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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권력, 전두환…2000년까지 집권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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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권력, 전두환…2000년까지 집권 꿈꿨다"

[이철희의 이쑤시개]<23> <아직 살아있는 자 전두환>의 한겨레 고나무 기자

국회가 '전두환 미납금 추징 시효'를 3년에서 7~10년으로 연장한 '전두환 추징법'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19일, 한겨레 고나무 기자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를 찾았다. 고나무 기자는 최근 인물 '전두환'을 다룬 <아직 살아있는 자 전두환>(북콤마 펴냄)을 출판했다.

이날 고나무 기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하 전두환 씨)은 '죽은 권력이 아닌 살아있는 권력'이라고 주장했다. 권좌에서 물러난 지 26년이 된 전 씨를, 국가 내란죄로 감옥까지 갔다 온 전 씨를, 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는 전 씨를 '살아있는 자'라고 말한 이유는 뭘까.

▲ 전두환 씨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29만 원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전두환'은 죽은 권력인가, 산 권력인가

전두환 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 제5공화국 청산,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12·12와 5·17 조사반란 주도혐의,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 아들 전재용 씨 조세 포탈 혐의 사건 등 지금까지 세 번 진행됐다. 수사가 진행될 때마다 전 씨의 비자금은 늘 추징되어 마땅한 '국고 환수 1순위'였다.

1997년 대법원 확정 판결로 부과된 전 씨의 추징금은 2205억 원이며, 전 씨는 이 중 533억 원을 납부했다. 미납금 추징 시효는 오는 10월 11일까지이다. 검찰은 지난달 24일부터 전 씨의 미납 추징금을 추적하는 전담팀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절대 권력'인 검찰은 매번 전 씨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검찰은 2004년 전 씨의 비자금 73억여 원을 발견하고도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추징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쑤시개> 진행자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검찰의 이 같은 모습에 "검찰이 전두환 씨에게 빚진 게 있나? 왜 그렇게 코가 끼어 있는 것이냐"라며 의구심을 가졌다. 이 소장은 김영삼 정부에서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며 전 씨를 감옥에 보냈을 때조차 검찰은 전 씨의 비자금을 철저하게 수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두환-노태우 집권 13년 동안 "득을 본 사람들이 검찰 상충부에 포진하고 있어 (외압으로 제대로 된 수사를) 못했다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 기자는 전 씨가 '살아있는 권력'의 근거로 김용철 변호사의 책<삼성을 생각한다>((주)사회평론 펴냄)에 실린 '깨알 같은 팩트'를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1995년 전두환-노태우 군사반란과 부정축재사건 수사 당시, 검사 신분으로 전 씨의 재산추적팀 일원이었다.

"전-노 사건에서 수사 주체로서 안타까웠던 점은 이들 부부 침실을 압수수색하지 않은 것이다. 전임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그랬던 것인데, 그 때문에 많은 비밀이 감춰졌다. 전두환이 머물던 백담사와 백담사 주지의 사가(私家)를 압수수색하지 못한 점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압수수색하자고 건의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위의 책, 309쪽~310쪽)

"이렇게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비자금을 추적하고 있는데, 어느 날 쌍용의 협력회사 경영자의 친인척 명의로 개설된 계좌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갑자기 수사중단 지시를 받았다. '이거다' 싶은 느낌이 왔다. "쌍용 김석원 회장이 전두환 비자금과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그래서 나는 상부에 "김석원입니다"라고 보고했다."(위의 책, 311쪽)

"김석원의 집을 수사하겠다고 하자, 상부에서는 일단 알았다고 했다. 대신 며칠 기다리라고 했다. 그 사이에 김석원의 집에서 쌍용 본사로 65억 원의 현금이 든 사과상자가 옮겨졌다. 나는 결국 이 돈을 찾아 압수했다. 쌍용 본사에 있던 65억 원은 전두환이 김석원에게 맡긴 돈이었다."(위의 책, 311쪽)

"전두환이 김석원에게 맡겨뒀던 비자금을 내가 압수한 것을 놓고 전두환은 "내 용돈을 다 가져갔으니, 김 검사가 내 노후를 책임지라"며 농담을 했다."(위의 책, 312쪽)

고 기자는 이를 통해 "아, 역시 이분(전두환)은 살아있구나"를 느꼈다며 "'전두환'이라는 거물을 중심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과 깨알 같은 인연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소장이 제기한 전두환과 검찰 상층부의 공생 또는 보은 관계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쑤시개> 고정패널인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그런 의미에서 살아있다는 것이구나"라며 고 기자의 책 제목 의미를 되새겼다.

