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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청와대, '남궁장관 공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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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청와대, '남궁장관 공천' 신경전

노후보측, "동교동계 인물 공천 못준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르면 내주중 이한동 총리 등 일부 각료를 바꾸는 개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폭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몇몇 장관은 퇴진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 중에 한명이 남궁진 문화관광부장관이다.

남궁 장관은 현재 한달 뒤인 오는 8.8보선때 광명에 출마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의 손학규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남궁 장관은 오래 전부터 출마를 준비해온 상태다. 따라서 민주당에서 자신을 공천해주기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노무현-남궁진, 공천 갈등**

"국민이 지겨워하는 구태정치와 인연을 끊고 새로운 세력의 등장을 바라는 국민 기대를 공천에 반영시켜야 한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5일 기자간담회에서 'DJ 측근인사 재보선 공천 배제' 문제와 관련해 한 말이다. 남궁 장관에게 당의 공천을 줄 생각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노 후보는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때도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셨던 분들이 이번 보선에서 전면에 다시 진출하는 것은 여러 가지 정치적 분위기상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었다.

당시 이 말을 접한 남궁 장관은 당연히 펄쩍 뛰었다. 그는"김대통령때 (해양수산부) 장관했던 사람은 (대통령) 후보를 해도 괜찮고, 가까이서 모신 사람은 국회의원 출마도 못한다는 것이냐"라고 반발했다. 이어 그는 "잘될 것으로 본다"면서 "(민주당 공천이) 안되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할 것"이라며 출마의지를 강력히 밝혔다.

남궁 장관 입장에서 보면 나름대로 반발할 이유도 있다.
그는 15대 총선 때 광명에서 당선됐으나 김 대통령에게 발탁돼 의원직을 내놓고 99년 11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들어왔다. 따라서 남궁 장관의 원대 복귀는 본인은 물론, 지구당에서도 당연시해 왔다.

***남궁 장관, 연청회장 출신의 동교동계**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3홍 비리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민주당이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그후 노무현 후보는'탈DJ' 노선을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노 후보는 당 8.8 재보선특위를 구성하면서 김근태 고문을 위원장으로 임명, "개혁성·도덕성을 기준으로 공천하겠다"고 밝혔다.

이 잣대에 남궁 장관이 걸린 것이다.
남궁 장관은 아직도 김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민주당 최대 외곽조직인 연청 회장 출신이다. 지난번 문화관광부 장관이 될 때도 동교동계의 큰 도움을 받아 강력한 경합자이던 박준영 수석을 젖힐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남궁 장관은 "나는 누구보다 개혁적인 사람"이라며 '동교동 배제' 원칙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구동교동계도 "DJ 측근이라는 게 무슨 죄냐"며 지원사격을 때리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 입장에서 보면 이런 경력의 남궁 장관을 공천할 경우 "그 동안의 탈DJ 움직임은 민심을 호도하기 위한 속임수였냐"는 비난에 직면할 게 뻔하다. 쉽게 물러날 수 없는 국면이다.

***문제의 근원은 청와대의 이율배반성**

일각에서는 근원적으로 이런 복잡한 상황을 야기한 청와대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 민주당적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인 남궁 장관이 당당하게 민주당 공천을 요구하고, 김대통령이 그의 출마를 허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이다.

요컨대 말로는 "우리는 민주당과 무관하다.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현 각료의 재보선 출마와 민주당 공천을 요구하는 청와대의 '이율배반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다.

정가 일각에서는 남궁 장관 공천여부를 둘러싼 노무현 진영과 청와대간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의 결과가 향후 정국을 가늠하는 한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노무현 후보는 4일 거국내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당내 쇄신파들이 요구해온 박지원 비서실장 등 청와대 개편 문제는 배제했다. 임기말년의 외로운 김대통령을 배려한 조치로 읽힌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노무현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회의적 시선을 보내며 최근 지지도가 오르고 있는 정몽준 축구협회장등 '제3의 후보'를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노 후보의 본격적인 탈DJ 움직임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반발의 한 증거가 청와대의 남궁 장관 출마 밀어부치기가 아니냐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청와대는 이같은 의혹어린 시선에 대해 당연히 펄쩍 뛰는 분위기다. 대통령 주위에서 함께 고생해온 정치인 출신 각료가 임기말을 맞아 원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것을 대통령인들 인간적으로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는 해명이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선비는 본디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다시 고쳐 매는 법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남궁 장관이 이미 출마의사를 굳혔다면, 그는 온갖 억측과 분란을 낳고 있는 민주당 공천에 연연하지 말고 당당히 무소속으로 출마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일이다. 청와대 또한 남궁 장관에게 무소속 출마를 권해야 마땅하다는 게 대체적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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