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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21' 국정원 관련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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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패스 21' 국정원 관련 없나

숱한 의혹 불구 수사는 답보상태

윤태식 게이트가 정ㆍ관계를 넘어 언론계로까지 확대되면서 파장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정ㆍ관계 특혜와 언론의 부풀리기가 결합된 전형적인 ‘벤쳐거품’의 사례라 할 만하다.

그러나 사건 관련자의 범위가 대폭 확대되면서 애초 윤태식 게이트의 모태라 할 국정원 관련 의혹이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파렴치한 살인범을 국가안보 사건의 희생자로 둔갑시키고, 십수년 동안 관리해 온 국정원이 윤태식씨가 대주주로 있는 패스 21의 설립과 성장 과정에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부터 최우선적으로 규명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결과 확인된 윤태식 게이트 관련자들은 전직 국가정보원 직원에서부터 청와대, 경찰, 중소기업청, 철도청 직원 등에 이르기까지 관계 도처에 퍼져 있다.

정치권에서는 ‘패스21’ 감사로 활동한 김현규 전 의원을 비롯 국회의원 S씨 등 전현직 정치인 2-3명의 이름이 실명으로 패스 21 주주명부에 등재돼 있다는 사실이 파악되고 있다.

언론계는 서울경제신문 김영렬 사장 부부를 비롯 월간조선 기자 2명 등 25명의 주식 보유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검찰은 2일 정ㆍ관ㆍ언론계가 망라된 지분 실소유자 51명의 명부와 윤태식씨의 정관계 로비내역이 담긴 문건을 확보했다고 밝혀 향후 수사가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볼 때 윤태식 게이트는 벤처열풍이 휘몰아쳤던 98년말 이후 윤씨가 정관계 폭넓은 로비를 통해 각종 특혜를 받고, 언론계 협조까지 조작해 내면서 자신 소유의 패스 21 회사를 급성장시킨 ‘벤쳐거품’의 전형적 사례로 평가된다.

검찰도 이런 각도에서 윤태식씨의 로비 실체 규명에 진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적발된 청와대, 경찰, 중소기업청, 철도청 직원들은 대부분 중하위직 직원들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2일 “어차피 중요한 것은 윤씨가 실제 누구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느냐는 것”이라며 정관계 상층부를 상대로 수사가 확대될 것임을 암시했다.

***국정원 관련 의혹 규명 상대적으로 답보상태**

하지만 이렇게 윤태식 게이트의 관련자 범위가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국정원의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는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정원과 관련,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지난 98년 퇴직한 국정원 전 4급 직원 김모씨(54)가 패스 21 자회사인 바이오패스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는 것 정도이다. 그러나 김씨는 윤씨 구속 직후 잠적해 검찰이 추적 중이다.

윤태식 게이트에 국정원이 깊숙이 관련되어 있을 것이란 의혹은 여러 각도에서 제기된다.

우선 잠적한 김모씨는 지난 87년 수지김 피살사건 수사 당시 윤태식씨의 조사를 직접 담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애초 사건 조작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 사람이 윤씨의 패스 21 운영에도 직접 관여한 정황을 볼 때 패스 21 설립 과정부터 국정원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더욱이 패스 21이 지문인식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보안업체라는 점에서 보안업무와 관련이 깊은 국정원 관련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윤씨가 중학교 중퇴의 학력을 가지고 첨단기술을 보유한 사업체를 꾸리게 된 과정에 국정원의 보안기술이 일부라도 유출되었을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패스 21' 설립과 운영 전반 의혹 많아**

그렇지 않다 해도 국정원이 윤씨의 패스 21에 각종 특혜를 베풀면서 급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크다.

한 보안업체 관련자는 “보안업계에서는 국정원에 대한 납품 여부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결정적 관건이 되기 때문에 업계 모두 국정원을 뚫기 위해 혈안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지난 98년 10월 패스 21의 지문인증시스템 기술시연회를 국정원내 회의실에서 개최한 점, 99년엔 당시 국정원 고위 간부가 직접 기술설명회에 참석한 점 등 국정원이 패스 21에 각종 특혜를 베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또한 국정원이 ‘수지김 피살사건’의 주범이 윤씨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끝까지 감추고 경찰에 내사 중단까지 요청한 배경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정권교체와 함께 상당수 직원의 물갈이가 이뤄진 국정원이 전신인 안기부 시절의 일을 왜 계속 감추려 했느냐는 것이다.

지난 87년부터 윤씨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온 국정원 관계자들이 회사 설립부터 운영 전반에 관여했거나, 아니면 적어도 금전적인 연루관계라도 계속 맺어왔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처럼 국정원은 윤태식 게이트의 모태라 할 만하다.

살인범으로 감옥에 가 있어야 할 사람을 버젓한 벤쳐기업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이 국정원이다. 그리고 그가 기업을 급성장시키게 된 과정 하나하나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국정원 관련자들이 윤태식씨를 내세워 패스 21을 만든 것은 아닌지, 그게 아니라면 보안업체에겐 사활이 달린 문제라 할 엄청난 특혜를 베풀고 정관계 각종 로비를 주선하며 급성장을 견인한 것은 아닌지, 그것도 아니라면 윤씨의 기업활동을 보장해 주는 대가를 받아 온 것은 아닌지 등 숱한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 “국정원 관련 의혹도 수사대상”**

검찰 역시 이런 의혹을 수사대상에 포함시키고는 있다. 한 관계자는 “정현준, 진승현 사건으로 일부 국정원 인사들과 벤처기업과의 유착관계가 드러나고 있는 이상 국정원 인사들의 윤씨사건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국정원 관련 수사는 두 갈래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먼저 패스 21의 차명 주주들 가운데 국정원 관계자가 포함돼 있는지 여부가 수사대상이다.

또한 수지김 사건 이후 윤씨의 동향을 감시해 온 국정원 관계자들과 김은성 전 차장을 중심으로 한 국정원 경제라인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수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경제라인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초강력 대응을 하고 있다.

지난 31일 국정원 직원 이모씨와 문모씨는 윤태식씨와 패스 21의 설립과 성장과정에 국정원 직원의 수뢰 및 유착 의혹이 있다는 보도와 관련 세계일보와 국민일보를 상대로 각각 3억원씩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지법 서부지원과 남부지원에 냈다.

국정원과 패스 21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악의적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확인된 실체는 없지만 의혹은 무성하다.

윤태식 게이트의 실체를 밝히는 데에는 정치권과 관계에 대한 로비의 진상을 규명하는 수사도 중요하다. 또한 언론계가 어떻게 연루되었는지 역시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이 터지게 된 최초 배경이라 할 국정원 관련 의혹을 밝히는 것이 최우선되어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수사 향배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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