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 창당의 최대 관심사는 정몽준 의원의 합류 여부다. 또한 노무현, 정몽준 두 사람이 과연 신당에서 만나 국민경선을 벌일지 여부도 큰 관심사다. 일각에선 어떤 형태로든 노무현, 정몽준 두 사람이 대화를 갖게 될 것이고, 그 대화결과가 올해 연말 대통령선거의 최대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몽준 두 사람은 지금 만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의중조차 탐색하지 않고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노무현, 정몽준 두사람의 가운데 접점에 서 있는 이가 있다. 다름아닌 민주당 장영달 의원이다.
지난 12일 공식해체를 선언한 쇄신연대 총간사였던 장영달 의원은 친노무현 성향의 개혁파 의원이다. 동시에 장 의원은 대한축구협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어 회장인 정몽준 의원과도 각별한 관계다. 장 의원에 따르면, 정몽준 의원과는 사흘거리로 만나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는 사이다.
프레시안은 13일 오후 장영달 의원과 만났다. 그를 통해 노무현, 정몽준 양진영의 결합 가능성 여부를 탐지하기 위해서였다.
장영달 의원은 인터뷰에서 "정몽준 의원과 노무현 후보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겠다"며 정 의원 영입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 의원은 "노 후보와 정 의원 모두를 잘 아는 입장에서 충분히 연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연말 대선이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3자 대결로 간다면 승산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두 사람이 역할 분담을 통해서라도 마지막 정치적 타협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내가 그 타협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내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장 의원은 또 최근 신당 창당과 관련한 갈등에 대해서도 "신당으로 가기 위한 기초작업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우선 당 지도부 사퇴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번의 선거(6.13 지방선고와 8.8 재보선)를 통해 국민적 심판을 받았다면 지도부가 이를 책임지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지도부 퇴진후 비상대책기구가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신당 성격 및 외부인사 영입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밖에 신당 후보 선출방식과 관련해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국민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국민경선제를 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 의원과의 인터뷰는 13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장실에서 30여분간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신당 창당, 기초작업을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 문제"**
프레시안 : 쇄신연대가 어제(12일) 해체됐다. 신당창당과 관련해 당내에서 각종 계파 모임에 대한 해체 요구에 따른 것인가?
장영달: 쇄신연대는 계파모임이 아니다. 당의 개혁, 한국정치 전체의 쇄신 등의 대안을 찾아 제시하고 때로는 실천을 통해 관철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조직이다. 그러나 당내에서 세력 대결로 비춰지는 대목이 있고, 또 그렇게 객관적으로 비춰진다면 우리로서는 분열을 원치 않기 때문에 일단 해체했다. 신당을 만드는 데 편이 갈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해체한 것이다.
프레시안 : 최근 김원길 의원이 신당추진준비위원장직을 이틀만에 사퇴했다. 신당 창당이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게 아닌가?
장영달 : 지금 민주당이 수순을 잘못 밟고 있다.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에서 참패했다. 정당이라면 선거 결과에 책임져야 하고, 일차적으로 선거를 이끌었던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 6.13 선거 때나 지금이나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국민의 눈에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6.13 지방선거 때도 그걸 못했고 8.8재보선이 끝났는데도 최고위원단이 비상대책기구를 띄우고 퇴진하는 듯 보이다가 다시 무위로 돌리고 오히려 세력다툼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방선거 때 한번 심판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또 같은 양상을 보임에 따라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라도 즉각 국민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 비상대책기구를 띄우고 지도부는 즉각 퇴진해야 한다.
프레시안 : 최근 신당 창당 과정에서의 갈등이 여기서 비롯됐다는 말인가.
장영달 : 김원길 추진위원장은 당이 비상대책기구로 가면서 본인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신당을 추진시켜 달라' 이렇게 위임받은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최고위원단은 퇴진하지도 않으면서 '이 기구는 그저 실무적인 정강정책 마련하고 그걸 최고위원회단에 보고해라'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그러면 정책위에서 하든지 정강정책소위에서 할 일이지 신당추진위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만 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신당 창당에 있어 외부인사 영입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장영달 : 우리 당이 기본적으로 신당으로 가기 위한 기초작업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 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심판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헌 부대에 새 술 들어오라고 한다면 들어오겠는가. 그래서 나는 지도부 퇴진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지도부 퇴진 후 신당의 성격이나 외부인사 영입이 논의돼야 한다는 말인가.
장영달 : 지도부 퇴진 후 비상대책기구가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신당 성격 등이 논의돼야 한다. 개인적으론 우리 당은 중도개혁적인 입장을 표방하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이 보수우익적인 색채를 띤 정당이니까 우리는 중산층과 서민대중을 대변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프레시안 : 자민련과의 통합 문제를 놓고 개혁적 성향의 의원들과 비주류측 의원들간에 입장 차이가 있다. 자민련과의 통합에 대한 입장은.
장영달 :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기구가 정강 정책 등을 만들어 국민 앞에 내보이고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백지상태에서 참여하자고 광고가 되고...이런 수순을 거친다면 신당의 정강 정책에 함께하겠다고 동의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경선제 통해 후보 선출해야"**
프레시안 : 신당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은 후보 선출 방식이다. 어떤 방식이 합당하다고 보는가.
