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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남궁진ㆍ장기표와 잇딴 화해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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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남궁진ㆍ장기표와 잇딴 화해 배경은?

단순한 '당 단합'인가, '2보전진 위한 1보후퇴'인가

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8.8 재보선 공천과정에 크게 대립했던 남궁진 전 문화관광부장관(경기 광명), 장기표 푸른정치연합 전 대표(서울 영등포을)와의 '불화'를 빠르게 수습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8.8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노 후보는 남궁진 전 장관과 장기표 전 대표에 대해 언론과의 인터뷰 및 자신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공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후보로 확정되자 노 후보는 이들과 화해의 악수를 나눴다.

선거를 앞두고 더이상 당내 불화를 계속할 수 없다는 '현실정치'의 불가피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8.8재보선후 노 후보의 행보와 무관치 않은 포석으로 해석돼 귀추가 주목된다.

***"남궁진은 실정에 책임 없는 사람"**

남궁진 전 장관과의 '불화'에서 먼저 화해를 청한 사람은 노 후보다.

노 후보는 15일 경기 광명 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해 "내가 남궁 위원장 공천에 반대했는데 위원장에 피선돼 쑥스럽고 자존심도 약간 상한다"며 "지방선거에 지자 주변에서 'DJ와 가까운 인사는 절대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고 해서 라디오에서 그렇게 말했는데, 나중에 내 보좌진이 '(실정에) 책임있는 분과 책임없는 분이 따로 있는데, 남궁 장관은 책임있는 분이 아니다'라고 했다"며 경위를 해명했다.

노 후보는 또 "여론 조사를 했더니 남궁 장관을 시민들이 최고로 좋아하더라"며 "의견 개진은 자유지만 논의결과가 다르게 결정되더라도 기꺼이 찬성하고 협조하는 것이 민주정당의 지도자"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남궁진 전 장관에게 "혹시 섭섭한 마음이 있으면 푸시고 나도 광명에서 2배로 뛰겠다"고 말했다.

***장기표 '노무현 지지' 다짐**

장기표 전 대표와의 관계는 장 전대표가 먼저 화해의 악수를 건넸다.

장 전 대표는 1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노무현 지지'를 다짐하며 먼저 화해를 청했다. 장 전 대표는 자신이 노 후보와 경남 김해 동향이자 진영중학교 2년 선후배 사이인 점을 강조하면서 "노 후보를 잘 도와 고향에서 대통령 한번 나오게 하겠다"며 노 후보 지지를 다짐했다.

장 전 대표는 자신의 민주당 입당 배경에 대해 "내가 영남 출신이어서 민주당이 전국정당화 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노 후보는 굉장히 의미를 지닌 사람"이라고 말했다.

장 전 대표는 또 "노후보를 평가절하하는 듯한 내 발언은 앞뒷말을 모두 자른 보도 때문이지만, 그런 것까지 예상하고 말을 하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라면서도 "비록 작은 정당이긴 하지만 한 당의 대표로서 다른 당 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이해를 구했다.

장 전 대표는 이에 앞서 이날 공천이 확정된 뒤 여의도 당사에서 노 후보를 따로 만나 "공천 과정에서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먼저 화해를 청했다.

지난 1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쓴 글을 통해 장 전 대표의 입당 및 공천에 대한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혔던 노 후보도 "사적인 감정은 없었다"며 공천 결정을 수용했다.

***김중권 전 대표와도 화해하나?**

노 후보와 김중권 민주당 전 대표와의 갈등도 금명간 해소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재보선특대위는 서울 금천 지역에 김중권 전 대표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어 사실상 공천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노 후보 정무특보인 천정배 의원은 13일 김 전대표를 만나 'DJ 측근 배제론' 등을 들어 공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노무현 후보의 패배주의를 개탄한다"며 노 후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지난 주말까지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대위는 서울 금천 지역에 김중권 전대표를 추대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당지도부는 노 후보 측과 긴급 조율을 시도한 뒤 김 전대표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16일 일부 언론은 김중권 전 대표의 출마설을 보도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 측의 김윤덕 보좌관은 이와 관련, "김 전 대표가 출마로 방향 선회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는 잘못된 것이며 아직까진 불출마 입장이 확고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노 후보가 이미 남궁진, 장기표 후보와도 화해한 만큼 김중권 전 대표와도 금명간 화해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조심스런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노 후보의 계산법은?**

이처럼 김 전 대표와의 갈등이 아직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궁진, 장기표 후보와의 갈등은 노 후보가 당의 결정을 적극 수용하고 지지하기로 입장을 바꿈에 따라 일단 봉합됐다.

노 후보의 계산법은 무엇일까?
노 후보가 밝힌 바대로 "의견 개진은 자유지만 논의결과가 다르게 결정되더라도 기꺼이 찬성하고 협조하는 것이 민주정당의 지도자"이기 때문에 당장 재보선을 치러야 하는 당의 단합 차원에서 자연스런 행동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불과 며칠 사이에 이랬다 저랬다 하는 이미지를 노출시킴으로써 기성정치에 새바람을 몰아 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자신의 지지기반을 잃게 될 우려도 큰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득과 실이 명확히 대비되는 행동이다.

이에 대해 재보선 이후에 대비한 노 후보의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을 것이란 또 다른 시각이 등장한다.

노 후보는 이번 재보선을 자신의 주도로 치르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리고 공천과정에서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노 후보의 입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재보선특대위라는 당의 공식구조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은 입장을 밝힐 뿐, 공천을 주도하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은 지겠다고 했다. 그리고 남궁진 장기표 후보와의 갈등을 봉합했다.

이와 같은 일련의 행보를 종합해 볼 때 노 후보는 재보선 과정에서 자신이 공천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두고, 그러나 당의 승리를 위해 자신은 최선을 다 했다는 점 역시 부각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이후 터져 나올 '책임론'에 대비한 명분 축적이며, 동시에 향후 당의 진로가 '갈라서기' 혹은 '단합', 그 어느 쪽이든 자신의 입지를 구축해 두려는 사전포석 차원의 행보라는 분석이다.

이런 복잡한 계산법이 재보선 이후 어떻게 조합되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예측 불허다. 일단 재보선 결과가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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