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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 청계재단에 기부한 대통령은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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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 재산 청계재단에 기부한 대통령은 행복할까?

[공작의 꼬리 경쟁·36] 행복은 돈으로 구입 가능한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95년 약 1만 달러에서 2010년 약 2만 달러로 증가했다. 국민소득이 두 배로 뛴 한국에서 사람들은 더 행복해졌을까? 그리고 더 경쟁하고 더 성장하여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게 된다면, 그 4만 달러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할 것인가?

성장하면 행복해지나?

우리는 경제가 성장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전반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아래 그래프는 소득의 증가가 행복과 별반 상관이 없음을 보여준다.

ⓒ프레시안

위 그래프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꾸준히 성장하는 반면 아주 행복하다고 한 사람들의 비율은 1950년대를 전후 약간 상승하고 그 후에는 하강 또는 정체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일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일본은 1950년 이후 1인당 소득은 6배 이상 증가하지만 행복 수준은 별 다른 변화가 없다.

한 국가의 소득 수준의 증가가 그 구성원의 행복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는 국가별 비교에서도 나타난다. 아래 그림은 각국의 소득 수준과 그 구성원들의 행복 수준과의 관계를 보여준다.

소득이 낮은 단계에서는 소득 증가가 행복의 증가로 나타나지만, 소득이 1만 달러에서 1만5000달러 이상이 되면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행복은 증가하지 않고 거의 정체된다. 한국의 경우에는 역시 성장하면 행복해지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이제 더 성장하면 더 행복진다는 단순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프레시안

소비 증가가 곧 행복의 증가는 아니다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인간의 만족이나 기쁨을 죄악시하는 신 중심의 세계관으로부터 벗어나 인간을 중시하고 인간의 행복을 강조하였다. 존 로크는 "선이라는 것은 인간의 기쁨을 증가시키고, 고통을 감소시키는 것이다"라고 하였고 벤담과 같은 공리주의자들은 행복의 주체가 되는 개개인으로부터 출발하여 전체 구성원의 복지를 최대로 하는 사회를 이상적인 상태로 보았다.

이러한 인간을 중심으로 한 행복의 강조와 함께, 산업혁명 이후 도래한 물질문명의 비약적 발전은 인류 역사상 전례 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으며 그들을 절대 빈곤의 고통에서 해방시켰다. 물질의 확대가 인류에게 준 큰 선물인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은 더 많은 물질이 더 큰 행복을 보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였다.

현대의 주류 경제학에서도 역시 소득과 행복을 동일시한다. 주류 경제학에서는 소득이나 성장만을 강조하며, 소득이 오르면 구성원들이 당연히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있다. 이론 경제에서는 행복이나 효용을 극대화하는 소비 주체를 가정한다. 그리고 양적으로 표현되는 효용이나 행복 자체보다는, 그러한 가정으로부터 얻어지는 선택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소비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관심이 있는 것이지,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효용(또는 행복) 자체는 관심이 없으며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긴다.

이 점은 이론 경제학이 갖는 재미있는 아이러니이다. 모든 경제 행위는 결국 효용(행복)을 극대화하는 인간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하면서, 실제 행복의 실체는 부정되는 것이다. 행복 증진과 소비 증진은 동일한 것이 아님에도 그저 더 많은 소비를 보증하는 경제 성장만이 강조된다. 그래서 경제는 성장하는데, 즉 GDP와 같은 계산에 의한 물질 소비는 증가하는데,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지 못한다.

더 많이 소비할수록 더 행복진다는 주류 경제학의 견해는 위의 그림들에서 보여주듯이 소득은 상승하는 데 행복은 정체해있는 미국의 상황이나 국가별 자료로부터 얻은 소득과 행복과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는 사실로 판단하건대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사 자료에 따르자면 포브스의 어느 400대 부자와 동아프리카의 어떤 목동이 같은 정도의 행복감을 갖는다고 한다. 물질의 풍요를 가늠하는 척도로 자주 쓰이는 소득과 인간의 만족의 수준을 나타내는 행복은 상관관계가 별로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국가 간 비교에 의하면, 독일과 일본이 아일랜드보다 두 배의 높은 GDP를 보이고 있지만, 행복지수는 오히려 낮다.

행복의 역설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놀라운 사실 중의 하나는 돈이 더 많았으면 하는 소망 자체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카서와 라이언은 사람들을 그들이 갖는 인생 목표에 따라 두 부류로 분류한다. 한 부류의 인생 목표는 금전적 성공, 명예, 겉모양 등이어서 만족이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칭찬 등 외부로부터 오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통하여 얻는다. 다른 부류는 가족이나 친구 등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또는 사회 참여를 통하여 만족을 찾는 본질적 목표를 통하여 얻는다. 본질적 목표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의하여 만족도가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그들에게 만족을 제공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부적 목표를 갖는 사람들은 덜 행복해 하고, 더 우울해 하며, 두통과 같은 증상에 더욱 시달린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더 파괴적이고,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은 비 생산적 행위를 더 많이 한다. 물질적 성공의 강조가 사람들에게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면 왜 돈보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가 행복에 더 소중할까? 행복은 진화된 감정 중의 하나로 우리로 하여금 가족, 친지, 친구 등의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교류로부터 만족을 얻게 하며, 친구와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돕는 행위로부터 즐거움을 갖게 한다. 원시 공동체에서는 생존을 위해 자연에 적응하고, 다른 부족과의 갈등을 해결하고, 먹이를 사냥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체의 유대 강화, 신뢰, 서로 돕는 정신 등이 중요하였을 것이다. 그러한 생존에 필요한 요소들과 행복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의 행복은 가족이나 친구 등의 사회 유대로부터, 가족과 친구에 대한 신뢰로부터, 사회 정의의 실현으로부터, 사람들을 돕는 사회봉사로부터 나온다.

행복과 관련된 재미있는 다음과 같은 역설이 있다.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것을 얻지 못할 것이고, 남을 위하는 사람은 그것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역설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이성적 개인이라는 전제와 상반되는 것이다.

이 역설이 말하는 관대함과 행복은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가설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 제임스 고노와 조셉 얼리는 "독재자 실험"을 통하여 알아보았다. 독재자 실험이란 한 개인(독재자)이 주어진 양의 돈의 일부분을 자신이 모르는 제3자에게 제공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다. 이 실험의 결과로 나타나는 돈을 나누는 관대함과 그렇지 않은 인색함이 개인이 얻는 행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다음 도표에 나타나 있다.

ⓒ프레시안

실험 결과 사람들이 관대할수록 행복하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특히 돈을 나누는 관대한 사람들은 단기가 아닌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의 행복을 나타내고, 긍정적 감정이 강한 반면 부정적 감정이 약하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남을 돕는 행위 자체가 행복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행복의 증진은 남을 돕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우리는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과도한 희생을 치루더라도 성장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소득이 어느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절대소득의 증가는 행복과 별로 연관이 없게 된다. 오히려 금전적 성공의 지나친 강조나 명예의 추구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제 국민소득으로 측정되는 성장만을 강조하는 그리고 등수로 측정되는 경쟁을 강요하는 삶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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