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측이 7일 신효순, 심미선양 압사 사건과 관련, 재판권 포기 의사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주한미군 측이 공무집행중 사건에 대한 재판권 이양 전례가 없고 이미 사건 관련자들을 기소한 상태라는 점 등을 들어 재판권을 넘겨주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달 10일 사상최초로 재판권 이양을 요청하는 공문을 미군에 전달했으나 미군측이 1차 답변 시한인 이날 거부 입장을 통보해온 것이다.
미군 측은 재판권을 넘겨주지 않는 대신, 사망 여중생에 대한 자체 모금운동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 마련 등 방안을 우리 측에 제시했다.
***재판권 이양에 시민 30만명 서명**
이같은 미군측 통고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의 최근호 상황실장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재판권 이양 전례가 있었음이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도 매우 거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범대위는 이날 오전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노상 농성을 벌이고 있다. 범대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재판권 포기 등을 촉구하는 항의공문을 미국 부시대통령, 법무장관,국방장관 등에게 발송했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오후 3시 미대사관 앞에서 천주교 대책위 주관으로 시국 미사를 가진 데 이어, 오후 6시 서울 종묘공원에서 형사 재판권 포기 및 부시 미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범대위는 부시 대통령 등에 보낸 항의 공문을 범대위 사이트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재판권 이양에 동의하는 시민들의 서명을 계속 받을 예정이다. 범대위는 이날까지 30여만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민변 "현장검증 등 검찰 재수사 필요"**
한편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한 각계의 비판여론도 드세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최병모)은 6일 의견서를 발표하면서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의문점을 지적했다. 민변은 지난 6월말 범대위와 유족들의 요구로 이 사건을 자체 조사해, 7월 3일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민변은 의견서에서 "의정부지청의 수사결과는 도로 폭보다 넓은 사고차량이 어떻게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운행하게 됐는지, 통신장애에도 불구하고 소속 부대에서 사고지점까지 어떻게 이동했는지 등 많은 의문점을 해소하기에는 매우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또 "관제병이 피해자들을 사고 지점 10~15m 전방에서 발견했다는 검찰 수사발표는 관제병이 사고 지점 30m 전방에서 피해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힌 미군당국 발표와 모순된다"고 밝혔다.
민변은 "사건의 진실을 바로 밝히는 것만이 유족을 위로하고 재발을 막는 길"이라면서 "사고차량을 동원한 현장검증을 비롯, 관련 미군 7명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재수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6일 오후 의정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은 최소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이며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는 미군측 조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거나 오히려 그보다 후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 15명, 부시에 서한 보내**
이에 앞서 한나라당 이부영 김원웅 안영근, 민주당 김성호 이창복 임종석 등 국회의원 15명은 지난 6일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 주한미대사관을 통해 부시 미국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부시 대통령의 사과와 미군에 대한 형사재판권 이양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이번 사건에서 미군측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 상당수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가 요구한 형사재판권 이양문제를 미군측이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미국정부를 대신해 피해자 유족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과함으로써 한미간 우호가 증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민변이 발표한 의견서 전문이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에 관한 의정부지청의 수사발표에 대한 의견서**
