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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선행지표' 대만 총통선거 D-2 '박빙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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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선행지표' 대만 총통선거 D-2 '박빙승부'

국민당 '귀국 투표' 굳히기에 민진당 '리덩후이 지지'로 반격

결전의 순간을 이틀 앞두고 대만이 달아오르고 있다. 많은 국가가 중요한 선거를 맞는 2012년의 첫 승부라는 점에서, 국제사회도 14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선을 노리는 현직 총통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후보와 야당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맞붙는 이번 대결이 종반으로 가면서 각 진영은 모두 막바지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는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마 후보의 근소한 우세다. 지난 3일 발표된 선거 전 마지막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시보>에서는 마 후보 39.5% 대 차이 후보 36.5%, 친여 성향 <연합보>에서는 마 후보 44%대 차이 후보 36%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부 조사에서는 오히려 차이 후보가 마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대만에서는 투표일 10일 전부터는(한국은 6일 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없게 돼 있다.

국민 '귀국 투표 굳히기' vs 민진 '리덩후이 뒤집기'

국민당은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인들의 귀국 투표를 '굳히기' 카드로 뽑아들었다. 친중(親中) 성향의 마 후보는 양안관계를 원만히 관리했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특히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상(FTA) 격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 기업인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다.

대만 현지 언론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중국에 거주하는 대만인들 중 20만 명이 대선 투표를 위해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마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거주 대만 기업인들 중 70~80%가 마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차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양안관계가 악화돼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돌아올지 모른다는 염려가 그 이유라고 전했다.

대만 유권자 총수가 1700만 정도란 점에 비춰보면 20만의 '귀국 투표'는 1%가 조금 넘는 비율에 불과하지만 이같은 소식이 막판 기싸움에서 마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민진당의 승리로 돌아간 지난 2004년 총통 선거에서 국민당과의 표차가 겨우 3만 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만이란 수가 그리 적은 것도 아니다.

민진당은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의 차이 후보 공개지지 선언으로 '뒤집기'를 시도한다. 리 전 총통은 국민당 출신이면서도 대중관계에 있어서는 독립 노선을 추구하는 민진당과 유사한 색깔을 갖고 있다. 그는 집권 시절 마 후보를 법무장관으로, 차이 후보를 대중관계 자문역으로 발탁해 둘 모두를 정치계에 입문시킨 인연도 맺고 있는 대만 정치계의 거물이다.

리 전 총통은 11일 현지 조간 7개 신문에 차이 후보에 대한 지지 광고를 내고 '무능한 마잉주 정부를 심판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리 전 총통이 여전히 대만인들의 존경을 받고는 있지만 그의 선거 영향력 부분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나온다. 그는 지난 2008년 대선 당시도 민진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지만 승리는 국민당의 마잉주에게 돌아갔었다.

▲ 국민당의 마잉주 후보가 11일 유세 차량을 타고 거리유세를 벌이고 있다. 마 후보 뒤로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의 선거 선전물이 보인다. ⓒ로이터=뉴시스

제3의 후보 쑹추위의 역할은?…'97년 이인제'일까, '97년 JP'일까

또 하나의 변수로 꼽히는 것은 보수성향 야당인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후보. 쑹 후보는 국민당 원로 출신이지만 지난 2000년 대선을 앞두고 탈당, 무려 36%를 득표하며 오히려 국민당을 3위로 밀어내리고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준 장본인이다.

<중국시보>의 3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쑹 후보의 지지율은 5.8%이며 조사 기관에 따라 4~10% 사이의 비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초박빙 승부인 국민당과 민진당의 싸움에서 쑹 후보가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이는 것이다.

만약 쑹 후보가 선거 완주를 포기하고 막판에 사퇴한다면 국민당이 그의 표를 흡수하며 승리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되리라는 관측이다. 보수 성향이며 국민당 출신이란 점에서 쑹 후보의 지지층은 민진당보다는 국민당과 겹치기 때문이다.

거꾸로 사퇴하지 않고 10% 넘는 득표력을 과시한다면 이는 국민당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 1997년 한국 대선에서의 이인제 후보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비교적 약세인 민진당 측에서 쑹 후보에게 2인자인 총리 자리를 제안했을 것이라는 소문도 대만 정가에서 나돌고 있다. 이는 'DJP연대'를 떠올리게 하는 구상이다.

하지만 쑹 후보 측은 이런 가능성에 대해 11일 "정치적 성향이 다른 민진당과의 연대는 생각할 수 없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쑹 후보는 전날에도 "연합 정부의 기본 전제는 일치하는 정치적 이념과 방향"이라며 "민진당과는 그런 공통점이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대만 정치평론가 등은 여전히 쑹 후보가 막판에 뭔가 변수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G2, 대만 선거 개입?…"美도 中도 국민당 편" 관측도

한편 대만을 둘러싼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은 표면상으로는 대만 국내 문제인 선거에 개입하지 않고 있지만 모두 내심 마 후보의 지지를 바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2일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지난달 미국이 대만을 비자 면제 프로그램 후보에 포함시킨 것은 마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도 자국에 거주하는 대만인들의 '귀국 투표'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마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등 외신들은 차이 후보가 당선되면 중국은 매우 불편해할 것이라는 관측을 전했다.

이는 대만 문제가 미중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소재라는 면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마 후보의 대중정책에 대해 양 국이 공통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 후보는 중국에의 '종속'을 우려하는 국내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대만 간 평화협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며 총통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8년간 정권을 빼앗겼던 구(舊) 집권세력 국민당의 2008년 입법원(의회) 선거 압승과 총통 선거 승리로 인한 정권 탈환, 2009년 지방 선거에서 사실상의 야당 승리 등 대만 선거는 한국의 최근 선거 결과와 유사한 궤적을 보인다는 점에서도 이번 총통 선거는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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