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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젠틀맨>, 국위 선양이면 양잿물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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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젠틀맨>, 국위 선양이면 양잿물도 마신다?"

[이철희의 이쑤시개]<16>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

"싸이의 <젠틀맨>을 봤다. 발매한 지 사흘이 지나서였다. '유튜브'에 동영상이 뜨자마자 언론이 "1000만 뷰" "3000만 뷰" "5000만 뷰"를 카운트 해대기 시작하고 저녁 뉴스에까지 등장하니 아니 볼 수가 없었다. 나는 평소 이른바 B급 문화를 응원하는 사람이고 우리 사회에 성적 억압도 없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젠틀맨> 뮤직 비디오는 보기에 조금 불편했다. 확실히 '불친절'한 뮤직 비디오였다."

한류 전도사 싸이의 뮤직비디오가 '불편'하고, '불친절'하다?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가 <젠틀맨>에 대해 '다름'을 이야기하자, '고리타분한 꼰대이다' '그 정도를 왜 못 받아 들이느냐' '학위 논문 한 번 살펴봐야 할 텐데'와 같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정 교수의 이견(異見)을 <젠틀맨>, 더 나아가 국위 선양을 하고 있는 싸이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제기했던 문제의식은 "반복적으로 여성을 학대하는 모습"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또한 <젠틀맨>의 면면이 불편해도 '국위 선양'이라는 이름으로 용서되는 사회를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3일 <이철희의 이쑤시개>는 정희준 교수와 '싸이 열풍'을 이야기했다. 이날 녹음은 <이쑤시개> 진행자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과 고정 패널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함께했다.(☞팟캐스트 바로 듣기)

▲ 미국 유명 만화 제작사 '블루워터 코믹스'가 싸이의 일대기를 그린 <페임 : 싸이>를 출간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책에는 대마초 사건, 군 문제 곤혹 등 싸이의 지난 과정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로써 싸이도 축구선수 베컴, 가수 레이디 가가와 저스틴 비버 등 세계적인 유명인을 다룬 '페임(Fame)' 시리즈에 합류했다. ⓒ블루워터 코믹스

"mother father gentleman"

지난달 12일 싸이의 뮤직비디오 <젠틀맨>이 공개됐다. <젠틀맨>은 국내 음원 시장을 순식간에 석권했고, 바로 미국 빌보드차트 12위에서 오르며 일주일 만에 5위까지 치솟았다.(5월 2일 현재, <젠틀맨>은 빌보드차트 핫 100 순위에서 26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유튜브 공개 24시간 만인 지난달 14일 3840만 9306의 조회 수를 기록, '공개 첫날 최다 조회 수 동영상' 세계신기록을 세워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강남 스타일>에 이어 <젠틀맨>까지, 싸이는 분명 성공했다. 전 세계가 그의 노래와 춤을 따라 하며 뮤직비디오의 콘셉트대로 '시건방'을 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소비하는 우리이다. 정희준 교수의 지난달 18일 자 칼럼 "싸이의 '포르노 한류', 자랑스럽습니까?"는 이에 대한 지적이다.(☞기사 바로 보기)

"<젠틀맨> 뮤직 비디오는 싸이의 성적 판타지를 표현한 포르노그래피 작품이다. 포르노그래피의 목표란 인간의 성적 현실을 기호화하여 묘사하기보다는 보는 이를 성적으로 흥분시키기 위하여 에로틱한 심상을 야기함으로써 심리적 최음제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 목적은 성공했나보다. 외국의 한 누리꾼은 "나는 이제 한국 포르노를 좋아한다(I just fancy some Korean porn now)"라고 썼다."

정희준 교수는 "싸이도 <강남 스타일> 후속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알았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그 정도 선정적으로 담은 것은 예상 밖"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정성 역시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지만, "'뮤직비디오가 선정적이다'라는 것은 평론가로서 평할 수 있고 묘사할 수 있"는 권리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같은 선정성을 외면하는 국내 정서이다. 외국인조차 <젠틀맨>에 대해 '남성이 여성을 대하는 모습이 여성에 대한 학대(abuse)에 가깝다. 여성 혐오적(misogynic)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는 '한류 전도사, 국위 선양하는 싸이'라는 구실로 어물쩍 넘어간다.

여기에는 "국위 선양만 해주면 보수·진보, 나이, 세대 없이 다 박수 쳐주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는 게 정희준 교수의 주장이다. 싸이를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연장자 또는 문화적 보수 성향이 있는 사람도 "국위 선양을 해주는데…"라고 하며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다". 정 교수는 "'미국 사람들이 좋아한다는데…'라며 모든 것을 다 용서하는 것"이라며 "국위 선양이면 양잿물도 마시는 분위기가 됐다"라고 비판했다. 그가 언급한 대로 "말도 안 되는 황당한 국가주의·애국주의"인 셈이다.