검찰과 미군당국은 사건의 진실을 명백히 밝히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에 관하여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건의 진상을 명백히 밝히기 위하여 적극적인 검찰수사가 필요함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8. 5.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서 발표한 수사결과는 일부 문제를 밝히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에 관한 유족과 국민의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매우 불충분하고 오히려 더욱 큰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모임은 이에 다음의 의견을 내면서, 사건의 진실을 바로 밝히는 것만이 유족을 위로하고 재발을 막는 길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과 미군당국은 이제라도 정확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러자면 사고 차량을 동원한 현장검증을 비롯하여 작전수립실행책임자와 사고 차량대열 인솔책임자, 통신장비 정비책임자 및 작전수립지휘책임자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재수사가 필수적이며, 이번 발표로 드러난 미군당국의 진실은폐기도에 대하여 미군당국이 즉각 해명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여야 한다. 또한 미군당국은 정확한 진실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위하여 이번 사건의 책임자로 유족들에 의하여 고소된 지휘관을 포함한 미군 7명에 대하여 모두 1차적 형사재판관할권을 포기하여야 한다. 검찰과 미군당국은 더 이상 진실을 덮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다 음
1. 사고 차량의 운행에 관하여
이번 사고의 시작은, 사고 지점 도로 폭보다 30㎝ 가량이나 폭이 넓은 사고 차량이 무단으로 이 사건 사고 지점을 운행하면서 아무런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더구나 사고 지점에 이르러서는 맞은 편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하던 폭이 넓은 장갑차와 교행하려고 시도하여 사고 지점 15m 전방부터 갓길로 방향을 바꾸어 진행하였던 것이 사고의 1차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검찰은 사고 차량이 어떻게 도로교통법을 위반하여 이 사건 사고지점을 운행하게 된 것인지, 누가 이렇게 위험한 훈련작전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기도록 한 것인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전혀 밝히지 않았다. 유족들과 국민들이 요구하는 진실규명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 사고 차량과 같이 위험한 미군 차량이 계속 일반 도로를 운행하고 위험한 작전을 감행할 경우,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검찰의 수사는 이 점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미군당국이 소지한 관련 문서들과 관련 지휘관들에 대한 수사가 더 이상 미루어질 경우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요원한 일로 남을 뿐이다.
2. 통신장애에 관하여
검찰은 이 사건의 주요 원인은 통신장비 잡음 등으로 운전병이 관제병의 정지지시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발표하였다. 운전병과 관제병이 착용하였던 CVC 헬멧 통신장비의 소음방지방치가 떨어져나갔고, 통신용 증폭기의 연결부분에 먼지와 습기가 차 통신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었는데도 운전병과 관제병이 이를 그대로 착용하여 통신에 잡음이 많고 접촉 불량으로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사고 지점이 오르막길이어서 장갑차의 소음이 증폭되어 운전병과 관제병의 정상적인 통신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발표로 보면 사고 당시 통신장비가 작동하였다는 것인지, 아예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고, 언론보도에 따르면 사건 직후 미군의 현장조사당시 이 통신장비가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인바, 검찰은 이 점부터 명백히 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담당정비병과 정비책임자가 이 고장 사실을 알고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인지, 통신장비가 이처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수리하거나 교체하지 아니하고 사고 운전병과 관제병이 만연히 이 사건 훈련을 시작한 경위는 어떠한지, 통신장애에도 불구하고 소속 부대에서 사고 지점까지는 어떻게 운행하여왔는지, 운행 도중 통신장애에 대한 긴급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가 상세히 밝혀져야 한다.
더구나 검찰 수사발표에 따르면 미군 CID 수사도 운전병과 관제병 사이의 통신 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인바, 그렇다면 지난 6. 19. 미군 당국의 조사결과발표시 왜 통신장비불량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차량 소음과 무선교신혼선으로 운전병이 관제병의 경고를 듣지 못했다고 발표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미군 당국이 조사결과 통신장비불량을 확인하고서도 무선교신혼선을 거론하였다면, 이는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 유족과 한국민을 속여 사건을 무마하려고 한 것이다. 미군 당국은 이 점에 대하여 즉각 해명하여야 한다.
