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죄"했다. 그러나 "(윤창중이) 허락 없이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grabbed)'"라고 진술한 주미대사관 인턴직원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신체적 접촉은 인정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결국, 남은 것은 박 대통령의 한복 맵시와 '윤그랩'(이번 일로 윤창중 씨에게 붙은 별명)뿐이다.
<이쑤시개>는 올 1월 시작한 시즌2 첫 방송에서부터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윤창중 인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그냥 청와대 가서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박근혜 인선'이 '윤창중'이라는 암초를 만나 좌초될 것을 예고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윤창중, 꼭 청와대 갔으면 좋겠다")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 방미 기간 벌어진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고개는 숙였지만 의혹은 부인했다. ⓒ연합뉴스 |
지난 9일 밤 녹음한 <이쑤시개>는 아쉽게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다루지 못했다. 그러나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박근혜-오바마 모두 북한 문제에 대해 준비된 발언이 없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긴장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깨졌"고, 한미정상회담 역시 "(진전된) 내용이 없"이 서로의 대북관을 "탐색"하는 데 그쳤다는 뜻이다.
대신 <이쑤시개> 정규군-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서양호 실장(민주당 김한길 당 대표 특별 보좌관)이 출연해 '을(乙)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난 민주당과 '야권 재편' 모색의 신호탄이 될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의 '양당제 개편'에 대해 이야기했다.(☞팟캐스트 바로 듣기)
'乙'을 위한 정당…'슈퍼 甲' 안 되려면?
각자의 영역에서 바쁘게 생활하다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이쑤시개> 정규군은 '김한길 호(號)'라는 새 돛을 단 민주당이 공언한대로 '을을 위한 정당'이 되려면 어떤 자세를 보여야 하는지부터 따졌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을지로위원회(을을 지키고 경제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위원회)'를 설치하고, 가맹사업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법을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용진 대변인은 지난 8일 망원시장(서울 마포구 소재)에서 가진 첫 최고위원회의 분위기를 전하며 "지도부가 그동안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총괄적으로 이해하고 포진하는 역할을 못했다"고 반성했다.
박 대변인은 또 "세상에 가장 포악한 갑을관계는 대한민국 노사관계"라며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을 통감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게 만들어야 하는 "정치권이 이 문제에 대해 아무 것도 못한다면 가장 가혹한 갑, '슈퍼 갑'이다"라고 자책했다.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과 복기성 수석부지회장은 건강 악화로 고공 농성 171일 만인 지난 9일 철탑에서 내려왔다.(☞관련 기사 : 15만 볼트 위 171일 농성…"박근혜, 왜 약속 어기나")
이철희 소장은 김한길 호가 "첫걸음(의 방향)은 잘 잡았다"며 "갑을 문제를 경제민주화와 연동시켜 풀어나간 것은 대단히 잘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만, 이 소장은 "제발 신문에 난 것만 쫓아다니지 마라"며 '남양유업 사태'와 같은 피해 사례 발굴에 애써줄 것을 당부했다. 이는 "이번 갑을 논란이 민주당에게는 하늘이 준 기회"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구체화해나가라는 충고이다.
"사실 '정치력'이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고 어떤 아젠다를 사회화시켜낼 줄 아는, 국가적 아젠다로 만들어낼 줄 아는 능력이다. (민주당은) 127석 가지고 있는 정당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 지금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과반 이후) 역대 가장 많은 의석을 갖고 있다. 잘만 하면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민주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안 되지 않나. 잘 좀 하세요."
김윤철 교수는 '새누리당과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이 내세운 "갑의 횡포에 맞서 을의 존엄을 지키는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인물을 영입하고 관련 정책을 연구하며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그는 "실제 중소 상공인이 다가올 수 있는 성과를 자꾸 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김 교수는 "역대 정부를 보면 꼭 기업인들과 회동한 이후 정책이 보수화되었다"며 경제민주화법이 쟁점이 될 6월 임시국회도 험난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 중 기업인들에게 '고용 촉진을 위한 각종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또 GM 회장이 한국 투자 조건으로 제시한 통상임금 문제 해결과 관련해 "꼭 풀어나가겠다"고 답해 삼권분립 위배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한 기업들의 로비가 이미 끝났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회찬의 '양당제' 제안, 한국 정치 지형에서 실현 가능한가
대선 이후 줄곧 '제대로 된 야권 만들기'를 논의해온 <이쑤시개>는 이날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가 제안한 '양당제 개편'을 주의 깊게 다뤘다.