'국위 선양이면 양잿물도 마시는 애국주의'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기생관광'을 떠올린다. 1973년 박정희 정권은 외화벌이라는 명분으로 매춘을 국책사업화하며 여행사를 통해 '기생관광'을 선전했다. 그해 6월 당시 민관식 문교부 장관은 매매춘(賣買春)을 여성의 애국적 행위로 장려하는 발언을 했으며, 12월 19일 이화여대 학생 열 명이 김포공항에서 '기생관광' 반대 데모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는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했다. '싸이 열풍' 이면에도 이 같은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희준 교수는 무엇보다 다양한 사회적 시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를 '공격'으로만 받아들이는 풍토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는 "여론 형성에 있어서 우리 사회가 다양한 의견이 만들어지기는 어렵다"며 "'다름'의 문제인데, '차이의 문제, 옳고 그름, 맞고 틀림' 등 어떤 때는 선악의 문제로 확대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 사람' 정희준, '무대' 김무성을 말하다

한편, '부산 사람' 정희준 교수는 이날 <이쑤시개>에서 지난 4월 재보선을 통해 부산·영도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 교수는 부산 동아대학교에서 연구 활동을 하며, 오랜 기간 정치 개혁을 화두로 지역 시민사회와 활발한 교류를 이어왔다.

김무성 의원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차기 지도자감 1위로 꼽힌 바 있다. 이야기의 결론은? '민주당만큼 새누리당도 인물이 없는 거야!'

정희준 : 이름은 거물이다. (그러나) 김무성 의원은 부산 쪽에 (이름값만큼) 그렇게 해준 게 없는 황당한 정치인이다. 2008년에 수도권 규제 완화로 시끄러웠을 때 부산 같은 지방에서는 '수도권 내에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면 지방은 어떻게 먹고 사느냐'라고 했다. 그런데 당시 김무성 의원은 '수도권 규제 완화에 찬성한다'며 부산시 공무원에게 면박을 줬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 부산에 신공항 유치 힘들다'라는 얘기를 과거에 했다. '해수부가 부산에 오는 것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말했다. 마치 박근혜 대통령의 어려운 문제를 자신이 다 껴안는 듯한, 그러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사랑을 받으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철희 : 김무성 의원이 엄밀히 따지면 사실 YS 사람이다. 원래 '친박(親朴)'이었는데 '월박(越朴)'해서 원내대표까지 했다. 그전에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박근혜 의원과 각을 세웠고, 본인은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다시 이번에는 '친박'으로 '원박(元朴)'했다. 좋게 보면, 당을 위해 헌신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나쁘게 보면, 권력을 좇아 왔다갔다한 것 아닌가.

정희준 : 그렇다. 권력에 충성하는 그런 인물이라고 봐야 한다. 완전히 반(反) 부산적인 인물이다.

김윤철 : 그럼에도 의외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이미지가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철희 : 이미지가 괜찮게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뭔가 좀 통이 커 보이고, 선이 굵은 이미지다. 덩치도 있고 이름도 그렇고…. 말실수를 가끔 하는 것 말고는 대체로 '괜찮다'는 평이다.

그런데 '대선주자로 간다'는 말이 있어서 '아, 대선주자급이구나!'라고 인정하는 데 며칠 걸렸다. '그 정도는 아닌데'라는 생각이다.

정희준 : 그건 그만큼 새누리당에 인물이 없다는 말이다.

이철희 : 지난 2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의 차기 지도자감으로 김무성 의원이 37.8퍼센트를 받아 1등을 했다. 그것도 상당히 격차가 있는 1등을 해서 '이 양반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김윤철 : 정 교수 말대로, 지금 새누리당에도 보이는 정치인이 없으니까.

※ 위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차기 지도자감으로 누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김무성 의원이 37.8퍼센트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오세훈(12.6%)-정몽준(12.5%)-김문수(12.0%) 순이었다. 그 외 응답자의 5.4퍼센트는 홍준표 경남지사를, 5.1퍼센트는 이완구 의원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조사는 4월 30일에서 5월 1일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RDD유선전화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퍼센트 포인트 수준이다.

▲ <이철희의 이쑤시개> 출연진, 왼쪽이 정희준 교수이고 오른쪽이 김윤철 교수이다. 이날 사진은 기자의 실수로, 이철희 소장이 자리를 뜬 후 찍었다. "소장님, 죄송합니다." ⓒ프레시안(이명선)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싸이 <젠틀맨>, 국위 선양이면 양잿물도 마신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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