3. 사고 차량이 피해자들을 발견한 시점에 관하여
검찰은 사고 지점이 오른쪽으로 굽은 오르막길이고 오른쪽 갓길에 풀이 우거져 있어, 관제병이 30m 전방에서 피해자들을 발견하기는 곤란하였을 것이고, 관제병은 피해자들을 10-15m 전방에서 뒤늦게 발견하였으며, 운전병은 장갑차 중심부에 설치된 기기 때문에 오른쪽 12시에서 2시 방향을 볼 수 없어 관제병의 지시에 따를 뿐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사고 당시는 맑고 화창한 초여름 아침이고, 피해자 신효순 뒤에 걸어가던 피해자 심미선이 빨간 색 상의를 입고 있었던 데다 사고 차량의 관제병 탑승위치가 일반 차량에 비해 높아, 오르막길에 있는 피해자들을 발견하기에 무리가 없다. 검찰 수사발표대로 사고 차량이 빠르지 않은 속도로 진행하였다면 더욱 그러하다. 더구나 피해자들이 쓰러진 지점은 아스팔트 갓길로서 풀이 나있지 않고, 그 옆의 흙갓길에 나있는 풀도 고작 길이 20㎝ 가량의 잡초로 발목까지 오는 정도인데 이로 인해 중학교 2학년으로 키 150㎝이상 되는 피해자들을 보기 곤란하였다는 검찰의 발표는 현장 상황에 크게 배치되는 것으로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6. 19. 미군당국의 조사발표에 따르면 관제병이 피해자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지점은 사고 지점 약 30m전방이었다는 것인바, 관제병이 피해자들을 10-15m전방에서 뒤늦게 발견하였다는 검찰의 수사발표는 미군당국의 발표와도 모순되어, 검찰이 피의자들의 뒤늦은 변명을 확인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나아가 언론보도에 따르면 운전병은 이미 미군 CID에서 붉은 색 옷을 입은 피해자를 보았다고 진술하였다는 것인데, 검찰 수사발표는 운전병이 차량 구조 때문에 피해자들을 보지 못했다는 상반되는 내용의 미군당국의 발표내용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서, 과연 철저한 조사가 진행된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미군 부대 영내에서 사고 차량을 점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보이는바, 사고 차량의 시야제한을 둘러싼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하여는 사고 차량을 동원하여 운행하면서 운전병과 관제병을 직접 승차시켜 시야를 확인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철저한 현장검증을 하여야 한다. 피의자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진술하지 않는다면 더욱더 현장검증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사고 차량의 속도에 관하여
검찰은 사고 장소가 속도를 낼 수 있는 곳이 아니므로 사고 차량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사고 현장은 대부분의 차량들이 오르막길을 오르기 위하여 속도를 내어, 보행자가 위험을 느낄 정도로 질주하는 곳이어서, 검찰의 수사발표는 사고 현장의 정황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사고 발생 직후 운전병과 대화한 마을 주민 홍기식의 진술에 따르면, 운전병이 속도를 냈다고 말하였다는 것인바, 이러한 점으로 보면 사고 차량의 속도가 일반적인 장갑차 운행속도보다는 상당히 빨랐던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피해자들은 일렬로 쓰러져 발끝부터 머리까지 모두 장갑차 압력을 받아 파열되어 최소한 3m 가량 사고 차량이 피해자들을 깔고 지나간 것으로 보이는바, 사고 차량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면 이와 같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따라서 검찰은 사고 차량의 속도에 관하여도 재수사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검찰은 사고 차량의 속도에 따라 정지거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면밀하게 수사하여, 왜 활동력이 왕성한 여중생인 피해자들이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사고 차량에 연이어 압사되었는지 규명하여야 한다. 우리는 여중생 2명을 차레로 압사시킨 이번 사고의 심각성에 비추어, 사고 차량이 저속으로 운행하였다는 검찰의 발표를 믿기 어렵다.
5. 사고 차량 대열 인솔자의 책임에 관하여
검찰은 사고 차량 대열 인솔자에 대하여도 이 사건 사망사고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사고 차량 대열 인솔자는 피해자들이 사고 지점 부근을 보행하는 것을 목격하였을 것이고, 인솔자로서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 보행자에게 위험을 경고하고 뒤에 따르는 휘하 차량에 보행자가 있음을 알려 안전히 운행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고 차량 관제병에게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피해자들의 사망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대열 인솔자의 책임을 분명히 하여야 함에도 이를 밝혀내지 않은 것은 수사미진이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우리는 이번 검찰의 수사발표를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 따라서 검찰은 사고 차량을 동원하고 피의자를 출석시킨 현장검증부터 시작하여 이번 사건을 전면적으로 재수사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검찰은 유족들과 국민들로부터 진실규명을 외면하였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미군에 의하여 한국민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유사한 사건의 재발도 방지할 수 없을 것이다.
2002. 8. 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 병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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