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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작전' 시나리오, 김무성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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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NLL 작전' 시나리오, 김무성은 알고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24> 민주당 신경민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조사 특위 위원장

2002년 6월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총성이 울렸다. 우리 측 군인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노 대통령은 오전 회담으로 일정을 마무리하려는 김 위원장에게 "오후 시간 내주시는 게 그렇게 어려우시면 나도 내려 갈랍니다"라며 서해 문제(NLL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회담을 계속하자고 말한다. 김 위원장은 "'서해 문제도 군사회담에서 꼭 상정되고 긍정적으로 해결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라며 발을 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NLL과 관련한 서해 평화협력지대 구상을 끈질기게 설명한다. 결국 김 위원장은 "그거 오후에 하지요, 뭐"라며 "노 대통령님의 끈질긴 제의에 내가 양보해서 2시 반에 하는 걸로…"라며 오후 회담 일정을 수락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지난 대선의 흐름을 바꾼 '종북' 색깔론의 실체가 만천하에 공개됐다. '판도라의 상자'에는 'NLL 포기' 발언 대신 '평화지대' 구상이 들어 있었다. 야권과 시민단체, 학생들은 국가정보원의 불법·기습 공개를 지적하며 촛불을 밝혔다. 이와 함께 여권의 '권영세 녹음파일'과 '김무성 유세 발언'이 공개되면서 '국정원 정치 개입'이라는 이름의 화차(火車)는 나락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 신경민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 특위 위원장은 지난 26일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출연해 'NLL 작전'의 2막이 시작됐다며, '집권하면 깐다'고 했던 박근혜 대선 후보 선거캠프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신경민 "'권영세 파일'에 예고된 'NLL 작전', 2막이 시작됐다")

신경민 의원은 지금 상황이 "우연이 아니"라는 말로 대신했다. 신 의원은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은 그대로 있고, 'NLL 포기' 발언은 NLL대로 굴러간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26일을 기점으로 다 합쳐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0일 권영세와 지인의 대화, 11일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그리고 14일 김무성의 부산 유세 발언이 집권 여당과 정부 관계자 사이의 공통 인식에 따른 결과는 아닐지….

<이쑤시개> 진행자 이철희 두문정치전력연구소 소장과 고정패널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그리고 신경민 의원의 대화 중 핵심 부분을 갈무리했다. (☞ 팟캐스트 바로 듣기)

▲ 민주당 신경민 의원의 얼굴에서 이번 국정원 사태의 엄중함이 느껴진다. 그는 "이것은 민주주의의 문제, 원칙의 문제, 정의의 문제"라며 "이에 근거해 각종 국가기관(국정원, 검찰, 경찰)을 제대로 고쳐내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이명선)


'권영세 녹음파일', 불법 도청 아니다

이철희 : 지난 26일 하루가 긴박하게 돌아갔다. 제일 눈에 띄는 게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대선 당시 박근혜 선거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권영세 주중대사의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한 것이다. (☞ 관련 기사 : "권영세, 집권하면 NLL 대화록 까겠다")

신경민 : 녹음파일을 어떻게 구했느냐는 건 묻지 마라.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불법 도청은 아니다. 절대 도청한 것은 아니다.

지난 12월 10일 권영세 상황실장이 지인과 만나 마음 터놓고 얘기한 것이다. 요즘 공개된 'NLL 대화록'(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이하 문건)에 대해서 내용과 문건을 선거캠프가 어떻게 활용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소상하게 이야기하는 대목이 들어 있다.

이철희 : 문건을 당시 박근혜 선거캠프인 새누리당이 입수했고,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할지 논의했다는 것?

신경민 : 정확하게 말하면, '문건을 입수했다'고는 말하지 않고 '문건의 내용을 다 알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문건을) 봤고 문건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한다. 현재 공개된 문건과 팩트(사실 관계)가 다 맞다. 권영세 상황실장이 '대선 전에 활용하는 계획'과 '선거 이후에 집권하면 활용할 계획'으로 단기적·중장기적 두 가지로 나눠 이야기한다.

이철희 : 권영세 상황실장이 당시에 문건을 본 것 자체를 불법 아닌가.

