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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권력의 사조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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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정원은 권력의 사조직인가

여권 핵심에 정보보고ㆍ자금 조달 의혹

국정원이 여권 핵심부에 각종 정보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자금까지 마련해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그 동안 진승현 이용호 정현준 윤태식 게이트 등 모든 권력형 비리마다 국정원 관계자들의 연루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이젠 권노갑 전 의원 등 권력핵심부에 대한 사적 루트의 정보보고 및 자금조달 의혹까지 불거진 것이다.

이처럼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권력형 비리 연루, 정보보고 및 자금조달 의혹까지 제기되자 "국정원이 권력의 사조직이냐"는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2일 "국정원이 옛날로 돌아가 정치에 깊숙히 개입했다"며 신건 국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또한 "국정원 간부들이 권력실세에게 줄을 대고 정치자금을 전달해 야당을 파괴하고 음해하는데 썻다는 제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후속 공개를 예고했다.

***국정원, 민주당의 총선자금 창구였다?**

진승현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박영관 부장검사)는 최근 국정원 고위층이 2000년 4.13 총선 당시 여권 고위인사의 요청으로 거액의 자금을 마련,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한국일보는 2일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 정성홍 전 과장, 진승현 씨 등의 검찰 진술조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자금이 당시 정황을 미뤄볼 때 총선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정성홍 전 과장은 4.13 총선 직전 엄익준(사망) 전 2차장과 김은성 전 차장의 지시로 진씨에게 접근해 특수사업비 명목으로 거액의 자금을 모금했다.

정씨는 "2000년 3월 엄 전 차장이 '진씨가 특수사업에 적합한 인물이니 만나보라'고 지시, 신원조사 결과를 보고한 뒤 일본인 2세 사업가인 다나카씨를 통해 4월 6일 진씨를 만났다"며 "진씨에게 우선 사업자금 3억원을 조달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또 2000년 4월 11일경 엄 전차장이 특수사업의 주체로 소개한 '고위인사'로부터 "수억원을 급히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고, 같은 달 18 19일 서울 여의도 K마트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이 인사를 직접 만나 진씨로부터 받은 돈 2억원을 2차례에 나눠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나와 엄 전 차장은 모 인사가 필요로 하는 특수사업비를 조달하는 창구 역할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국정원이 말한 '특수사업'이 총선자금 모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자금 전달 요청이 온 4월 11일이 총선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라는 점 등을 고려한 분석이다. 또 자금 요청자는 여권 내에서 국정원을 움직일 정도의 힘을 가진 인사로 1일 검찰에 소환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권씨가 총선 과정에서 소장 후보들에게 자금 지원을 하는 등 중심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국정원과 민주당, 그리고 권씨는 현재 이런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의 쓰임새나 자금 요청자와 상관없이 국정원이 여권 인사의 요구로 자금을 모아줬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다. 국정권이 현 정권 들어 어느 정도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는지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진승현씨를 조직적으로 관리하며 여권의 정치자금 창구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권노갑씨에게 진승현씨에게 받은 돈 1억원 중 5천만원을 전달한 사람이 김은성 전 차장임이 드러나면서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김 전차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00년 7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 권씨의 집에 찾아가 "진씨 계열사인 한스종금(구 아세아종금)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진씨가 보낸 현금 5천만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진승현씨는 이와 관련, "당시 권씨 집안까지 들어가 응접실에서 기다리다 5천만원이 든 돈가방을 두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국정원, 권씨에게 최규선씨 관련 청와대 보고서 전달**

또한 김 전 차장은 재작년 7월 권씨에게 돈을 건넬 당시 권씨에게 최규선씨와 김홍걸씨의 유착관계와 관련해 청와대에 올린 정보보고서 사본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2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전차장은 당시 최규선씨와 관련된 청와대 보고를 마친뒤 바로 이 보고서 사본을 들고 권씨 집을 찾아왔다고 권씨 측근이 밝혔다.

