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 출범이후 북미관계는 갈등과 대화, 갈등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이후 북핵 문제와 관련 직접대화, 적극적 외교를 표방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2009년 1월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포기를 압박하였고, 그해 4월 5일 광명성 2호를 발사하였다.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에 반발, 연이어 5월25일 2차 핵실험을 단행하였고,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보수화되기 시작하였다. 아프간, 이란 문제에 집중하면서 북핵문제는 적극적 포용대신 전략적 인내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기다리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 같지 않고 섣부른 6자회담의 재개는 북한에 대한 보상과 협상칩만 높인다는 우려 속에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과 보조를 같이 하면서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태도변화를 촉구하였다.
그러나 천안함ㆍ연평도 포격 사태 등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자, 미국은 대화를 통한 상황관리를 병행하기 시작하였다. 한반도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였고, 남북대화와 미북대화,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대화프로세스를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그해 2월 남북간 군사실무회담이 개최되었으나, 남북간 입장차이로 대화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였다. 하반기 들어 미국은 직접 대화에 나서게 되는데 2011년 7월, 10월 두 차례의 북미 비핵화 회담과 2012년 2월 세 번째 북미대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과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의 틀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최근 이뤄진 2.29 합의로 표출되었다. 그러나 김정일 사망이후 3대세습의 정권교체기에 있는 북한은 4.13 광명성 3호 발사를 단행하기에 이르렀고, 2.29 합의는 파기될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 지금 상황이다.
그렇다면 향후 북미대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이며, 6자회담 및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입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첫째,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이후 대화입장에서 제재 입장으로 다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명성 3호 발사이후 미국은 2.29 합의의 이행 중지를 공식화하면서, 유엔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신속히 안보리 의장성명 도출을 주도하였다. 현재 미국은 2009년의 사례처럼 북한의 추가도발과 핵실험을 경계,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2.29 합의는 궁극적으로 폐기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다. 북한이 합의를 지킬 수 없는 상황까지 몰아간 상황에서 북미간 합의가 지켜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하나다. 미 행정부는 강경한 대북 여론을 의식, 당장 합의 이행으로 전환하기에는 곤란한 상황이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마자, 공화당의 대선후보 롬니 진영 측은 이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무능을 비판하고 나섰고, 2.29 합의상 미사일 발사 유예에 위성발사가 포함되는 것을 명시하지 않은 미 협상팀의 아마추어리즘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는 어차피 2.29 합의가 고도의 정치적 목적이 내포되었던 임시적, 한시적 합의였고, 그만큼 깨지기 쉬운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2.29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측면을 강조한다. 2.29 합의가 정치성을 갖고 있었지만, 어렵게 도출된 만큼, 상황관리의 토대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북한이 추가적인 상황 악화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상황관리를 위한 대화모드로의 회귀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힐러리 국무장관도 최근 CNN 인터뷰에서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를 향해 "북한을 개혁의 길로 이끌어 1000년 동안 기억될 지도자가 되어야 하며 그에게는 그런 기회가 있다"고 하면서 북한의 자세변화와 여건 조성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지금 2.29 합의가 깨지게 되면, 오바마 행정부 2기 출범이건 아니면 북한에 강경한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건 대북 접근을 재검토 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핵능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고, 미국이 대아시아 정책을 펼쳐나감에 있어 걸림돌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2.29 합의가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포괄적이고 정교한 합의는 아니더라도 북미관계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준은 분명히 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올해 말 재선가도까지 북한과 대립 구도로 가느냐 아니면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하느냐를 심각히 고민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둘째, 북한의 입장에서도 북미대화는 포기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 4월 당대표자회, 최고인민회의, 4.15 태양절 행사를 통해 김정은 세습체제를 본격적으로 공식화하였다. 미사일 발사가 성공하였더라면 그 기대효과가 배가 되었지만, 그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의 권력이양 작업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이제 권력 내부 정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외관계 개선을 본격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최근 김영일 당 국제담당 비서가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당 대 당 차원의 교류 일환이지만, 북한은 당대표자회 결과 등 북한 내부의 권력 변동 상황과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했음을 중국에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만간 김정은의 방중 등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현 미사일 정국이 지나가면 대미 유화 제스처를 통해 2.29 합의 이행의 복원을 시도하면서 북미대화 및 6자회담 조기 재개 등을 추진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스로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은 앞으로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서 핵군축,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폐지, 관계 정상화 문제를 다뤄나갈 것으로 보인다. 2.29 합의시 동의한 핵활동 관련 IAEA 사찰단 복귀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핵무기·미사일 개발 중단 등 대량살상무기 관련 문제를 미국과의 고위급 채널을 통해 풀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북미간 군사분야 고위급 채널 가동이 예상된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지속하려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공화당 정부보다는 미 민주당 정부가 그나마 낫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오바마 행정부와 2.29 합의가 도출된 만큼, 이를 최대한 살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많다.