신경민 : 정부가 생산하는 문건에는 등급이 있다. 대통령 기록물이냐, 공공기록물이냐 등. 어떤 문건이든지 대단히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건을 아무리 여당이라고 하지만, 캠프에 있었던 사람이 다 봤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 추론해보면, '웬만한 사람이 다 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출자가 있을 것이다. 그것 자체가 우리나라 외교나 안보에 심각한 문제이다.

이철희 : 어떤 경위로 그 문건이 유추가 됐고, 새누리당에 어느 선까지 봤는지는 모르지만, '봤다'라는 게 하나의 문제이다. 그리고 당시 권영세 상황실장 말에 의하면, 이것을 선거에 활용한 것 아닌가. 지금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수준이 아니고, 그냥 관권 선거였던 것 아닌가.

신경민 : 그 문건을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던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내가 그것을 살짝 봤는데'라면서 살짝 흔들었다. 그게 지난해 10월이다. 그러면서 'NLL 파동'이 일어났다. (☞ 관련 기사 : 황당한 정문헌 "盧 '땅 따먹기 발언'은 내 착각")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 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했고, 대선이 끝난 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해서 표 떨어지는 소리가 엄청나게 났다. '종북이네, 아니네'라고 하면서….

'NLL 작전' 1막이 그때 진행된 것이다. '권영세 녹음파일'에서 나온 말인데 '만약에 모 아니면 도의 상황이 되면 까고, 깔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문건을) 까지는 않는다. 그러나 까기 전까지의 상황, 정문헌 의원이 돌아다니면서 얘기하는 상황까지는 실제 상황이었다.

결국 당시 문건을 까지는 않았지만, '까려던 계획이 있었다'를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으로 갖고 있다'고 얘기했다. 'NLL 작전'의 일부는 실행이 됐지만, 진짜 'NLL 작전'의 본체는 선거 전까지 실행을 안 하고 끝난 것이다. '권영세 녹음파일' 시점이 지난해 12월 10일이다. 선거 아흐레 전인데, 그때까지 '비상계획으로 가지고 있었다'라는 말을 했다.

'NLL 작전' 1막의 시작…

이철희 : '권영세 녹음파일'에 '여차 해서 선거 불리하면 깐다'가 한 부분이고 '집권하면 공개하겠다'가 또 한 부분 있는 것인가.

신경민 : 그렇다. 그리고 지난 대선 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정문헌 의원이 와서 흔들기 때문에 '이것을 까네, 마네'라고 하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등장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문서의 축약본을 만들어 검찰에 가져다준다. 그런데 검찰이 이 부분에 대해서 '공개를 할지, 말지'를 얘기하다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검찰은 두 번 등장한다. 검찰은 수사를 하는 주체로 등장하고, 밀봉된 축약본을 공개할지 말지를 얘기하면서 등장하는데 박근혜 선거 캠프가 문건의 공개 여부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미룬 것이다. 그런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문서 축약본을 만들어 밀봉해서 검찰에 갖다 주고 이걸 미루는 상황이 된 것이다. (☞관련 기사 : 국정원, 'NLL 발언 대화록 논란' 자료 검찰 제출)

이때 요즘 문제가 된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아주 싫은 소리를 한다. '왜 안 까느냐, 까라'라고 얘기를 한다. 그러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공개하지 못한 이유는 문건이 대통령 기록물이라는 것 때문이다. 일반 열람도 안 되는데, 공개하면 천하의 국정원장이라고 해도 수사대상이 된다.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묘책을 내 축약본을 검찰에 갖다 준 것이다. 그리고 '검찰은 수사의 주체니까 깔지 말지, 당신들이 결정해라'라고 하는데 검찰이 안 깠다. 여기까지가 'NLL 작전' 1막이다.

김무성 부산 유세 발언, 공개된 대화록과 똑같다!

이철희 : '여차하면 깐다'라는 계획의 전제는 박근혜 선거캠프 관계자면 누구나 내용을 봤다는 것이고, 문건을 봤다는 게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26일 확인된 것 아닌가.

