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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발품 팔아라…김정은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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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발품 팔아라…김정은은 다르다"

[이철희의 이쑤시개]<14> 남북관계 전문가 김근식 경남대 교수

봄꽃이 도라산역에서 주춤한 채 북상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긴장이 장기화하는 모양새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위협 등 정치적·군사적 긴장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고 방문도 불허하는 등 경제적·인도적 차원의 남북관계마저 이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의 시선은 다음 달 7일 미국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에 쏠려있다. 대한민국이 나서서 미국과 북한을 설득해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만이 현재의 남북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남북문제 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 18일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출연해 "북한이 지금 원하는 평화협정 체결 요구는 굉장히 수세적으로 자기 체제 유지를 위한 마지막 안전 보장 장치를 해달라는 것"이라며 "5월 한미정상회담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근식 교수는 남한이 '키플레이어(문제해결사)'가 되어야 한다며 "오히려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래? 나와 봐. 평화협정 체결해줄게. 우리가 체제유지 할 수 있게 해줄게'라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 제일 피해보는 것은 우리(남한)"이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를 더욱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은 20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조선반도(한반도) 긴장으로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조선 민족"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노무현 대통령처럼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2006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다음 해 '10.4 남북정상선언'을 이끌어내고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설득해 김정일을 "미스터 체어맨(Mr. Chairman)"이라고 칭했던 일을 예로 들었다.

이날 <이쑤시개>는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의 진행으로, 청와대를 출입하고 있는 <프레시안> 곽재훈 기자와 함께했다. 곽 기자는 과거 통일부를 출입하기도 했다.(☞ 팟캐스트 바로듣기)

▲ 지난 15일(현지시간) 발행된 헝가리 최대 주간지 헤베게(HVG) 표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 머리에 불붙은 도화선이 꽂혀 있다. 잡지는 한반도의 긴장 상황과 배경 등을 설명하며 남북한 군사력을 비교, 유사시 미군의 동원 군사력 등을 도표로 소개했다. ⓒ연합뉴스


'마이 웨이' 김정은의 속내는?…北 체제 유지

북한의 연이은 도발 이유에 대해 김근식 교수는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의 대외전략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의 대미전략은 핵을 카드화해 미국에 계속 협상을 요구하고, 그게 안 되면 밖에 나가서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하는 것"이었지만 "김정은 시대는 이제 미국에 협상을 구걸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과거와 달리 강경해진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말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비서는 '너희들이 협상을 한다면 내가 생각해보겠다. 그러나 나는 협상을 구걸하거나 매달리지 않는다. 내 갈 길을 간다'는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의 '내 갈 길'은 독자적인 체제 안정이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무력과 경제건설의 병진 노선'을 채택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자위적 핵무력을 강화 발전시켜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건설에 더 큰 힘을 넣어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가장 혁명적이며 인민적인 노선"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북한은 대표 경제통인 박봉주 전(前) 노동당 경공업부장을 정치국 위원에 선임하고, 다음날 그를 신임 내각 총리로 임명했다. 김근식 교수는 "박봉준은 북한의 시장개혁의 기수이고 시장의 상징"이라며 "북한이 경제건설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지난해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공개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선언했다.

