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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성추행 전면 부인…'줄행랑' 귀국 "이남기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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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윤창중, 성추행 전면 부인…'줄행랑' 귀국 "이남기 지시"

기자회견 자청 "박 대통령께 사죄, 성적 의도 없었다"

주미대사관 인턴직원 성추행 의혹 끝에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기자회견을 자청, 의혹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변인은 '성추행이 아니다'라면서도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하는가 하면, "문화적 차이"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가 '그럼 한국에선 그래도 되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등 전체적으로 종잡을 수 없는 내용의 회견을 했다. 무엇보다도 피해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는 없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사죄드린다"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말에 따르면 "딸 정도 나이밖에 되지 않는" 여성 직원에 대해서는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윤 전 대변인은 11일 오전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첫머리에서 그는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국민 여러분과 박근혜 대통령님께 거듭 용서를 빌며 머리 숙여 깊은 사죄를 드린다"고 했다. 회견 말미에서는 "경위야 어찌 됐든 저의 물의에 대해 상심하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께 거듭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그리고 박 대통령의 성공적 정상회담에 누를 끼친 것, 깊이 사죄드린다"고 박 대통령에게도 거듭 사과했다. 이처럼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성의 있고 깔끔한 반면, 피해 여성에 대해서는 회견 중간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린다"며 "깊이 반성하고 위로를 보낸다. 그리고 저의 진심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해 묘한 대조를 이뤘다.

성추행 의혹 부분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어떤 성적 의도를 갖고 행동하지 않았다"며 '범의'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처음부터 저는 그 '가이드'(피해 인턴직원을 지칭함)에 대해 어떤 성적인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윤창중' 이름 석 자를 걸고 맹세하는 바"라고 했다. 그러나 성범죄의 경우 성욕을 만족시킨다는 목적이 있어야만 형법상 고의로 보는지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 판례 모두 부정적이다.

범행사실 부분에 대해선 "(술집에서) 나오면서 제가 그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 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한 게 전부였다"며 "돌이켜보건대 제가 미국의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생각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에게 사과가 아닌 '위로'를 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문화적 차이라면, 한국에서는 그런 행동이 용납 가능하다는 것이냐?'고 따져 묻자 그는 "아니다"라며 "그 자리에서 제가 사과를 했어야 한다. 그런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도 제 불찰"이라고 말을 바꿨다.

술자리를 가진 배경에 대해서는 자신이 인턴 직원을 미숙한 업무 처리 때문에 수차례 질책했었고, 워싱턴 일정이 끝나는 판국에 "제 딸 정도 나이밖에 되지 않는데 너무 교포 학생을 상대로 심하게 꾸짖었는가 하는 자책이 들었다"며 위로 목적으로 가진 자리라고 주장했다.

호텔에서 속옷 차림인 상태로 인턴직원을 방으로 불러들였다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전날) 술을 마시고 숙소에 돌아올 때 '내일 일정(경제인 수행단 조찬)이 중요하니 아침에 모닝콜 잊지 말고 넣어야 한다' 했다"면서 "아침에 일어났는데 노크 소리가 들려 긴급하게 브리핑 자료를 갖다주는 것으로 생각했지, '가이드'가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문 쪽으로 황급히 뛰어나가 '누구세요?' 하면서 거의 동시에 문을 열었더니 '가이드'였다. 그래서 '여기 왜 왔어? 빨리 가!' 하고 문을 닫았다. (인턴직원이) 방에 들어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해당 직원에게 욕설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욕설을 하거나 심한 표현을 사용한 적은 없다. 저는 그런 인간이 아니다"라고 했다. "욕설을 했다는 보도가 있던데 저는 그런 상스런 말을 할 인간도 아니고 제가 상식적으로 그 여자(인턴직원을 지칭)를 제 방으로 불러 어떻게 한다는 것은 제가 가진 도덕성과 상식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자신의 인격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는 욕설을 하는 인간이 아니다'라는 진술은 인수위나 청와대에서 그의 부하로 일했던 이들의 말과는 상반된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자신의 귀국에 대해서는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였다고 주장했으나, 이 수석은 이를 부인했다. ⓒ뉴시스