셋째, 중국의 입장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였지만 결국 2.29 합의와 6자회담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번에 중국이 강경한 표현의 안보리 의장성명에 동의한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가 일치하여 중단을 촉구한 데 대해 중국만 북한을 두둔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추가적으로 예상되는 핵실험과 같은 역내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며, 또한 북한 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마당에 신지도부에 대한 길들이기 차원의 목적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항간에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중국이 북한을 달리보기 시작했다고 성급히 판단하고 있으나, 냉정과 자제,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큰 기류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문안 조정 과정에서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2.29 합의 이행이나 6자회담과 같은 대화를 강조하였다고 한다. 앞으로 중국은 북미간 대화, 6자회담 재개 등 대화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미관계를 중재해 나가려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입장은 어떤가? 한국 정부는 지난해 북미대화 전에 2차례의 사전 남북 접촉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만들지 못했고 북미간 2.29 합의과정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90년대 중반 제네바 합의의 사례처럼 북한과 미국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협상을 진행시킬 경우 여지없이 한국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지금은 파기 위기에 처해있는 2.29 합의가 북미간 타협으로 이행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한국의 역할은 더 작아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인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라인 사이에서도 사실상 통미봉남을 가속화시키는 2.29 합의의 복원을 달갑지 않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미국이 북한의 로켓발사를 비난하고 있지만,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주장하고 나올 경우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선 기술들을 정리하자면 앞으로 한반도 상황에서 주목되는 것은 세 가지이다. 북미간 대화재개가 가능할 것인가, 북한 내부의 정세가 어떻게 될 것인가,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첫째, 북미간 대화, 즉 2.29 합의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분위기 조성 노력이 중요하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북한이 운신의 폭이 좁아져 있는 미국 정부를 향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북한이 과거와 같이 추가도발이나 핵실험을 하는 옵션을 선택해서는 안된다.
둘째, 이를 위해서는 새롭게 등장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한 군부와 외무성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미국과의 협상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한의 군부 입장에 휘둘릴 경우, 북한은 대화보다는 대결 구도로 대외전략을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미사일 문제 해결 등을 담은 북미 공동성명을 도출하고 협상을 지속하였으나, 미국의 정권교체로 인해 모든 것이 사문화되었다.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 강화에 직면하여 지금까지의 무관심 정책을 계속해서는 안되며, 북한 또한 미국과의 협상 기회를 실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제 한국 정부는 대북강경 노선을 유지하면서 임기를 마칠 것인지, 미국과 협조하여 2.29 합의를 복원, 북한을 대화에 묶어 두고 상황을 관리해 나갈 것인지 두 가지 옵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 남북 양측 모두 남북대화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후자 보다는 전자의 유인이 커보인다. 실제로 최근 이명박 정부가 쏟아내는 대북메시지는 후자보다는 전자에 가깝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모두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할 경우 북한은 핵실험을 단행하고 추가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많다.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부담해야 한다. 이제라도 한국 정부는 북핵정책을 대북정책과 분리하여 미국과의 분업체제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북미관계가 풀려 나가면 한국은 소외될 가능성이 있으나, 이것은 미국과의 공조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시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지속하고 북한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남북한 대화 재개의 틀을 마련함으로써 남북관계에서도 신뢰구축의 전환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2년 5·6월호(제18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4.11 총선 이후 한반도 정세 : 평가와 과제'입니다.
* 원제 : 로켓발사 이후 북미관계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