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미국은 부추기지 말라…러시아는 혁명 원치않아"

반격 나선 러시아의 '배트맨과 로빈'…"불법시위 엄단할 것"

러시아의 '배트맨과 로빈'이 반격에 나섰다. 총선 이후 계속되고 있는 부정선거 항의 시위에 대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8일(현지시간) 잇달아 '합법적 시위는 보장하겠지만 불법시위는 엄단하겠다'고 경고했다.

푸틴 총리는 이날 집권 통합러시아당의 외곽조직 '전 러시아 국민전선' 대표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러시아인들은 혁명을 원치 않는다면서 미국이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이 전했다.

푸틴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겨냥해 "그는 선거 감시단의 보고를 받기도 전에 러시아 총선이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면서 "(그의 발언이) 몇몇 반정부 활동가들에게 기조를 설정(set the tone)"했고 "신호를 줬다"고 말했다. 앞서 5일 클런턴 장관은 러시아 총선이 조작 선거라고 비난한 바 있다.

푸틴은 국내 정치활동, 특히 선거 과정에서 '수억 달러'의 외국 돈이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내 문제에 대한 이런 간섭에서 스스로를 지켜야 하고 주권을 방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지령을 받아 국내 정치과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자들에 대한 책임을 강화는 법률 개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얼마 전 키르기스스탄이나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것 같은 상황이 (러시아에서) 전개되는 것은 아무도 원치 않는다"면서 "누구도 혼란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2005년과 2010년 키르기스스탄의 1, 2차 '튤립 혁명'이나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등 정권 전복 사태를 뜻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8일(현지시간) 불법 시위 엄단 방침을 밝히며 미국이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로이터=뉴시스

그는 불법 시위에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면서 "만약 사람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한다면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을 것이고 정부는 누구의 시민권도 제한하지 않을 것이다. (…) 그러나 법을 어긴다면 사법 당국은 모든 법적 수단을 통해 그들에게 법률을 준수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 프라하를 방문중인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푸틴의 발언 몇 시간 후 같은 입장을 내놨다. 메드베데프는 "시위는 민주주의의 표현이지만 철저히 러시아 법률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시위가 '건강하지 못한 폭력'으로 이어지거나 러시아 국민들의 일상 상활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선거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하는 것은 정상적이지만 이같은 의사 표현은 올바르고 차분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0일 예고된 시위에는 2만5000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리아노보스티>는 예측했으나 러시아 당국은 집회 참가자 수를 300명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대규모 시위를 차단하고 있다. 통신은 2004년 푸틴이 대통령일 당시의 법 개정으로 인해 러시아에서는 시위를 열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메드베데프는 선거 부정에 대한 모든 주장에 대해 정부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신경을 누그러뜨리고 의회로 하여금 일을 시작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메드베데프는 인터넷에 올라온 선거 부정행위 관련 동영상들에 대해 "의심의 여지없는" 부정의 증거는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