노회찬 대표는 지난 8일 보도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우리 정당체제는 보수당과 진보당 이렇게 양대 축으로 가야 한다"며 "민주당에 있지만 새누리당에 가도 손색없는 분들, 또 진보정의당에서 함께 해도 되는 분들 모두 다 정책과 이념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표는 또 "진보 스스로 관념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진보는 무능했다"고 밝혔다.
이는 4.24 재보선 전과 후로, 노회찬 대표의 입장이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노 대표는 지난달 6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는 독자적 진보정당 구축 강화가 더 나은 길"이라며 "그 길을 포기하고 있지 않으며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 밖에서 진보라는 새 진지를 구축하는 길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며 "혹 그 길을 포기하게 되면 아마 다른 길을 다시 검토하게 될지는 모르지만…"이라고 여운을 남긴 바 있다. (☞관련 기사 : 노회찬 "안철수, 安하무인…이게 새 정치냐")
▲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
이철희 소장은 먼저 박용진 대변인에게 "민주당은 노회찬 대표가 제안한 '양당제 개편'을 논의할만한 여건이 되느냐"라고 물었다.
박 대변인은 "노회찬 대표가 한 말에 대부분 동의한다"면서도 "초읽기에 몰려 허겁지겁 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사태'라고 하는 대형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이렇게(민주당과 진보정당의 괴리가 심화) 됐을 뿐이지 기울어가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대선 전에는 민주당과 진보정당 간 통합하는 흐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 대변인은 또 노 대표가 "정책과 이념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동의를 하면서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익 중심으로 뭉쳐 있는데, 이념 중심으로 가르라고 한들 그렇게 되겠는가"라는 지적이다. 그는 대선 전에 비해 현재 민주당은 더 보수화되어 있다고 가정했다. 특히 그는 "시대흐름도 야권 통합에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제안을 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윤철 교수는 이 소장의 질문에는 "야권 재편의 목표와 방식이 무엇이냐"가 숨겨져 있다며 "노회찬의 신호"를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목표를 세워 '양당제 개편' 제안을 전략적으로 민주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어떤 부분의 얘기를 우리가 모색해야겠다'라고 나와야 서로에게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박 대변인의 말을 수긍하면서도 "야권 재편의 목표가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상기시켰다. 그는 "민주당에서 새누리당에 갈 분 빨리 가야 내가(노회찬 대표)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며 "그 말은 조건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노 대표는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같이 정체성을 강화하며 '강한 야당·수권 능력이 있는 정당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라며 "('양당제 제안'은) 진보정당에 대한 역사적 평가, 민주당의 의의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노 대표의)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까칠하게 돌직구 던져서"라는 표현을 전제한 뒤 "(결국) '합치자'는 것 아닌가"라고 정리했다. 그는 노 대표의 제안에서 짚어야 할 점은 "'진보정당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것"이라며 "이 발상을 존중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식적인 것은 당분간 유보하더라고 비공식적 채널은 유지해 서로 대화해볼 것"을 조언했다.
지난달 초 이 소장은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와 진행한 <주간경향> 대담에서 "소위 노동자벨트에서 진보정당은 다 깨졌다"며 "지난 총선에서 겨우 민주당 텃밭에서 야권연대 몫으로 할당받은 걸로 13석"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양보해준 셈"이었으나, 진보정당은 "사실 대선 때 별로 역할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박상훈 대표 역시 "민주당도 진보정당에 대해서 이제는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라며 "법률적으로 의석은 있지만, 한국정치에서 진보정치의 존재감은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진보정당이 존재감이 있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이 있음으로써 물리적인 효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게 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럼에도 그는 "진보의 지지기반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지는 않"았다. "안철수 현상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사람들이 민주당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이유에서다.
▲ <이쑤시개> 정규군, 왼쪽부터 김윤철 교수 - 박용진 대변인 - 서양호 실장 - 이철희 소장. ⓒ김종원 |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뉴스 甲' 윤창중 넘어설 '乙' 민주당 돌파구는?"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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