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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관료 목줄 틀어쥔 박근혜, 이번에는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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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관료 목줄 틀어쥔 박근혜, 이번에는 옳다!

[데스크 칼럼] 민주주의 위협하는 통상 관료

누구나 공무원과 엮인 불쾌한 경험을 한두 가지는 가지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영혼 따위는 없는 듯이 변하는 공무원에 모습은 기가 찰 정도다. 공무원 세 글자에 딱 달라붙은 '철밥통' 이미지는 어떤가? 이렇듯 우리에게 공무원은 예뻐하고 싶어도 도저히 예뻐할 수 없는 그런 존재다.

그런데 달라졌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이런 인식이 바뀌었다. 내가 만난 상당수의 공무원, 특히 중앙 부처 공무원은 최소한 능력 한 가지만 놓고 보면 누구와도 뒤지지 않는다. 만날 공무원이 던져주는 보도 자료를 베끼면서 마치 공무원을 감시하고 있다 착각하는 대다수 기자의 무능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다.

시민을 대신해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국회가 제 몫을 못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공무원의 뛰어난 능력 탓이다. 아무런 훈련 과정 없이 국회에 들어간 '인턴' 정치인이 자기 업무에 도가 튼 공무원을 견제하는 건 애초에 무리다. 그나마 숙련된 소수의 참모들이 그 역할을 대신해 왔는데, 만만한 게 정치인이라고 자꾸 그런 기능도 축소하려는 게 최근의 분위기다.

그나마 이런 날고뛰는 공무원 중에서 그 능력이 좀 떨어지는 축에 든다고 비웃음을 당해온 이들이 바로 통상 공무원이었다. 그런데 언젠부턴가 관가에서 이런 얘기가 들린다. "WTO(세계무역기구),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등을 거치면서 통상 공무원도 세계 일류 수준으로 올라섰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외교통상부에서 통상 기능을 떼서 산업 부처로 옮기는 안을 내놓자, 설왕설래가 있는 것도 이런 인식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나마 통상 공무원의 실력이 한창 물이 오른 이때에 왜 손을 대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당선인은 정말로 틀렸을까? 아니다. 적어도 이번에는 박근혜 당선인이 옳다.

민주주의 위협하는 통상 관료

우선 사실관계부터 확인하자. 한국에서 애초에 통상 기능은 산업 부처의 기능 중 하나였다. 김영삼 정부 때까지 통상 기능은 통상산업부의 몫이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외교부로 통상 기능이 이관돼 지금에 이른 것이다. 즉, 박근혜 당선인이 뜬금없는 조직 개편을 제안한 게 아니다.

산업 부처에서 통상 기능을 떠맡는 모습이 후진국 형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한미 FTA 협상 때 김종훈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새누리당 국회의원)과 함께 타결 선언을 외쳤던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의 소속인 무역대표부(USTR)가 외교 부처인가? '선진국' 미국만 이런 게 아니다.

한국과 산업 구조가 비슷한 또 다른 '선진국' 독일, 일본도 외교 부처와 통상 기능은 엄연히 분리되어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5일 "교역 1조 달러가 넘는 국가도 대부분 산업 부처가 통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바로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둔 탓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외교통상부를 옹호하는가?

우선 그 동안 한국과 협상을 했었던 상대국이 통상 기능의 외교 부처 잔류를 희망한다. 예를 들어, 한미 FTA의 주역이었던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보도 그 중 하나다. 커틀러가 사석에서 "한국의 통상 조직의 효율성이 뛰어나다"고 칭찬을 했다는데, 그 속내는 어떨까? 정말 칭찬인가?

진실은 이렇다. 외교 부처의 통상 공무원의 목적은 오로지 '협상 타결'이다. 별다른 잡음 없이 협상만 타결되면 승진도 할 수 있고, 포상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국회의원도 될 수 있다!) 협상 타결 후의 골치 아픈 일은 자기와는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농림수산식품부(쇠고기), 지식경제부(자동차), 문화체육관광부(영화), 환경부(배기가스)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통상 공무원이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2008년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협상 때 한국 측 대표였던 민동석 당시 농업통상정책관은 어떤가? 광우병과 같은 치명적인 가축 전염병에 대한 전문성이 전혀 없었던 외무고시 출신의 이 통상 관료는 미국이 원하는 걸 다 들어주고 결국 대통령이 국민 앞에 머리를 두 번이나 조아리게 만들었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둔 탓인지 박근혜 당선인은 이런 말도 했다. "특히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국정 혼란을 초래했던) 쇠고기 협상 등은 비전문 부처가 담당하기 어렵다." 사실상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이명박 정부와 당시 통상 관료의 무능을 질타한 이런 박 당선인의 발언은 옳다.

(그러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참 이해하기 힘들다. 대통령을 국민 앞에 머리를 두 번이나 조아리게 만든, 그런 협상을 주도했던 무능한 인물을 끊임없이 챙겨줬기 때문이다. 그는 외교통상부 차관을 거쳐서 현재 생뚱맞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굴욕 협상'의 대가는 이렇게 달고 길다.)

▲ 김종훈 새누리당 국회의원(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민동석 한국유네스코 사무총장(전 외교통상부 제2차관). ⓒ연합뉴스

이번에는 박근혜가 옳다!

이명박 정부는 (또 노무현 정부도) 통상 관료의 전횡을 통제하지 못했다. 덕분에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빠른 속도로 한미 FTA를 비롯한 온갖 FTA를 졸속으로 처리했고, 그 후폭풍을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당선인의 이번 조직 개편은 통상 관료를 견제하는 시도라고 평가할 만하다.

다만 그 방향이 꼭 옳은지는 토론이 필요하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통상의 대상이 공업, 농업, 서비스 산업, 지적재산권 등 온갖 것으로 확대되는 현재 상황에서 과연 과거 통상산업부의 틀로 회귀하는 것이 맞는지는 한 번쯤 고민해 볼 부분이다. 하지만 외교 부처의 품 안에 통상 기능을 맡겨 놓은 현재의 틀을 깬 것 자체를 폄훼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공무원이 아무리 날고뛴들 그 본질은 시민의 충복이다. 그들이 주인 행세를 하려는 순간 민주주의는 훼손된다. 자신을 중용한 노무현 정부를 조롱하고, 폄훼하는 국회의원이 된 전직 통상 관료의 모습은 그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 늦기 전에 통상 관료의 목줄을 틀어쥐어야 한다. 그래서 다시 강조하건대, 이번에는 박근혜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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