장영달 : 당연히 국민경선제를 통해야 한다. 일반국민의 참여비율도 50%로 제한하지 말고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국민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그런 방식을 택하면 인구가 많은 광역단체보다 적은 광역단체가 투표자 수가 더 많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인구비례에 따른 가중치를 투표결과에 반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서울은 인구가 1천1백만이니까 가중치를 1천1백만으로 놓고, 제주는 80만이니까 가중치를 80만으로 놓고 투표결과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프레시안 : 신당 후보 선출 문제와 관련해 비주류 측에선 노무현 후보 선(先)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장영달 : 신당이 만약 성공적으로 설립되면 노 후보는 자연스럽게 평당원의 입장에서 후보 경선에 임하게 될 것이다. 노 후보는 일단 국민경선제를 통해 선출된 후보이기 때문에 본인이 사퇴하지 않는 한 누가 강제력을 통해 제명할 수는 없다.
프레시안 : 비주류 측의 그런 주장이 '노 후보 흔들기'라는 비판적 지적도 있다.
장영달 : 뭐, 누구든지 '그만둬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사퇴 여부는 본인이 결정해야될 문제다.
프레시안 : 이건 당 밖의 일이지만 오늘 시사평론가 유시민씨 등 2천5백명이 '국민후보 노무현 지키기 시민운동'을 선언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영달 : 정치하는 데는 지지자도 있고 반대자도 있기 마련이니까..노 후보도 훌륭한 부분이 내재돼 있는 분이니까 지지자도 있고. 그런 지지와 반대 사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면 거기에 승복하고 선거에 임하고 그런 것이다. 정치란 매사를 인간 세상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으로 보고 그것을 통합 조정해서 합리적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 아닌가.
***"정몽준 현상, 거품 아니다"**
프레시안 : 신당의 외부인사 영입에서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인물이 정몽준 의원이다. 정 의원 영입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장영달 : 정몽준 의원은 4선 국회의원으로 국제정치학을 전문으로 연구해온 경륜 있는 정치인이다. 현존 정치 지도자 그룹에서 대단히 능력 있는 지도자라고 본다. 그러나 정 의원이 우리 신당에 들어와 국민경선제에 응하느냐, 본인이 독자 신당을 창당하느냐,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것이냐, 이것은 알 수 없다. 현재로선 우리 당이 정말 산뜻한 신당으로 거듭 태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정 의원은 쉽게 합류하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정 의원 영입을 찬성한다는 말인가.
장영달 : 당연히 민주당에 있으면서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바라는 입장에서는 정몽준 의원이 들어와 함께 해준다면 금상첨화다 그렇게 보는거지.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희망 사항이다.
프레시안 : 정몽준 의원의 지지도가 월드컵 특수에 따른 것이다, 거품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장영달 : 나는 그렇게만 보지 않는다. 정 의원은 4선 의원이고 국내외 많은 정치 지도자들과 교분도 깊고 그런 가운데 상당한 정치적 훈련이 돼있는 사람이다. 또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축제를 유치해 국민대통합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을만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정몽준 사흘거리로 만난다"**
프레시안 : 장 의원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으로 정몽준 의원과 상당히 친하다고 들었다.
장영달 : 내가 보통 부회장도 아니고 수석 부회장이다(웃음). 대한축구협회 일이 워낙 많으니까 수시로 만나서 얘기하는 사이다. 이번 주 토요일에도 만날 예정이다.
프레시안 : 개인적으로 만나 향후 정몽준 의원의 정치적 행보나 이런 부분에 대해 논의한 적은 없나.
장영달 : 우리 두 사람은 축구를 좋아해서 만나면 주로 축구하고 맥주 마시고 그러기를 즐긴다. 그러다가 정치 문제는 신문에 나는 얘기를 나누는 그런 정도다. 또 공식적으로 누가 나더러 정몽준 의원을 교섭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도 없다. 그래서 민감한 시기에 처신을 대단히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수시로 만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느정도인가.
장영달 : 뭐 국내에 있으면 사흘거리로 만난다. 이번주 일요일도 제 후원회장인 영화배우 장미희 교수가 찍고 있는 축구영화에 정몽준 의원과 내가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로 했다.
프레시안 : 최근 정몽준 의원의 신당 참여 문제가 최대 관심사인데 이번주 토요일에 만나면 그 부분에 대해서 논의할 생각은 없나.
장영달 : 신문에 나는 얘기 정도다. 정치인들이니까.
프레시안 : 당에서 무언가 얘기를 들은 것도 없고.
장영달 : 물론이다.
***"노-정 다리 되겠다. 성공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연말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노무현 후보, 정몽준 의원 이렇게 3자 대결로 가면 이기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 후보와 정 의원이 손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장영달 : 나는 개인적으로 노 후보와 정 의원의 장점 및 두 사람의 정치적 역량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다. 최대한 두 사람이 협력해서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권 창출에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프레시안 : 현재로선 정몽준 의원이 독자 창당할 경우도 배제하기 힘들다.
장영달 : 그러면 나는 우리 당을 떠나지 않는 한 당 후보와 함께 하겠지. 그러나 내가 보기엔 두 사람이 역할 분담을 통해서라도 마지막 정치적 타협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 타협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내겠다. 가능하다. 그 타협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내겠다.
프레시안 : 장 의원이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말인가.
장영달 : 물론이다.
프레시안 : 바쁜데 시간 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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