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창조경제, 퓨전 하려다 컨퓨전 됐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창조경제, 퓨전 하려다 컨퓨전 됐다"

[이철희의 이쑤시개]<12> 정해구 교수 "민주당, 희망이 안 보인다"

4월 첫 주, 북한의 개성공단 출입경 차단으로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됐으며 실체 없는 '창조경제'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여기에 '계파·원로 정치'를 혁신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난맥상까지. 곳곳에서 꽃망울 대신 한숨이 터졌다.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는 지난 4일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를 초대 손님으로 모셨다. 그는 최근까지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원회를 이끌었다. 아울러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 김근식 경남대 교수에게 전화통화로 조언을 구했다.

이날 녹음은 진행자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과 패널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프레시안 정치팀장인 임경구 기자가 함께했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실체 없는 '창조경제', 컨퓨전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 설명에도 불구하고, '창조경제'에 대한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새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는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창의성을 우리 경제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철희의 이쑤시개> 출연진들은 지난 4일 녹음에서 '박근혜 노믹스'의 핵심인 '창조경제'가 삽질이 되지 않기를 희망했다. 사진은 박 대통령이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에서 식목일 기념 식수를 하는 모습. ⓒ청와대

그러나 정해구 교수를 비롯한 <이쑤시개> 출연진 모두는 실체 없는 '창조경제'를 비판하며 "정부 정책은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 교수는 "'창조경제'에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이 섞여 있어 (박근혜 대통령조차) 설명을 못 하는 것 같다"며 "처음부터 개념의 혼란과 내용의 모호함이 있으면, 대통령 본인이 정책을 추진하는데 많은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철희 소장 역시 "'창조경제'를 그냥 레토릭(수사) 수준으로 썼으면 좋겠는데, 무슨 큰 틀인 것처럼 너무 격상시켜놨다"고 비난했다. 임경구 기자도 "('창조경제'에 대해) 들을수록 헷갈린다"며 "IT, 정보산업, 융합, 문화 융성… 이런 것들을 어떻게 제2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건지 구체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윤철 교수는 "'창조경제'란 이름으로 특정 분야의 전략 사업을 만들지 말고, 공모 등을 통해 '국민들의 경제 활력 찾기'로 발상을 전환할 것"을 충고하며 "경제정책은 경제정책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로 퓨전(fusion, 융합)하겠다고 했다가 컨퓨전(confusion, 혼란)이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했다.

박근혜 정부의 이 같은 혼선은 대통령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3주 연속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이 41%에 머물고 있기 때문. 특히 대선 기간 박근혜 후보를 열렬히 지지했던 50·60세대가 '대통령의 실력과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이반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해구 교수는 "박 대통령이 '성장' 중심의 정책을 펴는 것을 보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슷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목표를 굉장히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미래창조'(를 말하며), 굉장히 뜬구름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1980년대 민주화 운동 과정을 상세히 담은 책<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 운동>(역사비평사 펴냄)을 출간한 정 교수는 시대가 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앞에서 끌고 가는 리더십이었고, 말을 안 들으면 억압적으로 강제하는 속에서 민주화 운동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공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희망이 안 보인다"…"안철수, 탱자가 안 되려면?"

"민주당이 희망이 보이는가?"라는 질문에 정해구 교수는 "판단을 못 하겠다"고 답했다.

정 교수는 정치혁신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혁신에 대해서 (계파별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합의를 만들어내는 게 너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왜 이렇게 불신하면서 같은 당에 있는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계파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당을 살리기 위해 공적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에 대한 공적 마인드', 즉 공공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철희 소장도 "흔히 선당후사(先黨後私, 개인의 안위보다 당을 위해 희생한다)인데, 민주당을 보면 (국회의원) 배지를 서너 번 달아도 정당의 일원이라는 문제의식이 없다"며 "당이 자기 공천을 주는 데라고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원로 정치'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정 교수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원로 및 다선 의원들은 당의 새로운 변화와 문화를 위해 어떤 길을 터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도 지난 2일 "당의 원로들은 평범한 국회의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로'와 '다선'이 버티고 있는 한, 민주당 혁신은 요원(遙遠)하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민주당 어르신들이 당론과 공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경구 기자는 "그래서 '9인회'라는 얘기가 나온 것 같다"며 "굉장히 오래전부터 당을 좌지우지했던 분들이 연합체적 질서로 당을 계속 관리해 왔다. 1인 리더십보다 더 깨지기 힘든 구조적 힘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관련 기사 : 민주당 막후 파워그룹 '9인회', 대체 어떤 모임?)

또한 정해구 교수와 이철희 소장은 민주당 혁신을 위해서 '안철수 세력' 또는 '안철수 신당'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경쟁을 통한 긴장 구도 속에서 "민주당이 안팎으로 혁신할 수밖에 없는 자극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다만, 민주당은 '귤화위지(橘化爲枳, 사람이나 사물도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성질이 바뀌는 것을 의미)' 상태라며 안철수 후보(서울 노원병)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 민주당과의 경쟁에서 탱자가 안 되려면 "정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 후보가 주장하는 '새 정치'의 콘텐츠 부족을 꼬집은 것이다.

이 소장은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은 '제로섬' 관계"라며 "살면 같이 살고 죽으면 같이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윤철 교수도 "참여 정부 때 '야권은 동반 상승했다 동반 하락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야권은 서로 건강한 견제와 역할 분담을 해야 국민에게 인정받는다"고 강조했다.

김근식 교수 "북한, 인질 잡을 생각 없다"

북한은 지난 3일부터 개성공단 출입경을 차단하고 있다. 보수 언론은 '골드머니를 쌓아둔 북한이 배짱을 부리고 있다'며 국지 도발 가능성을 언급했고, 국방부는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인력이 억류될 때를 대비해 구출 연습을 진행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 4일 <이철희의 이쑤시개>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지금 한반도에서 연일 이러는 것은 한반도 정전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면서 한반도 평화체제의 필요성을 전 세계에 과시해 북한이 몇 년 동안 주장했던 평화 협정을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위협적 행동이 60년 된 정전협정 이후를 논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말과 행동이 강해도 실제 전쟁을 강행하거나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9일 <이쑤시개>를 찾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과 비슷한 견해이다.(☞ 관련 기사 : "북한이 '서울 불바다'로? 불가능하다!")

개성공단 폐쇄로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인질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너희들이(남한이) 이렇게 우리를 무시하고 우리 자존심을 훼손한다면 너희들 힘들어 봐라'라는 것일 뿐"이라며 "북한이 인질을 잡을 생각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때와 비교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 메시지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북의 긴박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여전히 남북 관계, 남북 대화, 대북 지원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 <이철희의 이쑤시개> 출연진, 왼쪽부터 임경구 기자-정해구 교수-이철희 소장-김윤철 교수. ⓒ김대현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창조경제', 퓨전 하려다 컨퓨전 됐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 http://pressian.iblug.com/index.jsp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