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러시아 영문 일간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5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부정선거 항의 시위에는 야당 지도자를 포함해 약 8000명(경찰 추산 2000명)의 시민들이 몰렸다. 최근 몇 년간 러시아에서 야당이 연 집회로는 최대 규모다.
시위대들은 대부분 청년들이었으며, 야당 지도자들이 연설하는 사이 "우리는 새로운 선거를 원한다", "푸틴 없는 러시아", "혁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집회를 해산시키지 않았지만, 시위대들이 러시아 연방보안국(전 KGB)으로 행진을 시도하자 차단에 나섰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한 시위대 300명이 체포됐고 이 중에는 야당 지도자와 시위를 취재하던 기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는 러시아 군중들. ⓒAP=연합뉴스 |
또 이번 총선에서 약 20%의 득표를 얻은 것으로 잠정 집계된 제1야당 공산당은 자신들이 발표된 수치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며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도 남부도시 크라스노다르 등지의 투표소에서 자신들의 선거감시 요원들이 쫓겨났다며 여당을 비난했다.
<가디언>은 이미 대통령을 두 번이나 한 푸틴이 2012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러시아 국민들의 분노가 서서히 자라왔으며, 이번 선거에서 허위 투표와 선거법 위반 사례들이 유튜브와 트위터 등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면서 화를 부채질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이 시청하는 국영 방송은 시위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지만 온라인에서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번 선거를 지켜본 서방국들도 선거 부정 의혹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조사에 착수할 것을 권하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이번 선거가 "빈번한 절차 위반과 명백한 조작"으로 손상됐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러시아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 부정 논란 보도에 대해 철저한 조사 결과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 정부가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도 러시아 총선 과정에서의 선거부정이 "매우 염려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 총리는 "통합 러시아당이 최근 몇 년간 정치적 안정에 상당한 기여를 해온 만큼 이번 총선의 승리는 러시아 전체에 중요한 일"이라며 부정 논란을 일축했다. 통합러시아당의 선거 캠페인을 책임졌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이번 선거가 "공정하고 정직하며 민주적이었다"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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