김 전 차장은 최근 조사에서 "당시 최규선씨에 대한 비난 여론 등을 전달하러 가면서 진씨의 부탁으로 함께 권씨를 찾아간 뒤 나 혼자만 들어가 청탁을 하고 진씨의 돈 5천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런데 이때 청와대 보고용 보고서 사본이 건네졌다는 것이 권씨 측근의 증언이다.

이에 대해 권씨는 "전 정권 때 나는 정보위 국회의원이었고, 김씨는 정보위 수석전문위원이어서 알고 지냈다"면서 "당시 김씨가 정보보고는 했으나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보고내용에 대해서도 권씨는 "최규선씨와 관련된 여러 비난의 소리를 들었다"며 청와대 보고서까지 전달받은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전직 고위간부는 "권씨를 포함한 권력실세 4인방에 대한 부정적 보고는 국정원 내에서 금기시됐던 사항"이라며 "김 전 차장은 권씨 외에 다른 실세에게도 수시로 정보를 보고해 왔다"고 밝혔다.

서울지검 특수1부는 김 전차장의 정보보고 행위가 국정원법상 '사인에 대한 공무상 기밀유출'에 해당되는지 수사 중이다.

***국정원 모든 게이트에 연루**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국정원은 진승현 이용호 정현준 윤태식 게이트 등 현 정권의 모든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있다.

김은성 전 차장과 엄익준 전 차장은 진승현·이용호 게이트에, 정성홍 전 과장은 진승현 게이트에,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으로부터 5천5백만원을 받은 김형윤 전 경제단장은 정현준 게이트에 연루됐다.

이용호 게이트와 연루돼 구속된 대통령 처조카인 이형택(예금보험공사 전 전무)씨는 이용호씨와 보물선 인양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엄익준 전 차장을 통해 국정원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또 윤태식 게이트와 관련, 패스 21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 국정원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98년 10월 패스 21의 지문인증시스템 기술시연회를 국정원내 회의실에서 개최한 점, 99년엔 당시 국정원 고위 간부가 직접 기술설명회에 참석한 점 등 국정원이 패스 21에 각종 특혜를 베푼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지난 98년 퇴직한 국정원 전 4급 직원 김모씨(54)가 패스 21 자회사인 바이오패스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김씨는 검찰 수사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바로 도주했다.

***권력핵심과 국정원 커넥션 고리 밝혀야**

이처럼 국정원 고위급 간부들이 권력형 비리와 연관돼 줄줄이 구속되는가 하면 청와대 보고서 사본을 빼돌리고 여권 관련인사의 요청으로 자금을 모아준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국정원이 각종 의혹과 추문으로 얼룩지고 있다. "국정원이 과연 국가 안위를 책임지는 기관인가, 아니면 권력의 사조직인가"라는 의문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숱한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국정원과 관련된 어떤 조치도 취해진 바 없다. 그간 모든 게이트 관련 수사에서 국정원 관련 부분은 관련자의 해외도피 등을 구실로 진척되지 못했다. 정치적 책임추궁도 없었다. 청와대와 여권의 공식대응은 항상 "그럴 리 없다. 야당의 정치공세일 뿐이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정보보고 및 자금조달 의혹은 국정원 및 권력층 내부에서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르다. 정보보고 의혹의 출처는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권노갑씨와 그 측근이며, 자금조달 의혹은 국정원 관련자의 검찰조서에서 드러났다.

권력층 내분과 자중지란일지, 아니면 일부 비리관련자의 생존을 위한 역공일지 분명치는 않다. 다만 이제 여권 내부에서 조차 국정원 관련 의혹들이 제기되기 시작한 이상 진실규명 없이 더 이상 덮어버릴 수 없는 상황인 점만은 분명하다.

검찰은 자금조달 의혹을 보도한 한국일보 측에 대해 검찰조서가 어떻게 유출되었는지를 수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조달 사실이 포함된 검찰조서의 실체를 인정한 셈이다. 또한 정보보고 의혹에 대해서도 '공무상 기밀유출'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권력핵심과 국정원 최고위 간부급 사이의 일상적 커넥션 고리다. 이들 사이에 어떤 정보와 자금이 어떻게 오고 갔는지 차제에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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