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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지원 비서실장 물러나라”

<인터뷰> 신기남 민주당 정치부패근절대책위원장

"과거 DJ 정당과의 절연, 결별이 필요하다."

민주당 정치부패근절대책위원회 위원장 신기남 최고위원은 25일 본지와 인터뷰 내내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신 최고위원은 정치부패근절대책위에서 지난 24일 결정한 ▲ 김홍일 의원 탈당 건의 ▲ 아태재단의 해산 또는 사회 환원 ▲ 박지원 비서실장 등 청와대 비서진의 인책 요구 ▲ 방탄국회 금지 방안 추진 등 4개 현안을 오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탈 DJ' 결과적으로 노 후보에게 좋은 일"**

신 최고위원은 "전향적 자세가 아니라 신경질적인 자세를 보일 태세인 최고위원들이 많기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탈DJ'에 강경한 입장인 이유는 "즉효약은 아니겠지만 김대중 대통령 아들 비리 등 부패 문제로 등 돌린 민심을 붙잡을 최소한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신 최고위원은 '탈 DJ'정책과 관련해 "노 후보도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의 사활을 짊어지고 있는 만큼 인간 노무현을 뛰어넘어 지도자로서 노무현의 책임감을 가지고 처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최고위원이 보기에 '탈 DJ'는 "장기적으로 노 후보도 이런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노 후보에게 좋은 일"이다. 신 최고위원은 "노 후보가 우리에게 그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주고 자기는 따라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신 최고위원은 박지원 비서실장의 책임을 묻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 비서진들이 대통령에게 아들들 문제의 사실관계를 왜곡 보고하고 민심을 왜곡 전달했다"면서 "대통령 아들 비리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책임은 청와대 비서진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신 최고위원은 또 '탈DJ' 방안을 제기하는 것이 당내 내분을 일으킨다고 보는 시각에 대해 "논쟁 없이 어떻게 합리적인 의견을 도출할 수 있냐"면서 "변화와 개혁을 위한 발전적인 과정"이라고 반박했다. 신 최고위원은 "한화갑 대표가 당 단합을 깨는 발언이 나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는데 그건 한 대표의 의견일 뿐"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정치부패근절대책위는 현안인 '탈DJ' 방안 외에 ▲ 의원 불체포 특권 제한 ▲ 한시적 특검 상설화 ▲ 검찰총장·국정원장·대통령비서실장·국세청장 인사청문회 도입 ▲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 신설 등의 제도 개선안을 확정, 당에 공식 건의하기로 했다.

한편 민주당은 '탈DJ'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기 위해 한화갑 대표가 김 대통령을 면담, 당 분위기를 전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이전에 비해 진일보한 입장이다.

신 최고위원과의 인터뷰는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40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당내 분란이 아니라 변화와 개혁을 위한 발전적 과정"**

프레시안 : 김홍일 의원 탈당 요구에 대해 '김 의원 개인이 결정해야 될 문제다', '신연좌제다'라는 반발이 있다.

신기남 : 일리가 있는 말들이다. 김 의원 탈당 문제는 법적인 책임은 아니다. 굳이 얘기한다면 가족으로서의 도의적인 책임이고 정치적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 김홍일 의원 입장에서 본다면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당을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 그런 측면에서 당의 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권유하는 것이다.

정치부패를 뿌리 뽑지 못했다는 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빨리 벗어나야만 민심을 얻을 수 있다. 과거 'DJ 정당'과의 절연, 결별이 필요하다. '탈 DJ'가 그런 의미 아니겠는가.

프레시안 : 김옥두 의원 등 구동교동계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텐데.

신기남 : 김홍일 의원 탈당 요구는 곧 자기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느낄 것이다. 동료의식들이 있으니까. 그 분들의 인간적인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괴롭다. 인간적으로 못할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심을 반영해야 하고 당내에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많은 의원들의 여론을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부패근절특위 위원들 입장에서는 괴로움을 무릅쓰고 해야만 한다.

프레시안 : 이런 부패관련 민심수습방안이 가까스로 봉합한 당내 분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기남 : 아까 어떤 기자가 그런 말을 하길래 내가 단호히 배격했다.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을 내분이니, 혼란이니, 이렇게 보는 것은 부당하다. 이건 변화와 개혁을 위한 발전적인 과정이다. 논쟁 없이 어떻게 합리적인 의견을 도출할 수 있는가. 23일 당직 개편 등 여러 가지 타결도 처음에 문제제기가 있고 백가쟁명식으로 논쟁하다가 타협을 이룬 것 아닌가.

***"김홍일 탈당, 당내 다수가 동의한다**

결국 이 문제도 봉합이 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 아닌가. 더 나은 결론을 얻기 위해 논쟁을 스타트하는 것인데, 스타트할 때마다 내분이고 혼란이라고 하면 그저 가만히 있으라는 얘긴가. 논쟁을 그치고 마무리가 되면 화합을 했다고 하고 다시 논쟁이 일어나면 분란이고.. 이렇게 반복적으로 쓰는 언론이 문제다.

한화갑 대표가 '당 단합을 깨는 발언이 나오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고 기자들이 변명하던데, 그건 한 대표의 입장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김홍일 의원 탈당 등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당내 다수라는 얘기인가.

신기남 : 당에 초·재선 의원들은 거의 대부분 동의한다. 지금 우리 당에 초재선 의원이 한 2/3는 될 것이다. 오히려 내가 미적지근하다고 질책하는 의원들도 많다. '개혁 쇄신파 대표로 최고위원 됐다더니 뭐하는 거냐. 왜 지방선거 패배 후 당장 사퇴하지 않았냐'고 따지고... 최고위원 사퇴하려고 했다. 그랬는데 한화갑 대표가 당에 공백이 생긴다고 사퇴하지 말라고 했다. 어느 한 사람이 사퇴하면 다 해야 되는데, 지금은 수습을 해야할 때라고 간절하게 설득하고 압박도 하고 해서 주저앉았다.

