주장해온 권 대표는 "오는 10월경 범진보진영 대선 후보 경선을 추진 중"이라며 "녹색평화당, 사회당 등 다른 진보정당의 참여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권 대표와의 인터뷰는 15일 오후 전화로 20여분간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범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 녹색당 사회당 참여 낙관한다"**
프레시안 : 최근 각종 언론에서의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권영길 대표의 지지도는 4-5%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에서의 구체적인 목표는 어느 수준인가.
권영길 : 이전부터 밝혀왔듯이 이번 대선에서의 민노당의 목표는 득표수가 아니라 질적인 문제다.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서민층을 민노당 기간부대로 일궈내는 것이 구체적인 목표다. 이들을 민노당의 전위부대로 양성하는 것이 대선의 일차적 목표다.
프레시안 : 한국노총이 오는 11월을 목표로 독자 정당 창당에 나섰다. 한국노총의 이러한 움직임이 노동계 내부의 분열을 가져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권영길 : 한국노총은 지금까지 선거에서 보수 정당과 정책 연합을 해왔다. 때로는 집권여당과, 그리고 지난 97년 대선에서는 제1야당인 국민회의와 손을 잡고 비례대표 등 일정 지분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독자 정당을 통해 그것을 단절하고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독자 정당 창당이 진보적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한국노총도 민노당과의 긴밀한 연대가 제1의 목표라고 밝혔다.
프레시안 : 오는 10월경 국민경선제를 통해 범진보진영 대선 후보를 뽑을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가. 녹색평화당, 사회당 등 다른 진보정당과의 후보 단일화도 추진하고 있는가.
권영길 : 범진보진영 대선 단일화를 위한 추진위원회 구성 논의가 8.8 재보선 때문에 잠시 주춤했다가 지난 14일부터 다시 실무진 수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앞으로 구체적 일정, 방법 등이 정해질 것이다. 녹색당, 사회당의 참여 문제도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
***"정몽준은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뒤를 잇겠다는 것인가"**
프레시안 :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에 대해 '이합집산'이라며 비판적인 견해를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몽준 의원이 신당 후보로 나설 경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능가하는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서민의 정당을 표방하는 민노당 후보로서 재벌 2세이자 총수인 정 의원의 대선 출마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권영길 : 민노당 대선 후보로 이야기하는 것이 편향된 입장으로 비쳐질 수 있어 상식을 갖고 있는 일반 시민 입장에서 평가하겠다.
극히 건전한 시민의 시각으로 볼 때 한 사람이 부와 권력과 명예를 다 갖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우리나라에서 최고 재벌인 현대중공업의 회장인 사람이 정치적 권력까지 갖는 게 건전한 상식을 갖는 사람에게 용납되는 일인지 묻고 싶다.
선진사회라고 얘기되는 나라들에서는 이런 것이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정치·사회·문화적으로 후진국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몽준 의원은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의 뒤를 잇겠다는 것인가. 1백20억달러(약 15조6천억원)을 가진 세계 14위 거부이자 이탈리아 최대 미디어·스포츠 재벌인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이탈리아가 유럽사회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이 소유한 미디어를 통한 교묘한 여론 조작으로 이탈리아를 신파시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
프레시안 : 매일경제 신문의 장대환 사장이 총리서리로 지명된 것도 노동자 정당 후보로서 비판적인 입장일 것이다. 특히 장 총리서리는 총 56억여원의 재산을 보유했으며, 부부가 은행에서 38억여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밝혀져,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재산 형성 과정 등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 총리서리 인준에 대한 입장은.
권영길 : 난 민노당 대통령 후보이기에 앞서 20여년간 기자생활을 해온 전직 언론인이다. 또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을 지냈다. 그 입장에서 말하자면 대표적인 언론운동단체인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이 장 총리서리를 반대했다. 그들이 왜 반대를 했느냐에 주목하면서 전적으로 그 입장에 동의한다.
***"진정한 민생투어에 역점을 두겠다"**
프레시안 : 오는 9월8일까지 당원 총투표를 통해 민노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선 후보로서 어떤 활동들을 기획하고 있는가.
권영길 : 노동자들의 파업현장, 농민들의 투쟁현장, 도시빈민 및 서민들의 생활현장을 찾아가 이들의 고충을 함께하고 폭넓은 대화를 할 생각이다.
진정한 민생투어에 역점을 두겠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시장 바닥을 돌고 악수하고 사진찍고 다니면서 민생투어라고 하는데, 이 후보는 '마늘 파동' 때 농민들 투쟁현장에 한번 가보기나 했는가. 지금도 60일, 1백일 넘게 파업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프레시안 : 바쁜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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