김윤철 : 전두환 씨는 단순하게 추징금 1672억 원이 문제가 아니다. 돈을 받은 측근에서부터 이 사회의 '악의 네트워크', '악의 카르텔'이 있다.

이철희 :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두목이 9000억여 원을 부정 축재했는데, 관련자 비자금까지 합하면 얼마나 될까? 전두환 그룹뿐 아니라 노태우 그룹까지 두 정권 실세들이 해먹은(모은) 것만 해도 엄청나겠네.

김윤철 : 이것은 과거사 문제가 아니다. 고나무 기자가 '아직 살아있는 자'라는 책 제목에서 정확하게 얘기했다. 지금 국회와 정당 등이 추징금 제도에서부터 정치자금 문제와 관련된 법을 개선하고, 검찰도 조직에서부터 수사 방식 등을 다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전두환-노태우 불법 정치자금 문제'가 확인해주는 것이다.

'29만 원밖에 없어요'라며 보여준 코미디 때문에 그냥 이 사람(전두환)이 과거 독재자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이철희 : '전두환'은 장군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사나이다'라는 것인데…. 재산을 다 빼돌려 놓고 '29만 원밖에 없다'라고 하는 것을 보면, 진정한 '대장'은 아니다. 쪼잔한 놈이다. 숨겨 놓고 없는 것처럼 하고….

요즘 그 집(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택) 주변에서 '나이스 샷!' 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스크린 골프를 집 어딘가에 설치해놓고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고나무 : 고엽제 전우회와 함께 조만간 방문할 예정이다.

이철희 : (생각할수록) '전두환'은 지금 살아있는 권력이다. 책 제목을 참 잘 붙였다. '아직 살아있는 자'라는 게 그냥 개인으로 살아있다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살아있는 자 '전두환', 장기집권 계획하다

1984년 초 당시 정구호 경향신문 사장의 지시로 신문 산하 경영연구소 기획위원들은 세네갈, 그리스, 미얀마, 멕시코 등을 돌며 '평화적 정권교체를 원만하게 수행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3개월 후, 정 사장은 연구의 목적이 "평화적 정권교체 및 88년 이후에도 전두환 대통령 각하가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대통령의 지시로 '7년 단임'을 뛰어넘는 장기 집권 계획이 설계되고 있었던 것이다.

고나무 기자는 '88년 평화적 정권교체를 위한 준비 연구'라고 명명된 비밀문서에 대해 <아직 살아있는 자 전두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비밀문서에는 당시 기득권층의 지혜가 집적되어 있다. 기본 전제는 "5공화국의 정치체제와 전 대통령 각하의 지도하에 민정당이 최소한 2000년까지 집권을 계속하도록 하며, 정권 교체에 수반되는 부작용을 방지한다"는 것이었다. 비밀문서는 후계자 육성과 조건, 전두환의 리더십 강화 방안, 민정당 강화, 선거 및 야당에 대한 대책 문제 등을 조목조목 짚고 대처법을 제안했다."(위의 책, 24쪽)

전두환 씨는 1988년 노태우 정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뤘으며, 민정당은 2013년 현재 집권 여당의 뿌리가 됐다. 전 씨의 서슬은 아직도 '살아있는 권력'으로 존재한다.

▲ <이쑤시개> 출연진들. 왼쪽부터 김윤철 교수 - 고나무 기자 - 이철희 소장 ⓒ프레시안(이명선)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살아있는 권력, 전두환…2000년까지 집권 꿈꿨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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