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민회(공동대표 김경희, 김영순)는 여성부가 우근민 제주지사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것과 관련, 31일 우 지사의 공직 사퇴를 촉구해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민회는 이날 오전 제주도청 정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성부의 조치로 우지사의 성추행 사실이 공식 인정된 것은 물론 그동안 우지사의 거짓으로 검철된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됐다”며 “우지사에게 최소한의 양심과 윤리의식이 남아 있다면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고 조용히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여민회는 “기자회견 직후 제주도 의장을 면담해 제주도의회 차원의 노력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여민회는 또“8월1일부터 한달 동안 도청앞 1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며 8월7일에는 성폭력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여성과 평화의 상징인 보라색 수건으로 제주도청을 에워싸는 인간띠 잇기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여민회는 아울러 “앞으로 비슷한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전국 여성단체와 함께 고위 공직자 성윤리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추행에 대한 법정소송과 관련, 여민회와 피해자 고모씨는 변호사와 상의하여 금명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고씨 "검찰이 나를 거짓말쟁이로 발표할 땐 너무 고통스러웠다"**
피해자 고모씨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여성부 발표 후 심정을 밝히면서 우 지사에게 여성부 권고사항을 받아들이고 공개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고씨는 “어제 아침 여성부의 판결을 듣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거짓말처럼 아무 생각이 나지 않고 순간 마비된 느낌이었다”며 "한참 후 '아! 내가 정말 밝은 사회에 살고 있긴 있구나!’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그 동안 힘들었던 순간이 다 잊어지면서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말했다.
고씨는 특히 “검찰이 저를 가해자처럼 조사하면서, 결국 거짓말쟁이로 발표할 때는 너무 고통스러웠다”며 "작은 딸을 강제소환하겠다고 엄포를 줄 때는, 진실을 알리겠다고 한 저의 행동으로 인해 아이까지 상처를 주는 것 같아서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밝혔다.
고씨는 또 우지사에게 “여성부의 시정권고를 그대로 이행하기 바란다”며 “그 동안의 거짓말과 저를 괴롭힌 명예훼손에 대해 정말 진심으로 사과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성연합 “향후 각급 선거 공천에서 성폭력 경력이나 혐의가 있는 사람은 제외해야”**
정치권과 각계의 우지사에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30일 논평을 발표해 우지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채성령 부대변인은 “우 지사는 6.13선거 당시 TV토론 등을 통해 성추행사실이 드러나면 당선되더라도 사퇴하겠다고 누차 약속했다”며 “여성부의 결정으로 진실이 가려진 만큼 우 지사는 즉각 사죄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경우 현재 제주의회 의원 19명 가운데 12명이 한나라당 출신이며 의장 또한 한나라당 출신인만큼, 금명간 여성단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우근민 지사 퇴진 운동을 펼쳐나가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공동대표 이오경숙 등 3인)은 이날 논평을 발표해 우 지사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여성연합은 “여성부가 가해자가 현직 도지사라는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는 입장을 견지, 성희롱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결정을 내린 것을 전폭적으로 지지·환영한다”며 “제주지사는 여성부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여성연합은 특히 각 정당에 대해 “민주당은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우지사를 공천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향후 각급 선거에 출마하려는 공천희망자를 검증할 때 성폭력 경력이 있거나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공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 지사 “이의신청은 물론 행정소송도 검토”**
이에 대해 우지사측은 여성부의 성희롱 인정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도청측은 “언론에 보도된 여성부의 입장은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인 경로로 흘러나온 것인 만큼 권고사안으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식 문서가 접수되는 즉시 이의신청은 물론 행정소송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정권고조치를 받은 제주도는 30일 이내에 처리, 그 결과를 여성부에 통보해야 하며 불복할 경우에는 사유를 밝혀 이의신청해야 한다.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는 지난 29일 전원회의를 열어 여성단체 제주지부장 고모씨가 우 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사건에 대해 성희롱으로 인정된다며 1천만원의 손해배상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을 권고한 바 있다.
다음은 피해자 고모씨 및 제주여민회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여성부 우지사 성희롱 판정 후 피해자의 심정***
이 자리에 선 저는 지금 무척 떨립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진실을 밝히는 심정이 바로 이런 것 같습니다.