신경민 : 김무성 의원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26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무성 의원이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대화록을 입수해 다 읽어봤다"며 "(12월 14일 부산지역 합동연설회 때) 그 대화록(문건)을 공개적으로 읽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프레시안 보도를 통해 나왔다. (☞관련기사 : [단독] 김무성 12월14일 'NLL 발언' 전문)

이철희 : 김무성 의원이 이날 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정상회담 대화록) 원문을 보고 우리 내부에서도 회의도 해 봤지만, 우리가 먼저 까면 모양새도 안 좋고 해서 원세훈에게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원세훈이 협조를 안 해줘서 결국 공개를 못 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말한 대화록 낭독을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유세현장에서 7분간 한 것이다. 그 내용을 보니, 이번에 공개된 문건과 똑같다는 것인가.

신경민 : 김무성 의원이 7분 동안 이런 복잡한 얘기를 다 기억해서 할 리도 없고, 틀림없이 문건 하나를 갖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이건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 아닌가 싶다.

▲ 지난해 12월 14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부산지역 합동연설회에 찬조연설자로 나선 김무성 의원.(오른쪽) ⓒ연합뉴스

이철희 : 이미 그 당시 불법적인 방법으로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선거캠프가 대화록을 입수했다는 것, 그것도 선거 상황에 따라 '여차하면 깔 수도 있다'라고 한 게 확인이 된 것이다.

신경민 : (당시 새누리당이 문건을) 까려고 시도를 굉장히 많이 한 것이다. 까는 주체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시켜놨더니, 시나리오대로 움직이지 않고 (축약본을 만들어) 검찰에 공을 넘기는 등 이상한 꼼수를 부린 것이다. 하여튼 잘 안 되니까 당시 박근혜 선거캠프의 좌장 격이었던 김무성, 이분이 직접 들고 나와서 읽은 것 아닌가 싶다.

이철희 : 그런데 그때 왜 이게 쟁점이 안 됐을까. 지난해 12월 14일 날 김무성 의원이 전격적으로 공개를 했으면, 이것을 쟁점화하겠다고 작심하고 깠을 것 아닌가.

신경민 : 허망하게 이게 쟁점화가 안 됐다.

이철희 : 보수 언론 등도 대서특필을 했을 텐데, 김무성 의원이 그냥 성급하게 혼자 깠었던 것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신경민 : 짐작건대 김무성 의원이 돌출행동을 한 것 같다.

'NLL 작전' 2막, 우연이 아니다

이철희 : 그렇게 추론해야 할 것 같다. 그다음에 '집권하면 까겠다'는 말을 권영세 상황실장이 한 것인데….

신경민 : 지금 벌어지고 있는 'NLL 작전' 2막도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도 잠재적인 작전이 있다고 보이는데 '권영세 녹음파일'에 보면 '모 아니면 도'의 상황이면 까야한다는 말과 함께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주연급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국정원 수장이 바뀌면서 남재준 국정원장이 진짜 주연이 됐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먼저 두 차례에 걸쳐 도발을 했다. 첫 번째는 8쪽 짜리 축약본을 가지고 국회에 나타난 것이고, 급기야는 103쪽에 이르는 진짜 원본을 갖고 나타난다. 두 번에 걸쳐 국회를 공격해 들어온 것이다. 그래서 'NLL 작전' 2막은 참 특이하다.

또 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사위 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이 등장하는데, 카메오가 아닌가 생각한다. 박영선 위원장이 지난 17일 "'NLL 포기'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고 말한 것은 'NLL 작전' 1막을 지칭한 것이다. '1막의 내막을 들었는데 그 당시 짜고 쳤던 것으로 들었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시켰는데 말을 듣지 않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니까 서상기 위원장이 분연히 일어나 박영선 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이렇게 NLL 문제가 부상되면서 갑자기 국정원 쪽에서 1차 도발, 2차 도발을 했고, 문건 전문이 일간지에 실리고 웹 사이트에 올라오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대통령 기록물인 이 문건(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토씨 하나까지 보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뿐 아니고, 세계사적으로 봐도 다른 나라에 이런 예가 별로 없다. 6년밖에 되지 않은 정상회담 대화록이, 토씨 하나 빼지 않고 다 공개가 돼서 심지어 북한 사람들도 평양에 앉아 볼 수 있게 된 상황이 된 것이다.

이철희 : '권영세 녹음파일'의 '집권 후 까겠다'는 계획에 대해 '남재준 국정원장이 사고 쳤다.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 였다'라는 일각의 해석도 있다. 그런데 그게 근거 없는 이야기라는 말인가.

