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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에 배신당한 朴, 정국 어떻게 헤쳐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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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에 배신당한 朴, 정국 어떻게 헤쳐갈까?

[기자의 눈] '윤창중 사태'가 남긴 의문들

'박근혜의 남자'가 또다시 박근혜를 배신했다. 몇 번째인지 세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국정 철학이 대통령 본인이 지명한 고위공직 후보자들에 의해 부정당한 사례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여론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윤창중 전 대변인이 '4대악'의 하나인 성폭력 관련 의혹으로 경질된 일은 이런 사례의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관련기사 보기 : 박근혜의 사람들이 박근혜를 배신하다)

윤 전 대변인의 경질 이유에 대해 청와대는 "개인적으로 불미스런 일"이라고만 하고 있으나, 제기되는 핵심 의혹은 윤 전 대변인이 주미 한국대사관에 의해 인턴으로 고용된 20대 재미동포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강조해 온 '4대악 척결' 가운데 늘 첫머리에 언급된 것이 바로 성폭력임을 감안하면 아이러니의 극치다.

여성단체 '한국여성의전화'는 "4대악 근절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최측근의 성폭력 범죄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이번 사건 처리에 따라 정부의 4대악 근절 의지를 판단할 것이다. 단순히 경질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진상조사와 더불어 윤 전 대변인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벌받도록 해야 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정부가 직접 미국에 범죄인을 인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도 "'윤 대변인'의 성폭력 사건은 결코 개인적인 일이 될 수 없다"며 "그동안 정치인 및 고위 공직자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들이 끊임없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어 왔지만, 정부는 언제나 '이들 사건은 개인의 책임'임을 주장하며 올바른 처벌과 재발방지 마련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국제적으로 드러난 수치"라고 꼬집었다.

▲지난 1월 당선인 시절의 박근혜 대통령과 윤창중 전 대변인. ⓒ뉴시스

현재 윤 전 대변인은 '술은 마셨지만 성추행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새누리당 원내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이 '여성과 단둘이 술을 마신 게 아니라 셋이 마셨고, 신체 접촉 자체는 인정했지만 엉덩이를 움켜쥔 게 아니라 툭툭 친 정도'라는 요지로 청와대에 해명했다고 말했다. '툭툭 친' 것과 '움켜쥔' 것이 얼마나 큰 차이인지, 과연 움켜쥐어야만 성추행인지 등의 의문이 끊이지 않게 하는 해명이다.

또 윤 전 대변인의 해명대로 성추행이 없었다 한들 역시 의문은 남는다.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날 저녁, 핵심 수행원이자 주(主) 언론 창구인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들은 버려두고 인턴 직원과 술을 마셨다는 것부터가 어처구니없다. 정상회담 관련 보도를 체크하고, 기자들의 추가 배경 취재에 응할 시간도 모자랐을 판에 왜 이런 행적을 보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결과론적으로 윤 전 대변인의 임명이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여론의 우려가 정당했다는 방증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방미 이전 일부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윤 전 대변인을 놓고 "사고칠까 봐 걱정된다"고 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보좌해 줄 사람도 없는데, (술로 인한 실수 때문에) 기사가 나오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며 "(윤 전 대변인은) 술 먹으면 앞에 누가 있는지 안 보이는 듯하다"고 했었다. 임명권자 눈치를 보느라 공론화는 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윤 전 대변인의 자질에 대해 염려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는 얘기다.

눈길은 청와대의 대응에 쏠린다. <기독교방송>(CBS) 등 일부 언론에서는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고 사실을 알고도 도피성 귀국을 방조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김진오 <CBS> 보도국장은 언론비평지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알고 숨겼다"고 하기도 했다.

10일 현재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이 귀국 전 수행단에 자신의 귀국 이유에 대해 뭐라고 설명했는지, △귀국 후 청와대에 관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소명했는지, △청와대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연루 사실을 알고도 귀국시킨 것인지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의 경질로 유일한 언론 창구가 된 김행 대변인도, 청와대 다른 수석과 비서관들도 언론의 전화 취재 요청에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은 물론, 이번 사태의 원인이 박 대통령의 인사에 있다며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 겸 사무총장은 "국격 실추에 따른 대통령의 즉각적 대국민 사과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역시 "이번 사건으로 국격의 추락과 함께 국가적 대망신 사태에 처한 것에 누구보다 박 대통령이 책임의식을 크게 가져야 한다"며 "귀국 즉시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사과에 인색한 모습을 보여 온 청와대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정권 초 '인사 참사'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대독 사과'만 마지못해 내놓았었다. 그러나 각종 법안 처리를 놓고 국회와의 협조 및 유권자의 지지가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라는 점, 이번 사건이 여론에 미친 파장이 막대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청와대가 선제적으로 정치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여론의 요구를 외면하고 질질 끄는 모습을 보일 때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여의도와의 관계 또한 급속 냉각됐던 경험은 '인사 참사' 논란에서 청와대가 배웠어야 할 교훈이다. 귀국한 박 대통령이 '윤창중 사태'의 파장을 얼마나 깔끔하게 차단하고 새로운 정국으로의 전환을 주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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