윤창중 "이남기 수석이 '비행기 예약해놨으니 귀국하라' 지시"

또 윤 전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귀국이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주장해 파장을 예고했다. 그는 "(8일 오전) 경제인 조찬 행사를 마치고 수행차량을 타고 오는데, 이남기 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이 수석이 저한테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영빈관에서 만났더니 (이 수석이)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 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 이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잘못이 없는데 왜 제가 일정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느냐? 그럴 수 없다. 해명을 해도 이 자리에서 하겠다'고 말했으나 이 수석은 '1시 반 비행기를 예약해 놨으니 짐을 호텔에서 받아서 나가라'(고 했다). 홍보수석은 저의 직책상 상관이니 그 지시를 받고 공항에 도착해 제 카드로 비행기 좌석 표를 사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던 것"이라고 했다.

귀국 전 자신이 이 수석에게 '아내가 아프다. 사경을 헤메고 있다'고 허위 보고를 하고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에 대해서는 "저는 제 처가 몸이 아파서 귀국하겠다고 말한 적이 결코 없다"며 부인했다. 언론에 대한 유감도 쏟아냈다. 그는 "언론에서 무차별하게 보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유감을 표하고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 "너무 억측 기사가 많이 나가 억울하다"고 말했다.

앞서 야당은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이 그의 '단독 범행'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에 의구심을 표하면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시끄러워질까 봐 청와대가 귀국하도록 손을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그런데 윤 전 대변인 본인의 말대로라면, 직속상관인 수석비서관이 비행기 표까지 예약해 주며 '귀국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은 "이 수석은 '성희롱'이라고 하며, '그런 것은 설명해도 납득이 안 되니 대통령의 방미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빨리 떠나야 한다'고 했다"고도 했다.

이남기 수석은 윤 대변인의 기자회견 후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를 즉각 부인했고, 이날 오후께 입장 표명을 가질 예정으로 알려졌다. 전날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은 이 수석과의 상의 없이 이뤄졌다'며 '대변인실 선임행정관과 논의한 결과 본인이 귀국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윤 전 대변인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 수석은 전날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관련 의혹을 최초 인지한 시점에 대해 '8일 오전'이라고 밝혔었다. 이것만으로도, 귀국이 윤 전 대변인 본인의 판단이라 한들 청와대가 이를 굳이 막지 않아 '사실상 방조' 아니냐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은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 수석도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8일 오전 7시30분경 청와대 대변인실 A 선임행정관이 현지 한국문화원 관계자로부터 최초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A 행정관은 윤 전 대변인에게 8시께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한 후, 홍보수석에게는 9시30분~10시경 전화로 보고했다. 이 수석은 A 행정관의 보고를 받은 이후 윤 전 대변인과 전화 및 대면으로 몇 마디 말을 주고받긴 했으나,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 준비 등으로 바쁜데다 사실관계 파악도 잘 되지 않은 상태여서 자세한 얘기는 못 하고 'A 행정관과 상의하라'고만 했다고 한다.

A 행정관은 이후 상황에 대해 '10시30분 이후 윤 전 대변인에게 전화가 와서, 내가 경찰 신고 사실을 알려주자 어떻게 해야 하겠냐고 묻더라'면서 자신이 윤 대변인에게 '미국 경찰에 소환될 수도 있고 한미 간 수사 공조체제가 있으니 귀국해서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자 윤 대변인이 귀국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의 의혹 및 귀국 사실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점은 다음날인 9일 오전 9시였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대해 "정확한 말씀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문제는 철저하고 단호하게 해야 할 것'이라는 뉘앙스로 말했다"며 대통령이 '경질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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