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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미스터리, 한의학의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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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미스터리, 한의학의 대답은…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지금 한의학은 몇 시인가?

노태우 전 대통령 몸속에서 침이 발견되어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은 한 주였다. 이번 의료 사고는 한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너무나 당황스럽다. 왜냐하면, 노 전 대통령의 병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곳에서 침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질환은 자율 신경계의 이상으로 알려졌다. 한 언론은 "2002년 미국에서 전립선암 수술을 받고 나서부터 자율 신경계에 이상이 와 말과 행동이 느려졌다"고 보도했다.

자율 신경은 뇌의 활동과 더불어 인체의 신경 활동을 주도하는 중요한 생명 유지 장치다. 예를 들어, 숨을 쉬는 것을 멈추면 죽는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다. 호흡은 자율 신경계가 관장하기 때문이다.

자율 신경계는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항상'이란 상태가 결코 변화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변화되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이런 자율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여러 가지 이상 증상이 생긴다. 예를 들어, 귀를 놓고 보자. 귀 속에서 소리를 내는 유모세포가 20데시벨에 반응할 때, 자율 신경은 뇌에 정상 상태라고 전달한다. 20데시벨 이상으로 반응하면, 자율 신경은 뇌에 '시끄럽다'는 신호를 준다. 그런데 자율 신경에 이상이 생기면 20데시벨일 때도 계속 뇌에 '시끄럽다'는 신호를 준다. 이것이 바로 자율 신경 이상에서 오는 이명과 같은 증상이다.

▲ 노태우 전 대통령. ⓒ프레시안
자율 신경을 강화하는 건강법은 환원적이다. 한의학에서는 자율 신경이 소화 기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여긴다. 자율 신경 부조증이 야기되면 구토를 하거나 속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즉 소화 기관을 자극함으로써 자율 신경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렇다면, 노태우 전 대통령은 어떤가? 노 전 대통령의 침은 기관지에서 발견되었다. 즉 옆구리에서 폐 쪽을 향한 시술이었다. 그곳은 자율 신경 치료와 연관이 있는 소화 기관의 혈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곳이다. 즉, 한의사라면 그런 곳에다 침을 놓지는 않는다.

더욱 의아한 것은 침의 손잡이 부분인 침병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 내부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혹자들은 침이 떨어져 있다가 찔려서 몸속으로 들어갔다고 추측하지만 이 역시 가능성이 거의 없다. 손으로 찔러도 들어가기 힘든 침이 혼자 서서 피부를 뚫고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렇게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한의사들이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상상, 추론을 해도 뾰족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입맛이 씁쓸한 것은 치료자가 한의사가 아닌 무자격자로 윤곽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한의학은 수천 년간의 한의학의 경험의 집대성을 염두에 두고, 논리적인 설명을 도모하며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려는 학문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여전히 화타, 편작 같은 신적인 존재에 열광한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침 한 방, 약 한 첩에 만병통치를 호언장담하는 사이비들이 질병에 지쳐 있는 절박한 대중의 심리를 공략한다.

그들은 한의학의 전체 체계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경전의 한 구석을 떼어내 어설프게 자신의 진료 능력을 과시하기에 급급한다. 그러다 보면, 온갖 무리한 시술이 성행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 치명적인 의료 사고로 이어진다. 진실이 드러나겠지만, 결국 이번 일도 그런 정황 아닌가?

여기서 돌아봐야 할 것은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한의사가 무엇을 했느냐이다. 환자들에게 상당수 한의사들의 진료가 이런 사이비와 다르지 않아 보이기에 그들이 기세등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서, 이제는 기의 부족보다는 면역력을 이야기해야 하고, 정기 부족보다는 호르몬 이상을 말해야 고개를 끄덕이는 시대다. 그러나 상당수 한의사들은 여전히 도교, 유교 전통에 바탕을 둔 경전의 옛 용어들을 그대로 읊고 있으니, 그야말로 시대와의 불화 아닌가?

과연 한의학은 시대 변화를 탄력적으로 수용하였는가? 아무리 좋은 진리일지라도 시대에 적응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번 일을 한의학이 좀 더 자신을 낮춰 대중성과 보편성으로 무장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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