신경민 : 문건을 까고 싶어 하는 욕구가 여권 내부에 있었던 것이다. 경위를 알 수 없지만, 박영선 위원장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이렇게 군사작전처럼 (문건을 공개)한다는 것은 어떤 의지가 없이는 힘들다. 국정원이 이런 일을 하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 강력한 의지가 있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눈앞에 벌어진 것이다.

'NLL 포기'는 없다… "최초 해석자는 범죄자"

이철희 : 그런데 103쪽짜리 전문을 읽어보면, 그 사람들이 그렇게 주장했던 '노무현 NLL 포기' 발언이 없다.

신경민 : 그 부분을 많이 생각해 봤다. 103쪽을 읽은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이것을 'NLL 포기'라고 해석한 것이다. 해석상으로 '포기'라고 하고, 이것은 까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켜서 혼을 내줘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103쪽을 안 읽은 사람에게는 해석을 설명하고 '이것은 까야 한다'라고 설득한 것이다.

이철희 : 이렇게 추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103쪽을 읽는다는 것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103쪽을 정밀하게 다 읽은 사람이면 '이것은 공개하면 안 된다'라고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8쪽짜리 발췌록만 가지고 (정국을) 흔들고 '원본은 공개 못 한다'라고 하면서 그에 따른 효과만 노렸을 것 같은데, '원본을 공개했다'는 것은 주요 행위자들이 이것을 안 읽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신경민 :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최초의 해석자 한 명 정도만 읽었는데, 자기 믿음과 해석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은 그런 안경을 쓰고, 문건을 본 것이다. '이 정도면 문건을 깠을 때 괴물이 있다고 다들 깜짝 놀랄 것이다'라고 생각해서 '내가 한 건 했다'는 식으로 보고했을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이 사람의 해석을 굳게 믿고 'NLL 작전' 1막과 2막을 굉장히 성실하게 했다고 본다.

그래서 지난 26일 국회 법사위에 나온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도 '최초의 해석자를 찾아내는 것이 당신들의 임무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초의 해석자는 분명히 범죄자이다. 피의자이다. 'NLL 작전'의 최초 기획자이다.

이철희 : 그 가설이 맞는다면, 온통 나라는 뒤집어 놓은 것이니 그 사람은 그야말로 대형사고를 친 것이다. 당했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찾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문건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여권이) 무능한 것 아닌가.

신경민 : 우리나라가 그런 측면이 있다. 우리가 좀 반성을 해야 한다. 세월이 흘러 모든 진실이 드러나면 재밌는 영화나 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6월 26일 <이철희의 이쑤시개> 녹음 모습. 왼쪽부터 신경민 의원 - 김윤철 교수 - 이철희 소장. ⓒ프레시안(이명선)


'국정원 정치 개입 3종 세트' 합체…국정조사가 관건

이철희 : 앞으로의 상황, 어떻게 전개될 것 같나.

신경민 : 지금까지 갈래가 여러 개였다. 'NLL 작전' 1막과 2막 있었고, 댓글 작전도 있었다. 모든 일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11일 밤,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시작됐다. 그날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있다는 제보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를 하고, 경찰이 같이 들어간 12월 11일 밤 시작됐다.

'국정원 댓글 사건'은 그대로 있고, 'NLL 포기' 발언은 NLL대로 굴러간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26일을 기점으로 다 합쳐졌다. 전부 합쳐지고 서로 상통하는 모습이다.

또 이것과는 별도로, 지난 19일 민주당 진선미 의원에 의해 폭로된 게 있다. 반값 등록금 건과 박원순 서울시장 건이다. 문건은 문건대로 2009년 초에 취임한 원세훈 국정원장이 다른 부서를 통해서 해 왔던 것이다. 댓글은 또 다른 부서가 있었던 것이고. (☞관련 기사 :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일파만파…또 문건 나와)

이 세 가지, 국정원과 여당과 지난해 박근혜 선거캠프가 하나로 뭉쳐졌다. 야당은 이제 '국정조사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범위가 굉장히 넓어졌다.

모든 것을 다 파헤쳐 현안으로 올려놓고 싶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문제, 원칙의 문제, 정의의 문제이다. 이것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이에 근거해 문제가 된 각종 국가기관들(국정원, 검찰, 경찰)을 제대로 고쳐내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의 민주·우리의 정의는 기대하기 어렵다. 야당이나 정치가 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여당이 지금 그런 자세나 수준에 올라와 있지 않아서 걱정이다. 국정조사가 제대로 되기를 희망하지만, 어떻게 굴러갈지는 모르겠다.

