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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심판 받겠다면 서울에서 출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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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현철, 심판 받겠다면 서울에서 출마하라"

한나라당 공천거부, 시민단체 출마반대운동

현직 대통령의 두 아들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와중에, 5년전 비리 혐의로 구속됐던 전직 대통령 아들이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하고 나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97년 한보사건으로 구속됐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8.8 재보선에 마산·합포지역에서 출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현철씨의 출마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것으로 새삼스런 뉴스가 못된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6.13선거 결과 '3김 시대의 종언'이 기정사실화된 때문이다.

***6.13선거후 급락한 YS의 위상**

6.13선거에서의 민주당 및 자민련 참패로 김대중 대통령,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회복불능의 치명상을 입었다. 김영삼 전대통령 역시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김 전대통령과 상도동에서 만난 뒤 지지율이 급락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YS의 정치적 쇠락은 이미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이 19일 현철씨에게 공천을 주지 않기로 최종결정했다. 또한 경남 및 마산지역 시민단체들은 "현철씨 출마를 반대하는 범시민운동을 벌이겠다"고 20일 밝혔다. 경남대 총학생회 등 대학생들도 출마 저지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사면초가의 위기 국면 도래다.

그러나 현철씨는 측근을 통해 20일 "출마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현철씨는 19일 마산으로 내려가 지역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고 있으며 내주중 현지에 사무실을 낼 계획이다. 3김 시대의 종언속에 과연 김현철은 당선될 수 있을까. 정가의 또다른 주목거리다.

***한나라당 공천 거부에 상도동 '불쾌'**

민주계 출신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후광에 힘입어 한나라당 대표가 된 서청원 대표가 18일 상도동 자택으로 김 전대통령을 찾아갔다. 외형상으론 6.13선거 압승에 대한 감사 인사 형식을 띤 방문이었다. YS가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날 분위기가 미묘했다. 이날 회동에서 YS는 서대표에게 현철씨의 공천을 단도직입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YS는 서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30분 이상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YS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노풍이 전국을 강타할 때 당 대표를 비롯해 주요 요직을 민주계에게 양보할 정도로 YS에게 고개를 깊숙이 숙였던 예전의 한나라당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서 대표 취임이후 개선됐던 YS와의 관계가 다시 악화될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19일 현철씨에게 공천을 주지 않기로 최종결정했다. 현철씨의 출마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나라당 홈페이지에는 "현철씨를 공천하는 순간 한나라당은 망할 것"이라는 의견이 쇄도하는 등 비판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부패정권 청산'이라는 구호로 현재의 분위기를 연말 대선까지 몰고가려는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부패혐의로 구속된 전과가 있는 현철씨 공천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YS 진영에서 '차선책'으로 요구했던 마산·합포지역 무공천도 거부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현철씨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우리 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으면 꼼수라는 비난이 일 것이므로 당에선 현철씨의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연 이 지역에 어느 정도 중량감 있는 후보를 출마시킬 것인지는 아직 확정짓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내 민주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3김씨에 대한 최근 여론이 대단히 냉랭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무명 후보'를 내보내기도 쉽지는 않으리라는 게 당내 판단이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변심(?)에 대해 YS측은 강한 불쾌함을 표시하고 있다.

상도동 관계자는 18일 서청원대표와의 김현철 공천 협의 사실을 극구부인하면서"본인이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뭐라고 할말이 없다. 왜 한나라당이 공천을 준다 안준다 하는 말들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필요할 때는 몰려들다가 끈이 떨어졌다고 보면 사라져가는 파리떼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시민단체 "심판을 받겠다면 서울에 출마하라"**

김현철의 출마에 또다른 걸림돌은 마산지역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대 움직임이다.

경남.마산지역 16개 시민단체 대표들은 20일 마산 가톨릭 여성회관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해 '8.8 재보선 김현철 출마 반대 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주변 인사들에게 "1997년 억울하게 구속됐던 점을 심판받겠다"고 출마 이유를 설명하고 다니는 현철씨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책위는 21일 마산 3.15 의거탑에서 "비리에 연루된 현철씨가 전 대통령의 아들임을 내세워 출마하려는 것은 민주성지인 마산의 자존심을 짓밟는 등 역사를 거스르는 일일 뿐 아니라 지역 정서와도 맞지 않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다. 또 현철씨가 공식 출마를 선언하면 3.15 의거탑 전체를 검은 천으로 덮어 씌우는 등 상징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조직적인 낙천·낙선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다른 시민단체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어서 최소한 20개 이상의 단체가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들과 함께 현철씨 출마가 저지될 때까지 반대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경남대 총학생회 등 대학생들도 현철씨 출마 반대 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남대는 올 신학기초에 김현철씨가 대학원에서 '21세기 국가경영'을 주제로 강의를 하기로 했다가 학생들의 거센 반발로 포기해야 했던 대학이기도 하다.

학생회의 한 간부는 "김현철씨가 진정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역사적 심판을 받고자 한다면 현재 자신의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데다가 YS의 입김이 남아있는 이 지역에 출마하는 대신 당당히 서울에서 출마해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김현철씨는 더이상 마산을 지역정치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나라당 경남 마산합포지구당 김호일 위원장(전의원)은 21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현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되거나 구속될 지경에 이르러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한 지금 국정 농단을 비롯, 부정.비리.탈세 등 대통령 아들 비리사건의 원조라 불리는 김현철씨가 출마할 뜻을 비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김현철씨는 참회하는 자세로 자숙해야 함에도 아무런 연고가 없는 마산합포 재선거에 출마를 기도하는 건 민주 성지 40만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지역 여론의 반대에도 며칠 전 현철씨가 마산으로 주소지를 옮겼던 것으로 밝혀져 출마를 강행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즉각적인 주소 퇴거와 함께 출마 포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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