김근식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북미협상을 했던 아버지 김정일과 지금의 김정은은 다르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김정은의 노선은 대결국면에서는 핵무장으로 버텨내고 협상국면에서는 평화협정으로 자기 체제를 보장받겠다는 것"이라며 김정은은 김일성의 유훈인 '비핵화'를 포기하더라도 북한의 체제 유지에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 유지는 '평화협정'에서 출발한다. 김근식 교수는 "북한은 2005년부터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협정과 동전의 앞뒷면이라고 정리"했다며 "옛날에는 북핵 문제와 평화체제 문제는 별개였는데, 2005년부터 북한의 입장은 '비핵화 프로세스가 제대로 되려면 평화체제와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게 공식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북한의 변화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10.4 남북정상선언'에 담아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2007년 10월 4일 노무현-김정일 남북한 정상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서명했다. 남북한 문제의 중장기적 과제를 8개 항과 별항 2항으로 정리했다. 특히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관련국 정상회담' 등은 한반도 평화체제의 제도화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이에 앞서 같은 해 9월 호주 APEC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핵문제·종전문제와 관련해서 "나의 목적은 한국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평화협정에 김정일 위원장 등과 서명하는 것이며 한국전쟁을 종결시켜야 하고 종결시킬 수 있다"며 종전선언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 같은 평화기조에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이라는 말로 찬물을 끼얹었다. 김근식 교수는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1기에서 대북전략으로 "'포괄적 패키지'를 만들어 그 안에서 평화 이야기도 하고 비핵화도 하자고 했는데 2009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그랜드 바겐'을 언급하며 협상하지 않겠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소리냐. 북한이 플라토늄을 다 내놓든지, 핵무기를 내놓든지 하지 않으면 협상도 하지 말아라'라고 쐐기를 박았다. 그런데 오바마 정부의 기본 전략은 동맹국과 관련된 일에 동맹국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싫다고 하니 굳이 (북미 간 대화를)하지 않은 것이다."

(☞참고 기사 : 김정일 "포괄적 패키지 관심 많다"…클린턴 "양자 대화로 시작하자")


▲ 보수단체 회원들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남북대화 기원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연합뉴스

한편, 김근식 교수는 북한의 '평화협정'에 대한 보수진영의 불안감을 일축했다. 현재 북한은 "살려고 평화협정에 매달리는 것"이기 때문에 "남쪽을 통일전선전술로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것은 억측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보수진영의 대북관이 "70년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하며, "보수가 겁먹지 말고 오히려 더 당당하게 평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한국에서는 평화가 북쪽에 특허권이 있는가. 우리가 평화 이야기를 선점해서 평화 담론을 가지고 북측을 압박하고 평화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못 하는 게 문제이다."

김근식 : 외교·안보 현안이나 일이 생기면 통일부, 청와대 안보실, 국방부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면 다른 의견들을 일사불란한 제도에서 하나로 취합해야 한다. 아니면 결론이 나기 전에는 공개하지 말던가. 결론이 나면 하나의 목소리로 정리해서 나와야 하는데, 요즘 상황을 보면 대통령이 오케이(OK)하지 않으면 그 전에 나온 얘기는 하루아침에 쓸데없는 얘기가 되어 버린다.

일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기친람(萬機親覽, 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형 리더십이다', '레이저 리더십이다'라고 하는데, 사전에 대통령에게 '이게 맞죠?'라고 허락받지 않으면 아무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청와대가 절간 같다'는 게 그런 말인 것 같다.

이철희 : 그래도 대북 문제에 있어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참모들에게 안 물어보고 대통령이 혼자서 쥐고 있으니까 그나마 이 정도 아닐까?

김근식 : '원칙'과 '불통'이라는 게 종이 한 장 차이다.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좋다. 대북정책에서 '어떤 경우에도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것은 원칙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간다'라는 것도 원칙이다.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원칙이 때로는 '대화를 포기하십시오', '강하게 가야 합니다'라는 보수주의적 생각이나 말에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 '불통'이 될 수도 있다.

평범한 민간인인 내가 볼 때 대북정책이나 경제정책, 그 외 어떤 정책이든 좋은 원칙은 '불통'으로 지켜주고, 좋지 않은 원칙은 '소통'해서 바꿔나가면 좋겠다. 그런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철희 :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은 누가 판단하나?

김근식 : 내가 판단하지.(일동 웃음)

이철희 : 역시 명쾌하다. 좋다.

▲ <이철희의 이쑤시개> 출연진. 왼쪽부터 곽재훈 기자 - 김근식 교수 - 이철희 소장. ⓒ김종원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박근혜, 발품 팔아라…김정은은 다르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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