또 정치부패근절특위 위원장으로 있으면서도 나는 욕먹기 바쁘다. 위원들 중에는 김홍일 의원의 탈당 정도가 아니라 의원직 사퇴를 주장하는 위원들도 있다. '탈DJ' 방안을 거론하는 것은 내 개인적 입장을 밝히는 게 아니다. 대다수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의원들의 요구와 정치부패근절 특위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 책임 추궁은 처음 제기된 문제다.

신기남 : 사실 지난 14일 소장파 의원 21명이 모였을 때도 나왔던 얘기다. 그때 성명서에는 포함시키지 않았었다가 어제 합의에는 넣었다. 몇몇 위원들이 강력하게 주장했다.

청와대에서는 당과 청와대가 절연한 마당에 이런 요구는 부당하다고 냉소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왜 참패했나. 대통령 아들 부패 문제를 당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 아닌가. 앞으로 대통령 임기가 6개월 남았는데 그동안 대통령이 실정을 하면 민주당이 영향을 안 받는가. 아니다. 따라서 당에서 말할 권리가 있다. 아니 당과 정치 발전을 위해 말할 의무가 있다.

***박지원 실장, 3홍비리 책임지고 물러나야**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박지원 비서실장이 무슨 책임이 있나.

신기남 : 우리가 많이 잊어버리고 있는데 그동안 청와대가 아들 비리 문제에 대해 대응했던 언론 보도를 한번 봐라. 근거 없다고 발뺌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김 대통령도 올해 초에 아들 문제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한 적 있다. 대통령이 물론 거짓말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측근들은 알 수 있었다고 본다. 알면서도 은폐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수로 몰랐더라도 책임져야 한다.

또 비서진들이 아들 문제에 대한 민심을 몰랐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에게 보고해서 대통령이 제대로 대처하게 했어야 한다. 대통령 사과도 너무 늦어져서 국민들 반응이 시큰둥하지 않았나. 월드컵에 묻혀서 했는지도 모른다. 대통령 사과도 미리 했어야 하고, 아들 문제에 대해서도 질질 끄는 것이 아니라 빨리 조치를 했어야 한다.

그러나 비서진들은 대통령에게 사실관계를 왜곡 보고하고 민심을 왜곡 전달했다. 이건 비서진들이 책임져야 한다. 게다가 지금 비리 정국이 이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또 뭐가 나올지 모른다. 앞으로도 대처를 잘하기 위해서는 대처를 잘할 사람들로 교체해야 한다.

프레시안 : 현안뿐 아니라 의원 불체포 특권 제한 등 제도 개선안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문제는 민주당만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안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신기남 : 한나라당과의 합의 이전에 당내 합의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내놓은 제도 개선안은 그간 학계나 시민사회단체에서 주장하던 내용들을 거의 수용한 대단히 혁신적인 내용이다.

그래서 우리 당내에서도 꺼려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부다 무사통과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한나라당은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더 보수적인 정당이니까 한나라당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또 좁혀질 것이다.

특히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제한은 개헌 사항으로 장기적인 과제다. 대신 여야를 망라하고 방탄국회는 하지 말기로 합의했으면 한다. 또 정치자금법 개정도 의원들이 많이 껄끄러워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결국 이런 부패근절 방안이 8.8 재보선을 의식한 대국민용 충격요법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신기남 : 맞다. 8.8 재보선, 대선에서 민심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치개혁이 이뤄지는 것 아닌가. 부패근절방안을 민주당에서 만들면 한나라당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국민경선제를 한나라당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듯이.

***"인간 노무현 뛰어넘어 지도자 노무현이 돼라"**

프레시안 : 노 후보는 여전히 'DJ와의 차별화는 속임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기남 : 24일 노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결단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서 '인간 노무현을 뛰어넘어서 지도자로서 노무현의 책임감을 가지고 처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보통 정치인도 아니고 대통령 후보 아닌가. 당의 사활을 짊어지고 있는 지도잔데, 계승할 건 계승하되 미적미적한 태도는 보이지 말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라고 주문했다.

근데 노 후보는 제도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얘기하는데 김홍일 의원 탈당,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얘기하기를 꺼렸다. 이해가 간다. 민감한 문제니까. 그러나 속마음으로는 동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그렇게 갈 수밖에 없고 결국 노 후보도 그런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예측한다. 우리한테 그 문제에 대한 것은 주도권을 주고 자기는 따라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노 후보를 위한 일이다.

프레시안 : 한화갑 대표도 김홍일 의원 탈당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다.

신기남 : 한 대표 입장에선 자기가 친한 사람들 아닌가. 가족같은 사람이다. 그 문제에 대해서 한 대표에게 동의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프레시안 : 이 문제에 대해 당내에서 어떻게 의견 수렴을 해나갈 계획인가.

신기남 : 보고서가 작성되면 바로 최고위원들에게 나눠주고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근데 최고위원들이 논의대상으로 삼아줄지 모르겠다.

프레시안 : 무슨 말인가.

신기남 : 전향적인 자세로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벌써 신경질적인 자세를 보일 태세인 최고위원들이 많다. 정치부패근절특위가 이런 거 하라고 만든 기구가 아니라는 의견부터 나올 것이다. 논란이 예상된다. 제도적인 문제도 혁신적인 안이 많기 때문에 보수적인 의원들 사이에 반발이 많을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신기남 : 우리가 이런 현안들에 대해 방향타를 잡고 해나가는 것이 민심을 곧바로 돌릴 즉효약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는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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