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세계 최강국이라는 면에서, 대만은 'G2'로 불리는 미중 간 경쟁과 협력의 장이 되고 있는 동북아의 주요 쟁점 중 하나라는 면에서 자국민들 뿐 아니라 지역 및 국제사회에서도 이 나라들의 선거에 관심을 보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동아시아를 미국의 핵심 이익지대로 규정하고 중국을 압박하는 태도를 취했다. 미중 간 대립이 첨예해질 경우 한반도는 그 불똥을 덮어쓰게 된다. 2012년 미국의 선거와 대외정책을 한국인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AP=연합뉴스 |
█ 미국, 대선 승리를 위한 경제와 안보의 '황금비율'은?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의 '현직 프리미엄'을 꺾을 수 있을까. 오바마 대통령이 어렵지만 결국에는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마냥 낙관할 만한 상황은 분명 아니다. 박빙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단연 경제이며 이는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일자리와 경기회복 속도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오바마에게는 부담스러운 잣대다. 현재 미국 경제는 최악의 성적표를 내고 있고 단기간 내 실업률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
공화당은 '오바마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공화당도 예산안 처리 과정 등에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 만큼 얼마나 큰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하지만 공화당의 진짜 문제는 과연 누가 오바마를 상대할 능력이 있느냐다. 미국 전문가인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공화당 후보군들에 대해 "정치적 난장이들"이라고 촌평했다.
현재 공화당 후보 중 오바마에게 가장 벅찬 상대로 꼽히는 것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롬니는 경제계 출신인데다 주지사를 지내며 정무 경험도 갖췄다. 오바마에게 승리하기 위해 공화당이 롬니를 중심으로 대동단결한다면 선거 판세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특히 올해 대선은 부동층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데, 롬니는 공화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중도적 이념을 가지고 있고, 특히 경제 분야에서 오바마와 경쟁할 수 있는 강한 후보다.
문제는 롬니가 공화당이 추구하는 정통 보수 이념에 맞는 인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열성적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롬니보다 다른 후보들의 인기가 더 높다는 것이 그가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따라서 보수 성향인 공화당 유권자들이 확실히 믿을 만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냐, 아니면 색깔은 다소 중도적일지라도 확실히 오바마를 꺾을 확률이 높은 사람이냐 하는 것이 공화당의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의 마지막 승부처는 다음 4년의 경기 회복을 이끌 적임자가 누구냐는 쟁점이 될 것이다. 안병진 교수는 "경제와 일자리에 대한 메시지를 누가 더 설득력 있게 미국 국민들에게 전달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승부의 향방을 가를 '스윙 스테이트', 이른바 경합 주의 표심에도 관심이 몰린다. 2008년 대선에서는 오바마를 선택했던 노스캐롤라이나, 인디애나, 버지니아주가 2010년 중간선거(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으로 돌아섰다. 오바마의 고전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선거 과정에서 외교·안보 분야는 별 쟁점이 되지 못하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대외관계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대선 전까지는 최대한 공화당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 할 공산이 크다. 특히 동아시아 문제의 핵심인 한반도 이슈에 대해 과감한 접근을 하는 것은 공화당에게서 '유화정책'이라는 비난을 살 수 있다.
다만 김정일 사망으로 불안정성이 높아진 만큼 어떻게든 한반도 상황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북한 또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 전 북미관계 개선을 추진했고 사망 이틀 후인 19일에도 뉴욕채널이 가동된 것을 보면 올해 북미관계는 개선 기류를 탈 가능성이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오바마는 재선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북한을 관리하다가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내년에 가서야 돌파구를 만들려 할 것으로 보인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오는 2월 '키 리졸브' 한미합동훈련과 3월 핵안보정상회의가 김정은 체제의 북한과 미국 간 관계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년에도 미국 대외정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역시 미중관계일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과의 협력 노선을 버리지 못하겠지만, '유약하다'는 공화당의 비난은 선거를 앞두고 남중국해, 대만, 티벳 문제 등에 있어 오바마의 운신 폭을 제한할 수 있다. 지난해 호주 방문에서 천명한 '동아태 중심' 노선도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만약 공화당 후보가 오바마를 누르고 당선된다면 향후 미국은 대외적으로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고 미중관계도 좀더 대결적인 구도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도 재선에 도전한다. 오는 14일 치러지는 총통 선거에서는 야당인 민진당과의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로이터=뉴시스 |
█ 양안관계와 미중관계 사이, 대만의 선택은?
대만은 오는 14일 총통 선거와 입법원(의회) 선거를 같은 날 치른다. 초미의 관심은 박빙의 싸움이 되고 있는 총통 선거. 국민당의 마잉주 현 총통이 재선에 성공할 것인가, 아니면 민주진보당(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의외의 저력을 발휘할 것인가?
마 총통의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근소한 우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여론 조사에서는 오히려 차이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직 총통이면서 큰 실책을 저지른 바 없다는 '프리미엄'과 징병제 폐지 등으로 청년층에서도 인기가 높다는 점에서 마 총통이 좀더 우세하다는 관측이 많다. 변수는 차이 후보가 얼마나 선전할지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제3의 후보인 쑹추위(宋楚瑜)의 역할이다. 국민당 원로 출신인 쑹 후보는 2000년 총통 선거에서 중도 보수 성향의 친민당을 창당해 36%를 득표, '영원한 여당'일 것 같았던 국민당(23.1%) 후보를 3위로 추락시키며 민진당(39.3%)의 천수이볜(陳水扁)에게 정권을 안겨 줬다. 이번 선거에서도 도전장을 내민 쑹 후보는 5~10% 정도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마 총통과 차이 후보의 지지율 격차보다 많으며, 특히 친민당 지지층은 국민당과 겹친다.
대만의 선거 정치에서 가장 큰 쟁점은 양안관계다. 민진당은 대만 원주민들의 정당을 표방하고 있고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국민당의 기본 입장은 양안 간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마 총통은 2008년에도 3안(3安), 즉 안정·안심·안전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민진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했다. 대만 전문가인 문흥호 한양대 교수는 마 총통의 집권에 대해 '대만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대륙으로의 진출밖에 없다'는 인식이 대만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줬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그런 면에서 설사 차이 후보의 승리로 민진당이 정권 재탈환에 성공한다 해도 중국과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추진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진당은 국민당에 비해 농어민들이나 저소득 노동자 계층이 받을 불이익을 더 적극적으로 우려하고 있고, 중국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을까 하는 경계심을 품고 있다는 정도가 두 정당의 차이다.
중요한 것은 2300만 대만 인구 중 100만 이상이 대륙에서 살고 있고 매일 1000명 이상이 양안을 오간다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의 민심은 대륙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도 원치 않지만, 통합을 적극 추진하는 것에도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문 교수는 설명한다.
국제사회도 대만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산 F-16 전투기 판매 문제 등 대만 문제는 미중 간 갈등의 소재이기 때문. 중국은 민진당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결코 환영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은 대만이 중국에 통일되기를 원치 않지만 독립을 바라지도 않는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도 차이 후보에 대한 우려가 일부 존재하며 최근 미국이 대만과의 비자 면제를 추진한 것도 마 총통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고 <AP> 통신은 풀이했다.
또 미국은 대만을 대중 압박 카드로 계속 쥐고 있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양안관계에 적극 개입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만 문제가 실제 군사적 긴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은 생각보다 낮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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