어제 아침 여성부의 판결을 듣고 한 동안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거짓말처럼 아무 생각이 나지 않고 순간 마비된 느낌이었습니다. 한참 지나 정신을 차린 후, ‘아! 내가 정말 밝은 사회에 살고 있긴 있구나!’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그 동안 힘들었던 순간이 다 잊어지면서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제가 제주도 최고 권력자의 성추행 사실을 알리려고 할 때 주위 사람들은 권력자와 싸우면 저만 힘들어질 것이라고 하거나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사실 지난 몇 달은 저에게 몇 년의 세월이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말이 맞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믿지 않았습니다. 뜻하지 않게 지나가는 사람에게 비난을 받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이 저를 외면할 때는 외딴 섬에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검찰이 저를 가해자처럼 조사하면서, 결국 거짓말쟁이로 발표할 때는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특히 작은 딸을 강제 소환하겠다고 엄포를 줄 때는, 진실을 알리겠다고 한 저의 행동으로 인해 아이까지 상처를 주는 것 같아서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딸들은 제겐 힘들 때마다 용기를 주는 존재였습니다. 딸들은 제가 살아가는 희망이고 존재 이유입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감사의 기도를 했습니다. 그렇게 순간 순간을 견뎌냈습니다. 또한 저를 믿어주고 든든히 지켜봐 준 사람, 저를 위해 기도해 주는 사람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우지사가 성추행을 하고서도 ‘친근감의 표현’이라느니 ‘대중정치인으로써 행동’이라고 발뺌할 때는 그 뻔뻔함에 치가 떨리고 화가 났습니다. 제가 여성부에 신고할 때부터 우지사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지사는 공식적으로 한 번도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사과도 한 적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와 제주여민회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여성부는 우지사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고 손해배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하였습니다. 우지사는 여성부의 시정권고를 그대로 이행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동안의 거짓말과 저를 괴롭힌 명예훼손에 대해 정말, 진심으로 사과하길 바랍니다. 그것은 제가 인간으로서 최소한이나마 존중을 받는 일입니다. 저의 인권과 명예를 존중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50만 도민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법적 문제는 변호사와 상의하면서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그간 땅에 떨어진 저의 명예가 이번 여성부의 판정으로 조금이나마 회복되었습니다. 그간 저와 함께 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2002년 7월 31일
고 * *
***여성부의 '우근민 지사 성희롱 인정'에 따른 제주여민회 기자회견**
지난 7월 29일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는 우지사 성추행 사건에 대하여 성희롱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대책 수립과 1,000만원 손해배상의 시정권고 조치를 내렸다.
이번 여성부의 시정권고 조치는 민선자치단체장으로서는 최초로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상의 남녀차별 행위인 성희롱으로 인정한 것이며, 여성부에서 손해배상을 권고한 지금까지의 사례 중 가장 많은 금액으로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큰 조치이다. 여성부의 이번 조치는 여성인권을 존중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결정으로 크게 환영한다.
성추행 사건을 제기한 이후 온갖 비방과 유언비어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한 길을 걸어 온 피해자에게 먼저 격려와 애정을 보내는 바이다.
여성부의 조치로 우근민지사의 성추행 사실이 공식 인정된 것은 물론, 그동안 우지사의 거짓으로 점철된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우지사는 도백으로서 최소한의 도덕성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성추행 사실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였으며, 도리어 피해자와 제주여민회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후안무치함을 보여 왔다.
특히 지방선거 시기에는 여성 인권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면서 피해자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주었음은 물론, TV 토론회 등에서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수차례 강조하는 등 거짓으로 일관하여 제주도민 전체를 기만하는 모습을 보였음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제 우지사에게 최소한의 양심과 윤리의식이 남아 있다면, 스스로 모든 책임을 지고 조용하게 물러나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러한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이는 제주도민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이며, 도백으로서 자신은 물론, 도민들에게도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제주도지사의 최소한의 양심과 윤리의식을 촉구하며, 앞으로 성폭력 없는 사회, 여성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는 오늘 기자회견 직후, 제주도의회 의장을 면담하여 제주도의회 차원의 노력을 촉구할 것이며, 내일(8월 1일)부터 한달 동안 도청 앞 1인 시위를 시작으로 8월 7일에는 성폭력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여성과 평화의 상징인 보라색 수건으로 제주도청을 에워싸는 인간 띠잇기를 진행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여성부의 이번 결과를 토대로 성추행에 대한 법정소송은 변호사와 상의하여 진행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비슷한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위 공직자 성윤리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전국의 여성단체와 공동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다. 여성부가 시정권고한 재발방지대책 마련은 성추행 행위자인 우지사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보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도민사회와 함께 노력할 것이다.
우지사 성추행 사건이 공개되고 나서 지금까지 5개월여 동안 말없이 피해자와 제주여민회를 지지하고 격려해 주신 도민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린다.
2002년 7월 31일
사단법인 제주여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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