국정원 사태, 이명박·박근혜 책임져야…

이철희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NLL 포기' 공세와 관련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발언한 바 없다면 명예를 위해 당당히 공개하면 이런 문제가 없어질 것"이라며 "대화록이 국정원에 있다면 왈가왈부하지 말고 합법적 절차를 거쳐 공개하면 더 이상 시끄러울 일이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도 이것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 아닌가.

또 국정원장이라는 사람은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아니다.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서 문건을 공개한 것이 된다. 사실상 여권 전체가 공개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그것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건 공개와 관련해서는 당사자이고 최종 결정권자 일 수도 있고. (☞관련 기사 :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박근혜 의중' 실렸나 )

신경민 : 증거는 없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질 수밖에 없고 사실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이철희 : 남재준 국정원장이 만약에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공개했다면, 해임 사유 아닌가.

신경민 : 쿠데타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철희 : 사실적으로 보고가 됐을 테고 적어도 묵인한 것일 테니, 결국 대통령과 관련된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정조사에서 이런 부분이 다뤄져야 한다.

또 하나 무리한 추론을 해보면, 선거 때 국정원이 그렇게 조직적으로 개입했으면, 그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모르는 상태에서 했겠느냐' 하는 점이다. 그렇다면 전직 대통령도 책임 당사자일 수 있지 않겠는가.

신경민 : 그렇다. 문건이 하나는 경기도 성남 대통령 기록관에 있고, 다른 하나가 국정원에 있었던 것인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독단으로 문서를 유출했는지는 알아봐야 한다.

이철희 : 대통령 허락 없이 문건을 유출했을 수는 없다. 국정원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대선 관련 댓글을 쓰고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 대통령의 재가 없이 과연 국정원장이 단독으로 했을까라는 의심을 합리적으로 해볼 수 있다.

신경민 : 당연하다. 사실 검찰 수사를 통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 관여 여부가 밝혀졌어야 한다. 이것이 검찰 수사에 있어 미흡하고 미진하고 섭섭한 대목이다. 검찰 수사는 현재 상황에서 열심히 한 것이지 만족스러운 상황이나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그렇게 말했다면, 일단은 법률적인 것에 대해 고민을 별로 안 했을 것이다. 미움·싫음이 극에 달했을 때니까 곤장이라도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법률이고 뭐고 없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외교에 대해 일말의 고려가 전혀 없는 것 같다. 지금 국정원이 스스로 자료를 유출한 것 아닌가. 절대로 유출해서도 안 되고 열람도 어려운 것을 국회에 가지고 와 뿌리고 다니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를 보도하면서 굉장히 비판하고 조롱했다. (☞관련 기사 : 유력 외신들 "노무현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

이번에 남재준 국정원장의 군사작전은 전 세계에도, 우리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작전을 한 것이다. 이것이 만약 혼자 했다고 해도 큰 문제이고, 대통령의 동인이나 묵인이나 승인 하에 했다고 해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우리 외교는 이것을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세월과 노력과 돈이 들 것이다. 더군다나 분단국가의 외교인데….

저는 이번에 여러 사람을 놓고 '누가 제일 나쁜 사람인가'를 생각해봤다. 지금까지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중 누가 나쁠까를 고민했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제일 나쁜 건 남재준 현 국정원장이다. 김용판은 경찰조직을 망가트렸지만, 남재준은 나라를 망쳤다. 나라를 완전히 외교·국방 면에서 망가트렸다. 남재준이 제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철희 : 앞으로 정상회담 문건은 안 남을 것 같다.

신경민 : 이제 다른 나라 정상들이 얘기를 안 할 것이다. '맹탕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포함해서 앞으로 (어느 대통령이) 정상회담 대화록을 만들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기록이 없어지는 나라가 될 것이다. 아무도 친구가 와서 비밀스러운 이야기, 중요한 이야기를 안 해주는 외톨이 국가가 될 것이다. 참 어려워질 것이다.

▲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는 매주 한 차례 녹음된다. ⓒ프레시안(이명선)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NLL 작전' 시나리오, 김무성은 알고 있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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