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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부정선거 논란에 고르바초프 "재선거 실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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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부정선거 논란에 고르바초프 "재선거 실시해야"

주말 시위 수만 명 예상…푸틴의 정치적 위기?

러시아 총선 과정에서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에 비판 여론이 거세게 끓어오르고 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주요 야권 지도자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고 오는 주말에는 이미 대규모 시위가 예고됐다. '3선'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7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등록은 시위 바람에 묻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고르바초프는 이날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도자들은 단 한 가지 선택만을 할 수 있다. 선거 결과를 무효로 돌리고 새로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르바초프는 "러시아 지도자들은 선거에 많은 날조와 왜곡이 있었고 국민의 뜻이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여론을 무시하는 것은 정권의 신망을 떨어트리고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것이 내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야당도 공세에 나섰다. 자유주의 성향 야당인 '야블로코' 당의 그레고리 야블린스키 선거대책위원장은 투표 참관인들의 보고 등을 볼 때 자신들이 얻은 표 중 절반가량이 사라졌다며 법정 투쟁을 통해 재선거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블로코당은 3.3%를 득표했다.

유명 블로거와 환경운동가 등도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항의 시위는 상시화‧전국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 '사기꾼과 도적 집단에 대한 반대자'로 칭하는 시위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매일 오후 7시에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주말로 예고된 시위는 규모 면에서도 주목된다. SNS를 통해 10일 모스크바에서 열릴 시위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은 이날까지 1만6700명에 달했다. 또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5500명이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고 우랄산맥과 시베리아 등 러시아 전역 80개 도시에서도 시위가 준비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경찰이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한 한 여성을 연행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사흘째 시위가 이어졌고 오는 주말에는 대규모 집회가 예고됐다. ⓒAP=연합뉴스


푸틴의 앞날은?

그러나 당국은 여전히 선거 부정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추로프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이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 조작 의혹을 제기한 영상들이야말로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넷에는 (선거) 부정에 대한 별별 쓰레기가 다 있다"면서 이런 동영상들을 '영화'라고 칭했다.

러시아 정부는 보리스 넴초프 전 러시아 부총리 등 시위에 나선 주요 야권 인사들을 체포하고 유명 블로거이자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와 또다른 유력 반정부 인사 일리야야신에게 15일 구금형을 내리는 등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


환경 운동가 출신 야권 지도자 예브게니아 치리코바는 10일 대량 검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했고, 또다른 유력 야권 인사 블라디미르 밀로프도 유혈사태를 우려하며 시위대들에게 내년 3월 4일 대선으로 분노를 집중시키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대선이 있는 내년 3월까지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BBC> 방송은 이날 시위 소식을 보도하면서 "중요한 것은 이제 막 시작된 시위가 동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라고 논평했다.

부정선거가 '러시아의 봄'을 촉발할 요인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디언>은 분석 기사에서 러시아의 상황은 이집트나 튀니지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주요 야당들 또한 '선거 사기극'에 동참해 불신을 받고 있고 대안 세력으로 거론되는 정당들은 국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즉 고등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불만에 차 있고 부패가 심각한 것은 '아랍의 봄' 직전 상황과 같지만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이나 튀니지의 엔나다 같은 준비된 대항 세력은 없다는 것이 신문의 지적이다.

신문은 푸틴에게 주어진 정치적 선택지 또한 넓다며 그가 정치적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먼저 푸틴이 여당과 스스로 거리를 두는 것도 가능한 선택이다. 즉 메드베데프를 총리로 지명하겠다는 약속을 거둬들이고 사태의 책임을 그에게 지우면서 자신은 빠져나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 시위대의 비판을 일부 수용해 정치적 다원주의를 보다 폭넓게 허용하는 등 소폭 개혁을 단행해 불만을 달랠 수도 있다. 신문은 푸틴의 지지율은 최근 줄어들었긴 하지만 여전히 6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서방 국가에 비교하면 매우 높은 편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블라디비르 리즈코프 전 의원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민주적 변화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리즈코프 전 의원은 85%의 러시아인들이 정치‧사회‧종교적인 어떤 조직에도 속해있지 않다면서, 과거 공산주의 시대의 유산인 시민 상호간의 불신과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범람한 소비주의‧탈정치화 경향 등으로 인한 이같은 정치적 수동성 때문에 정치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큰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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