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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북핵 불용"…시진핑 "한반도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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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북핵 불용"…시진핑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문제 "6자회담 재개 노력"…'한중 미래비전 공동선언' 채택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北京)을 국빈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공동성명) 및 부속 합의서를 채택하고 기존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시 주석과의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에서 한중관계 전반 및 동북아 정세, 사회·경제·문화·국제적 협력 방안 등 포괄적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정상은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 보유는 용인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고, 시 주석은 "우리 양 측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을 견지하고,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견지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견지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9.19 공동성명을 비롯한 국제 의무와 약속이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한반도 정세가 적극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 기회를 잡아 함께 노력해 빠른 시일 안에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한중 경제 협력관계의 도약을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협력의 틀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 한중 FTA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밝혔고, 시 주석도 "높은 수준의 FTA 협정을 조속히 체결해서 2015년 3000억 달러 교역 목표가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확보해 나가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두 정상은 양국의 '인문유대' 강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서해의 어업 질서 문제는 박 대통령은 거론했으나 시 주석은 회견 석상에서는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공동성명'에 담긴 한반도 문제 해법은?

두 정상은 북핵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 문서화된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및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공동 이익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 측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박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라는 원칙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공동성명 전문 보기)

양국은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서 6자회담의 재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6자회담 틀 내에서 각종 형태의 양자 및 다자 대화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 등을 위한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긍정적 여건이 마련되도록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한국 측이 북한 핵무기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양국은 "이와 관련, 양 측은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안보리 관련 결의 및 9.19 공동성명을 포함한 국제 의무와 약속이 성실히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부분 모두 '북한'이라는 주어가 빠져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아닌 '유관 핵무기 개발', '북한은 국제 의무와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가 아닌 '약속이 이행돼야 한다'는 표현이 쓰였다.

공동성명에는 "양국은 한국과 북한이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당국 간 대화 등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문구도 들어갔다. 한반도 문제를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가 아닌 남북 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것은 중국의 입장이었다.

전반적으로 공동성명에 담긴 한반도 문제 해법은 구체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기존에 양 측이 가지고 있던 공통의 인식을 재확인하고 각자의 입장을 병기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인민대회당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의장대를 사열한 뒤 환영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 무슨 내용 담았나?

양국 정상이 금번 정상회담 계기에 채택한 '공동성명'은 한반도 문제 외에도 폭넓은 의제를 다룬다. △양국관계 발전 방향과 원칙,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 △한반도 문제, △대만 문제, △지역 및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등 5개 분야가 포괄됐다. 대만에 대해서는 현 대만 집권당인 국민당도 인정하고 있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한국이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선에서 정리됐다.

양국관계 발전 부분과 관련해 두 정상은 '상호이해 및 상호신뢰 제고, 미래지향적 호혜협력 강화, 평등원칙과 국제규범의 존중,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안정과 공동번영 및 인류의 복지증진에의 기여'라는 4대 기본원칙을 채택했다.

특히 기존 한중 간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해 나가기로 한 부분에 대해 두 정상은 향후 정상 간 긴밀한 소통 외에도 청와대 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대화체제 신설과 외교장관 간 '핫 라인' 가동, 연 2회 차관급 전략대화 실시, 정당 및 국책연구소 간 전략대화 등 다각적이고 중층적인 전략대화의 틀을 마련하기로 했고, 인문(人文)유대와 경제·사회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협력 강화의 구체적 이행 계획을 담은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내실화 이행계획'을 공동성명의 부속서로 채택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부속서 채택에 대해 "과거와 비교해 이번 공동성명의 가장 큰 특징"이라며 "그간 형식적인 측면에 치중했다면, 부속서가 있다는 것은 구체적 '액션 플랜'이 있다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김 대변인은 "한중관계 질적 변화의 그림을 담고 구체적 청사진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과 함께 이번 정상외교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중장기적이고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 광범위한 대응이 포괄돼 있다"는 점을 들며 "예를 들자면 외교안보 분야 고위급 대화는 물론 정부와 학자들이 합동으로 연합 대표자급 연례회의도 하고, 한중간의 인문 유대, 즉 인적 문화교류 등 구체적 분야까지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인문유대' 기조, 문제 없나?

이 가운데 '인문유대'라는 표현은 눈길을 끈다. '액션 플랜' 격인 부속합의서에 따르면, 양국은 '한중 인문교류 공동위원회'를 신설하고 언어 교류사업 등 문화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역사 연구와 관련한 상호 교류 및 협력 계획도 부속합의서에 담겼다.

박 대통령은 확대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인문유대를 양국 간에 깊이 잇는 것이 두 나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했고,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 직전 가진 '양국 청년 대표단 접견' 행사에서는 시 주석이 특별히 "청소년들이 교류하면서 서로 배우고 한중 인문유대를 함께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두 정상은 '인문유대'를 강조했었다.

그간 박근혜 정부는 한자와 유교 등 문화적 동질성을 기반으로 한 '인문유대'를 새로운 한중관계의 중요한 부분으로 강조해 왔다. 한미동맹이 '가치동맹'인 것에 비교되는 개념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인문 교류 강화'가 비교적 큰 비중으로 다뤄진 것은 이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 등 한국 고대사를 중국의 변방사로 규정해 논란을 낳았던 '동북공정' 문제와 같이 한중 간 인문학적 인식차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인문유대'라는 기조를 채택한 것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백영서 연세대 교수는 이날 <프레시안>이 게재한 칼럼을 통해 "중국의 '문화대국' 논리에 흡인당할 위험이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며 "중국이 보편주의를 지향하는 문화를 역사적으로 지켜왔고 지금 그것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백영서 교수의 칼럼 바로보기)

한중, 中 어선 불법조업 문제 해결 논의

한편 두 정상은 양국 간 외교 사증(비자) 면제 협정 등 협정 1건과 통상협력, 해양과학기술, 에너지절약, 응용기술연구개발, 멸종위기종인 따오기 보호협력 등에 대한 양해각서(MOU) 및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 공인업체 제도의 상호 인정에 관한 약정'과 '수출입은행 간 상호 리스크 참여 협약' 등 총 8건의 문건에 서명하는 서명식을 회담 후 가졌다.

이 가운데 해양과학기술 MOU 체결 계기에 양측 해사 당국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근절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은 MOU 본건보다 더 주목받고 있다. 양국은 지도선 공동순시, 어장청소 등 어장환경 개선, 모범선박 지정제, 수산고위급 협의기구 신설 등 구체적 불법어업 방지대책에 대해 중국 측의 정부조직개편이 완료되는 대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공동성명 부속합의서에서도 양국은 "양국 간 해양 경계를 획정하는 것이 양국관계의 장기적 및 안정적 발전과 해양 협력을 추진해 나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해양경계획정 과정을 추진하기 위해 해양경계획정협상을 조속히 가동하기로 한다"고 명기했다.

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보다 평화로운 해양 질서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한국의 서해 및 주변에서의 어업 질서와 어족자원 관리를 양국 어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긴밀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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